한비(韓非)의 슬픈 선택
한비(韓非)의 슬픈 선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15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수십만 자의 저작이 있는 학자로서 그 일생의 사적을 저서 중에서 거의 전혀 알아낼 수 없는 한비와 같은 경우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 하겠다.

우리들이 한비의 사람됨을 연구하려고 하면 불가불 ‘사기’의 ‘노자·장자·신불해·한비열전’에 있는 얼마 안 되는 자료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열전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한비는 한(韓)의 공자로서 형명법술(刑名法術)의 학(學)을 좋아하였고 그 학문의 근원을 황제와 노자에게 두었으며 저술을 잘 하였다. 이사와 함께 순경에게 사사할 때에는 이사는 스스로 한비만 못하다고 생각하였었다. 한비는 한의 국세가 미약한 것을 보고 자주 한왕에게 의견을 써 올렸으나 한왕은 그것을 채용하지 않았다. 이에 ‘고분(孤憤)’, ‘오두’·‘내외저설(內外儲說)’·‘설림(說林)’·‘세난(說難)’ 등 10여만 언을 지었다.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진에 가지고 갔더니 진시황이 ‘고분’과 ‘오두’편을 읽고 “참으로 내가 이 사람을 만나 말을 나누어 보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하니 이사가 이는 한비의 저서라고 그 저자를 알아맞히었다. 이윽고 진이 급히 한을 치니 한왕이 처음에는 한비를 등용하지 않았으나 사세가 급해지자 한비를 진에 사신으로 보냈다. 진왕이 기뻐하였으나 아직 믿고 쓰지 않고 있을 때에 이사와 요가(姚賈)가 암해하여 진왕이 한비를 하옥하고 죄를 다스리게 하자 이사가 사람을 보내어 한비에게 독약을 주어 자살하게 하였다.

‘진본기 육국표(秦本記六國表)’를 보면 한비가 진에 사신으로 간 것이 시황 14년(B.C.233)으로 되어 있으니 그가 살해된 것은 대개 한 두 해 사이의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비의 졸년은 기원전 233년이나 232년이 될 것이며 생년은 알 수가 없다.

그 저술은 대개 진에 사신으로 가기 이전의 일일 것이니 사마천이 ‘임안에게 주는 편지’에게 “한비는 진에 잡혀 갇혀 있을 때 ‘세난’·‘고분’을 지었다”고 한 말은 ‘한비열전’의 시술과 모순되며 아마도 믿을 수 없는 말일 것이다.

한비의 하옥에서 자살까지의 시간을 계산하면 매우 잠시 동안이었으니 이러한 거저(巨著)를 이룩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한비자’라는 책에서 비록 많은 한비의 사적을 찾아낼 수는 없으나 그의 성격만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 대개 그는 매우 강의(剛毅)한 사람으로 굳게 소신을 지켜 꺾이지 않으며 좀처럼 시류에 타협하지 않았다.

그는 진에서 화를 면치 못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끝내 사명(使命)을 피함으로써 화를 면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처지가 비극적이었으나 그 지기(志氣)는 존경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그의 저서인 ‘한비자’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기원전 230년경 완성된 책으로 한비자는 법가 사상을 진의 시황제에 제공한 반(反) 유가의 선봉이자 법가의 제일인자이다.

‘한비자’는 한(韓)의 귀족이었던 한비의 저작. 순자의 문하에서 배운 뒤, 조국한의 발전을 원해 법가 사상을 발전시켰다. 본래는 인명, 서면 모두 ‘한자(韓子)’라고 했지만, 당(唐)의 한유(韓愈)가 한자(韓子)라고 불렀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려고 한비자라고 한 것이다.

‘사기’의 ‘한비전’에 의하면 한비(기원전 ?~기원전 233)는 한(韓)의 서공자(庶公子)로 태어났다. 한나라는 전국 칠웅의 하나로 꼽혔지만, 국토는 좁고 중원에 위치해 강국인 진(秦)과 초(楚)의 압박으로 그 존립을 위협받고 있었다. 한비는 부국 강병을 위한 학문을 익히기 위해 당시의 대표적인 학자 순자(순황)의 밑에서 공부했다.

같이 공부한 사람에는 뒤에 진의 재상이 된 이사(李斯)도 있었다. 한비는 순자의 성악설, 노자의 무위 사상으로부터 철학적 계시를 받고 그 속에서 상자(商子 :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申不害)의 술(術)등을 종합해 독특한 통치 이론인 ‘법술(法術)’을 짜낸 유명한 고전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