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여행 추억
카메라와 여행 추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07 18:3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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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필자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에피소드와 국산 카메라의 나아갈 길에 대하여 간략히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6년 전 중국의 첫 여행지는 운남성 여강과 대리였는데 그 때 나의 여행 기록을 담당 하였던 카메라는 N사의 제품이었다. 그 시절에는 천만 화소가 넘는 카메라라면 그다지 나쁘지 않는 축에 속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 나는 복건성, 정주, 낙양, 상해, 대만등 많은 곳을 다녔다. 그때 까지만 해도 카메라는 기록물 저장하는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북경에 가면서부터 주위의 눈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나의 얼굴 한 번, 친구의 얼굴 한 번을 보고 간다. 처음에는 한국말을 하는 나를 보고 이상해서 보나 했지만 이내 곧 그 사실을 알고부터는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북경의 사람들은 카메라가 어떤 것인지 유심히 보고 지나갔던 것이고 관심도 많았던 것이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곧장 S사의 NX시리즈 중 하나를 선택 했고 그 후 자존심은 조금 회복이 되었다. 그렇게 선택된 그 친구와 나는 유럽과 중국을 다시 한 번 더 다녀왔다. 그렇지만 유럽 사람들은 목에 무슨 카메라를 메고 있던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속으로는 S라는 글씨는 알겠지 라는 위안을 삼으며 그림으로 재 환생 될 수많은 경치들을 찍고 또 찍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실망을 안겨 주기 시작 했다. 낮에 찍었던 풍경들은 그런대로 쓸 만 했지만 밤에 찍었던 모든 사진들은 제멋대로다. 렌즈부분의 마운트도 덜럭 거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전원도 들어오지 않고 다운 돼 버린다. 가까운 AS센터로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메인보드 전체를 갈아야 한다며 막중한 수리비를 요구 한다. 카메라 구입비의 반 이상이 드는 금액이다. 굳이 이야기 한다면 사귄지 몇 년도 안 된 친구가 자연사 한 셈이다. S사의 반응은 더욱 황당하게 만든다. 그럴 수도 있으니 수리를 하든지 말든지 하라는 태도고 아님 이참에 아예 다른 모델을 구입 하라고 권유한다.

나는 카메라를 폐기 처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에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카메라 제조회사라서 마음이 아프고 또 잘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일본 보다 더 성장하고 이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일본의 카메라 시장을 이기는 것이라고 평소에 생각하던 나로서는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일본은 N사, S사, O사, F사, P사, C사, PT사 등 무수히도 많은 카메라 제조회사 있어 기술 축적과 노하우가 탄탄하다. 세계 어디에서나 메이드 인 재팬 제품이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는 셈이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S사가 있어 위안도 최면도 살려주는 유일한 카메라 인데 혼자서 독점하고 경쟁이 없는 것이 단점이며 안타까울 뿐이다. 제2, 제3의 카메라 제조회사 있다면 충분히 일본을 따라 잡고도 남을 기회인데 무슨 일인지 도전을 하는 회사가 없다. 한국의 L사 같은 경우에는 충분한 여력과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고 말았는데 또 한 번의 도전을 하여 국익과 회사의 이익 모두를 갖게 되길 바란다.

경쟁을 하는 업체가 적으면 적을수록 독과점의 병폐와 안일함의 늪에 빠지게 되므로 이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질 않는다. 일본 유수의 카메라 제조회사 같은 곳이 2, 3개만 되어도 한국은 일본을 뛰어 넘을 수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나아가 우주 항공의 로켓 추진체도 독자적으로 개발이 되는 시점에는 일본의 아성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원년의 해로도 기억 될 것이다. 이미 로켓 추진체는 차근차근 준비 되여 가고 있음으로 별 걱정은 하지 않지만 카메라만큼은 하루 이틀 만에 시장을 점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기술 확보와 초기 투자가 많을 경우에는 정부의 우선 기술자금 지원 형태로 라도 육성을 해 주기를 바란다. 회사는 나중에 사업이 잘되었을 때 정부에게 받았던 자금을 되 돌려주면 되는 일이고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또 다른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또 다른 정밀 산업의 육성의 기회로 삼는다면 서로가 손해가 되지 않는 사업 추진 인 것이다. 일본을 이기려면 카메라 제조에서 이겨야 하고 카메라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이미 전자 제품 생산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업체가 유리 한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어떤 업체가 언제 시작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질 뿐이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여권과 더불어 꼭 먼저 챙기는 것이 카메라 일 것이다. 세계인과 한국인이 여행을 할 때 메이드 인 코리아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는 그 날이 꼭 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이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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