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
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12 18: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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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원/남해 들꽃 자연의학센터 원장ㆍ미국 가정의학 전문의ㆍ전 미국 의과대학 교수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가 무엇인가 질문한다면, 모두들 심장, 폐, 아니면 뇌라고 답할 것 같다. 심장, 폐, 또는 뇌가 활동을 못한다면 잠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장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장, 특히 소장이 건강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 우리는 식도, 위, 소장, 대장을 통틀어서 소화기관이라고 칭한다. 소화와 관련이 있어서다.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하고, 흡수하고, 배설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소장의 역할이 소화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만 단순하게 생각했다. 최근에는 소장의 역할이 점점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몸의 중요한 면역 기관으로서, 그리고 우리 마음이나 신경 활동을 조절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기관으로 연구되고 있다.


엄마 뱃 속에 있는 태아는 무균 상태에서 10개월을 보낸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밖으로 나오면 그 순간부터 아기는 외부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세균에 노출된다. 출생 후 3일 째가 되면 노출된 부위에 모든 세균이 자리 잡는다. 입, 위, 소장, 대장, 코, 폐, 질 등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모든 장기에 세균이 노출되고, 이 세균들이 그 사람과 평생동안 살게 되는 세균의 집을 만든다. 이를 정상세균총이라 한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생후 3일 안에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세균은 우리몸에 병을 일으키는 나쁜 일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몸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간혹 항생제 치료를 오래한 어린 아이의 입속에 하얗게 백태가 끼는 것이나, 여자의 질 속에 하얀 분비물을 동반한 가려운 염증이 생기는 것은, 입이나 질 속에 있는 정상 세균들이 죽으며 곰팡이에 의한 염증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평소에는 정상 세균들이 점막을 보호하고 있어서 건강했는데, 항생제 치료를 오래해서 세균들이 모두 죽으며 평소에는 세균에게 꼼짝 못하던 곰팡이들이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소장, 대장내에 살고 있는 세균들은 모두 100~200조 마리 정도 되는데, 그 무게를 모두 합치면 1kg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이 장내 세균들을 분류하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유익균, 해를 끼치는 유해균,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균이 있다. 유산균, 비피더스균 같은 유익균은 우리 몸에 많은 이로운 일을 한다. 장은 최대의 면역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몸의 면역 세포의 70%가 장에 집중되어 있다. 이 세균들은 각종 면역 항체를 만들어 내어 여러 감염질환으로 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장내의 여러 침입자를 찾아서 죽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도와주며, 우리 몸에 필요한 효소나 비타민을 합성한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90% 이상이 장에서 분비되는데, 유익균들은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지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반면 웰슈균, 포도상구균, 대장균등은 유해균으로서 많은 해로운 일을 하는데, 장내 환경을 부패시키고 독가스를 발생시킨다. 암모니아, 페놀, 인돌, 유화수소 등의 독소는 우리 몸에 여러가지 질병의 원인을 제공한다. 유해균은 또 발암성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대장균은 대장에 있으면 당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위치 이동을 해서 방광으로 들어가면 방광염을 일으키는데, 방광염의 가장 많은 원인균이 바로 이 대장균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유해균을 줄이고 유익균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단백, 고지방 위주의 서구화된 음식이나 인스턴트 가공 식품등은 유해균을 늘린다.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 그리고 항생제나 진통제의 남용도 유해균을 늘린다. 어떻게 하면 유익균을 늘려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의 지혜로운 선조들은 많은 종류의 발효 식품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청국장이다. 청국장, 요구르트, 나토 등 천연 발효식품은 유익균을 늘린다. 식이 섬유와 올리고당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당근, 무우, 양배추, 시금치, 양파, 브로콜리, 부추 등의 각종 채소류, 연근, 우엉 같은 뿌리식물, 그리고 사과, 토마토, 감, 오디, 블루베리, 키위 등 각종 과일은 유익균을 늘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등 다섯가지 이상의 알록달록한 색깔의 음식이 갖추어진 밥상은 우리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줄 뿐 아니라,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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