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이
동글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19 18:37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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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동글이는 우리집 고양이 이름이다. 얼굴도 동글, 눈도 동글 코도 동글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1대 동글이가 있었고, 2대 동글이가 있었고, 3대 동글이가 있었다. 우리 가족은 오늘 아침에 3대 동글이와 결별을 강행했다. 섭섭섭섭 시원하다. 많이 섭섭하고 조금 시원하다는 말이다. 딸아이는 아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 하고 있는데 누가 말만 걸어도 울먹인다. 저녁때가 되도록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다음에 잡종 말고 진짜 좋은 순종으로 한 마리 사자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빌어먹을.


1대 동글이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랑 줄무늬 고양이였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키우게 된 동기도 기억이 안 난다. 그때 어렸던 딸아이가 자고 있으면 공격을 하는 걸 보고 기겁을 해서 아이 없는 이웃집에 주어버린 기억은 난다. 역시 노랑색으로 2대 동글이는 누군가 키우기 어려웠던지 종이상자에 넣어 하필 우리집 앞에 놓고 가서 거두었던 고양이였다. 심하게 낯을 가려 장롱 뒤에 들어가더니 사흘간이나 나오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비실비실 하더니 죽었구나 짐작하고 묻어주기라도 해야지 싶어 애써 장농을 움직여 찾아냈다. “야아옹!” 죽은 줄로만 알았던 녀석이 힘없는 소리지만 자기 살아있다고 소리를 냈다. 얼마나 반갑든지. 어찌 되었든 내 집에 온 생명인데 잘 살아야지 죽어버리면 막말로 재수라도 없어지면 어떡하냔 말이지. 역시 오래된 일이라 처음 무얼 먹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어찌 어찌 달래서 물을 먹이고 밥을 먹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났다.

며칠 지나지 않아 버림받은 까닭이 드러났다. 귀에서 진물이 나고 냄새가 나고 까맣고 작은 좀 같이 생긴 벌레가 번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살아있는 몸에서 벌레가 번식하다니, 얼마나 징그럽든지. 서둘러 병원으로 가서 거금을 들여 치료를 하고 예방주사를 맞혔다. 의료보험이 적용이 안 되니 치료비가 비쌌다. 그 후 녀석은 말대로 무럭무럭 자라서 문밖에 나가 해바라기도 하고 덤블링도 하면서 놀면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며 보고는 “너 몰라보게 예뻐졌다!!”라고 귀여워해주었다. 지를 살려준 게 나라는 걸 아는 듯 나만 따랐다. 꼭 애기 같았다.

나는 십 수 년을 새벽 조깅을 하는데 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동글이2는 오히려 나보다 먼저 밖으로 빠져나갔던 모양이다. 내 발목 높이의 키 때문에 내 눈엔 잘 안 띄는 것이었다. 몇 번은 도로 안으로 데리고 왔는데 걔가 집을 나간 날은 동글이2가 나 먼저 밖으로 나간 줄 몰랐다. 나는 1시간이나 조깅을 하고 왔고, 동글이2는 사라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사람이 데리고 가버린 것으로 짐작이 된다. 걔는 밖으로 나갔다가도 문이 닫히면 열어달라고 문을 긁고 난리를 피운다. 아마 그날도 그랬을 것이고 지나가던 사람이 그게 안쓰러워 안고 가버린 건 아닌지.

동글이3은 이웃집에서 분양을 해준 고양이다. 턱시도인데 우리는 그냥 동글이로 이름을 지었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커서 잔일도 없어진 우리 부부까지 포함해서 네 식구가 모두 귀여워했다. 녀석은 나를 좀 싫어하고 겁을 내는 통에 나는 예뻐해 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또한 녀석은 꼭 사람과 몸을 부비며 함께 자려고 했다. 딸과 아들은 서로 데리고 자겠다고 다투었다. 동글이3이 세상모르고 편안하게 옆에 누워 자는 모습을 보는 건 나도 행복했다. 특히 딸은 자신의 사춘기 혼돈을 녀석을 사랑하며 극복해가는 중이었다. 아들은 아들대로 청춘의 고독한 밤을 녀석과 체온을 나누며 위로받았다. 근데 녀석에게는 한 가지 나쁜 버릇이 있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으면 이불에다 똥을 싸고 오줌을 싸는 것이었다. 일주일이면 한 두 번, 꼭 이불에다 오줌을 쌌다. 이 추운 겨울에 일주일에 두번 이불빨래를 한다? 미치는 거다.

동글이3과의 이별은 휴일 아침에 강도처럼 들이닥쳤다. 딸과 아들과 남편과 나도 함께 안방에서 도란도란 이바구를 하고 있는데 녀석이 휴일이라고 누워서 빈둥거리느라 아직 이부자리를 정리하지 않고 펴논데다 오줌을 싸버렸다. 순간 나는 너어무 화가 나버렸다. 잽싸게 도망을 갔기에 망정이지 그 순간 내 손에 잡혔더라면 이층 창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것은 화가 아니고 살기였다. 약 한 시간 동안 멍때리며 화를 삭이고 있는데 녀석을 분양받았던 집으로 도로 데려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딸과 의논했더니 딸도 동의해서 나는 즉각 그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다행히 분양했던 집에서 난색없이 도로 받아주어서 우리 가족은 동글이3과 이별을 했다. 계속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딸에게 다음에 순종 고양이를 사자고 달래봐도 소용없다. 속이 상한다. 나도 동글이가 보고 싶다. 안고 싶다. 딸과 나는 지금 냉전 중이다. 나는 딸이 먼저 동글이 없이는 못산다고 하며 다시는 안 그러게 할 테니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사과를 겸한 사정을 했더라면 그렇게 당장 보내버리지는 않았다고 딸에게 이별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딸은 데려다주고 와서 내가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동글이를 데려다줄 때엔 외출 중이던 아들도 돌아와서는 자기가 올 때 까지만이라도 기다려주지 않고 그렇게 급하게 데려다주었냐며 서운해 한다. 우리 가족은 지금 모두 동글이3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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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무 2016-01-19 21:55:33
ㅎㅎ....

저도 지금 강아지 두 녀석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기였을때 구조해 5년 넘도록 나의 딸로 아주 이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랍니다

녀서은 얼마나 영리하던지 단 5일 만에 완벽히 대소변을 가렸답니다.
그 후 또 한 녀석을 구조해서 올해 3살 된 녀석도 바로 대소변을 가렸네요....ㅎㅎㅎ

애완묘든 강아지든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은 참으로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같습니다
끝없이 기다려주고 친절히 도와주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