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보육이 기가 막혀
국가 보육이 기가 막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2.29 19:18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촌에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건 옛날 일이다. 도시에도 아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초등학교만 해도 작년에 비해 두 학급이 줄어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엔 한 자녀 가정이 태반이다. 두 자녀 가정이 그래도 많은 편이지만 인구비가 안정적이려면 각 가정마다 세 자녀 가정이라야 된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은 미래에는 젊은 한 사람이 늙은 네 사람을 먹여살려야 하는 시절이 온다고들 걱정을 한다.


시동생의 결혼과 함께 끈질기게 두 자녀를 계획하기를 종용했다. 종용 정도가 아니라 거의 협박을 해댔다. 그런데도 달랑 딸 하나 낳고 출산계획을 끝냈다. 이유야 뻔한 “형편이 어렵다”였다. 뻔하긴 하지만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선 어린이집 보내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거였다. 그래서 0~5세 보육비 지원되잖아? 대통령 선거 유세하며 아이 보육은 나라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낳기만 하라고 했잖아? 하고 퉁박을 주면 시동생과 동서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들어가는 돈은 똑같아요, 한다. 이에 내가 눈까지 흘기며 왜냐고 물으면 재료비네 소풍비네 관람비네 뭐다 뭐다 해서 돈은 돈대로 또 들어간단 말이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언제나 가장 힘든 건 서민이다. 서민이 힘든 건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뭐다 뭐다 해서 돈을 받을 명분은 하나도 없고 그 악귀 같은 ‘뭐다 뭐다’ 해서 달라는 데만 있는 게 서민 소비자다. 집 전화만 있어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는데 난데없이 핸드폰이란 걸 개발해서 지금은 모든 가정의 가족 구성원이 각각 한 대 이상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 역시 대기업의 상술에 서민이 알뜰하게 지배된 탓인 것처럼 거의 모든 일상이 그런 식이다. 아이 키우는 것도 외예일 수 없다. 한 아이 분유값이 네 식구 쌀값의 두배가 든다니, 유구무언이다.

게다가 티브이 광고를 보면 더 기가 찬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먹여야 될 영양제는 셀 수도 없이 가지 수가 많고 나이에 따라 시켜야 되는 학습지는 또 왜 그렇게 많고 비싼지. 이처럼 아이를 낳았다하면 돈 들어갈 일이 그야말로 줄줄이다. 아이를 낳은 서민은 허리가 휘고 대기업의 배따지는 불룩해지는 것이다. 진짜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생각하면 일일이 말도 못하고 가슴만 갑갑할 뿐이다. 오죽하면 다 올랐는데 딱 한 가지만 안 올랐는데 그게 월급이라는 말이 유행이 되었다.

사정이 이런데 해마다 ‘보육대란’이라는 말까지 무슨 연례행사처럼 인구에 회자된다. 부쩍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드러나는 사태이기도 하다. 올해도 여지없이 보육대란이 올지도 모른단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린가 해서 자세히 알아봤다. 가관이라는 말은 이런 때에 쓰라고 생긴 말이 분명하다. 참 가관이다. 3~5살 영유아 보육과정을 누리과정이라 부르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 누리과정의 예산을 정부에서는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할 예산”이라 하고 교육청은 무상보육 재정 부담을 호소하며 대선공약대로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으로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서로 미루는 게 보육대란의 실태인 모양이다. 알고나니 더 기가 찰밖에.

아무리 국가의 최고 책임자로서 명망보다 공약을 안 지키기로 더 유명한 사람이라곤 하지만 이는 너무 심한 것 같다. 심하다 못해 아주 무책임한 일이다. 이렇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다른 것도 아니고 보육예산을 가지고 이렇게 심술을 부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란 나라의 미래다. 나라의 기둥이 될 새싹이다. 새로 돋아나는 새싹을 키우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의 이 나라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

기가 차다 차다 별 생각이 다 든다. 지금 서울시 교육감과 경기도 교육감이 둘 다 야권 출신이다. 만약 이들이 여권 출신이라도 이렇게 공약을 발랑 뒤집어면서까지 예산 편성에 나몰라라 했을까? 야권출신일수록 더 잘 협조하는 모습이 더 훌륭하다. 그게 더 국민을 존중하는 처사일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더 잘 협조할 것까진 없더라도 공평해야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공평해야 한다. 이제 총선에다 대선에다 줄줄이 국민이 목소리를 낼 차례다. 야권을 뽑은 국민도 국민인데 이렇게 홀대해서는 안 된다. 정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

어려운 재정에 무상보육을 실천하고 있으면 상은 못줄 망정 예산 편성 시기만 되면 이렇게 약을 올리듯 교육감이 알아서 해!!! 라는 식으로 모르쇠 하면 진짜 나쁜 사람이다. 그것은 국민을 애먹이는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애먹이는 것이다. 무상보육만 해도 그렇다. “보육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한 대선 공약대로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만약에 이 보육문제만이라도 두 말이 필요없이 완벽하게 정부가 책임지면 민심은 완벽하게 여권으로 돌아설 것이다. 다 그렇겠지만 우리 서민은 우리에게 이익 주는 사람에게 찍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