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결혼이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28 18:3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환/창원국학원부원장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 셋 중 아직 하나도 출가를 시키지도 않았고 나이 60도 되지 않았다고 사양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계속 권하기에 결국 수락을 하고 준비를 하였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은 자신을 밝게 드러내는 일이다. 무슨 주례사를 준비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하였다. 결국 국학주례사로 결정했다. 원래 결혼(結婚)이라는 말을 우리는 쓰지 않았다. 일제 때부터 나온 말이다. 우리는 이성지합(二姓之合)이라고 표현을 하였다. 이성지합만복지원이라는 말이 있다. 결혼의 혼(婚)을 자세히 파자해 보면 여자가 남자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만나서 정이 들어 간절히 하나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이긴 하나 자세히 보면 그런 뜻만이 아니다. 결혼은 바로 결혼(結魂)이다. 혼과 혼을 이어준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영적인 존재이다.


사람은 영, 혼, 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靈)은 머리에서 작동하고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정보이다. 영은 우리가 선택해서 쓰는 정보이다. 악령이 있고 선령이 있다. 악한 정보를 쓰면 악인이 되고 선한 정보를 쓰면 선인이 된다. 전설의 고향이나 우리의 민담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권선징악이다. 선을 권하고 또 권한다. 혼(魂)은 가슴에서 뜨겁게 꿈틀거리며 영과 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혼 줄이라고 불린다. 혼은 백을 꽉 붙들고 있다. 혼비백산은 바로 혼이 뜨면 백이 흩어진다는 말이다. 백은 아랫배 단전을 중심으로 한 몸뚱이를 말한다. 몸은 자동차처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분해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몸에 대한 지나친 투자는 부질없는 일이다. 그러나 영혼의 성장에는 건강한 백이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해야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다. 영혼, 혼백이라는 말은 있으나 영백이라는 말은 없다. 그만큼 혼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이 죽어 열기가 식으면 혼이 허공중으로 뜬다. 죽는다는 말도 하늘아래 고개를 숙인다는 의미이다. 하늘을 뜻하는 ㅡ 자와 숙이다의 합성어이다. 우리 조상들께서는 육신은 그저 변화하는 기의 세계로 보았다. 산해진미가 다 알고 보면 동식물 생명체였고 그것들로 인한 고마움으로 우리는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고 언젠가 우리는 다시 우리 몸을 그들에게 시공 속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자연은 그렇게 양심적으로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시켜간다. 이것이 진정한 하늘의 마음이다. 우리 조상님들의 그런 가르침이 생활 속에서 말이 만들어 졌다. 아이들에게 “혼 줄을 낸다. 혼이 빠진 녀석” 등등의 말도 다 혼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혼신을 다한다. 혼을 쏟은 열정”이라는 말도 조건 없이 댓가를 바라지 않고 정성에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로 통한다.

혼은 정신의 정신이며 마음중의 마음이다. 국학적 의미로는 한정신이 나의 가슴에 온 상태이다. 한이란 크고 중심되며 밝은 마음상태이다. 환하다. 한가운데. 한강 등등에 다 한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이면서 한민족이다. 혼을 모르면 사람은 방황을 한다. 목적지도 비전도 없이 “사는게 다 그런거지 머”하면서 하루살이처럼 맥없이 지낸다. 사람의 목적은 인간완성이다. 그것은 혼이 없이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고 어두운 혼, 약하고 외로운 혼을 연결시켜서 크고 밝고 튼튼한 혼으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결혼이다. 이혼율, 자살률, 청소년 흡연율, 이혼증가율이 점점 높아져 간다. 혼이 떨어져 나가는 일이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이다. 걱정스럽다. 그로 인한 사회문제도 만만치가 않다. 혼이 나간 어른, 얼이 빠진 얼간이 같은 어른이 점점 늘어난다.

지난 70여년 동안 우리가 우리에게 혼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결과이다. 결혼은 혼을 연결시키는 일이다. 혼에 대한 개념이 약해지다 보니 요즘은 주례도 없이 결혼식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신랑신부 부모가 혼주의 자리에서 왔다갔다 하기도 하면서 주례의 일까지 하기도 한다. 점입가경이다. 참된 어른이 되는 공식적으로 환영받는 행사가 결혼식이다. 그 결혼으로 인해서 우리는 사회와 국가의 동량을 키우고 인격을 완성해가는 것이다. 나는 축의금봉투에 ‘祝結魂’이라고 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