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
날씨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17 19:0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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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시인ㆍ소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갑자기’라는 서술이 전혀 무리 없이 받아들여짐은 그동안의 날씨가 따뜻했었다는 얘기이고, 또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됐음을 나타내는 것일 터이다.


그렇듯 날씨가 추워지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나오자 사람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비로소 겨울날씨다워졌다며 환하게 웃음을 짓고 어떤 안도의 빛마저 띄운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되고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 된다. 겨울이 춥지 않고 여름이 덥지 않으면 자연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영위해나가고 있는 경제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첨단 시대라는 오늘에도 마찬가지일 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문제가 더더욱 증대할 수 밖에 없다.

기상이변이라는 말을 들어오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래다. 인간들의 경제활동으로 인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고 그것의 온실효과로 기온이 상승되면서 기상이변은 더욱 빈번해지고 그 강도 역시 점점 강해진다. 거기다가 작년부터 있었던 엘리뇨현상으로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이 발생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 역시 자주 접한다.

인간들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은, 가히 호흡 있는 모든 생물들은 저 아득한 태곳적부터 자연에 적응하며 생존과 진화를 이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구라는 행성은 또 그 나름의 여러 변화를 겪어왔고, 그 때마다 지구에서 기식하는 생물들은 기후의 부침에 따라 멸종과 탄생을 거듭하며 재편되어 왔다. 빙하기와 간빙기 따위를 거치고 또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는 혹성충돌을 겪으면서 생태계는 파괴되고 재편되면서 그 때마다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들은 적어도 몇 만 년, 몇 억 년이라는, 수학적 계산으로나 가능할 뿐이지 도저히 실감할 수 없는 단위의 것들이 아니겠는가. 그런 단위에 비하면 우리 인간들이 겪어내는 시간에서는 말 그대로 자연의 콧바람 한 줄기에도 생존의 문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형 화산폭발만 한 번 일어나도 성층권으로 올라가 퍼진 화산재로 인하여 햇빛이 차단되고, 그 때문에 지구의 평균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여 곡물가의 급등에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는 연구 결과는 익히 들어온 사실이다.

수치상으로는 아주 미약한 온도 변화이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고, 인간들은 그것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겨울이면 겨울답게 추워야 될 날씨가 엘리뇨현상의 영향으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자 그 여파가 경제와 산업으로 미치고, 그런 현상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뭔가 비정상적이다 싶어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갑자기 추위가 밀어닥치고 꽤 오랜 동안 계속되리라고 하자 몸을 잔뜩 움츠리고 떨면서도 비로소 겨울답다며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우리는 몸속에 오랜 세월에 걸쳐 체득된 자연환경 변화의 정상적인 평형점을 찾아가는 신경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있었던 파리기후변화 협약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무엇이 됐든 우리 몸속의 그 평형점을 찾아가는 신경체계가 작동하는 데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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