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의 시기를 조심하라
마(魔)의 시기를 조심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25 18:3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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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73, 84라는 숫자는 염라대왕도 싫어하는 숫자이다”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73세, 맹자가 84세에 세상을 떠난 것을 두고 중국인들이 이 숫자는 하늘이 내린 천수의 문턱이라고 여긴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 두 연령대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이 확실히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한낱 속설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주장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반복적으로 연구한 결과 사람의 생명이 주기적인 법칙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법칙이라는 것은 사람의 인생이 7, 8년을 한 주기로 해서 순환 반복하며 각 주기에는 생명 활동의 고점과 저점이 있다는 것이다. 즉 생명 활동이 고점에 이르면 몸의 상태가 건강하고 안정되면서 면역력이 강해지므로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적은 반면, 생명 활동의 사이클이 저점을 찍으면 건강 상태가 약해져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세상을 떠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7년을 한 주기로 하면 이 시기는 각각 7세, 14세, 21세, 28세… 84세이며, 8년을 주기로 하면 8세, 16세, 24세, 32세… 72세가 된다. 73세와 84세의 두 시기는 고희를 넘긴 나이여서 인체의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데다 생명주기의 저점에 가까워서 세상을 떠날 확률이 당연히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질병이 발병하고 악화되는 것은 특정 시간대와도 관계가 깊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력이 취약해지면 병마에 넘어지기 쉬운데 이것이 특정 시간대와 관계가 많아 이를 가리켜 ‘마의 시간대’라고 부른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바로 이 ‘마의 시간대’가 모두 7, 8이라는 숫자와 관계가 많다고 한다.

하루 중 마의 시간대는 아침 6시∼9시이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면 최초의 ‘마의 시간’인 아침 6∼9시를 보내게 되는데 이때는 심장병, 중풍,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에서부터 종양 등의 질환이 극성을 부리며 악화되는 시기이다. 세계보건기구가 4,769건의 심근경색 증상을 조사한 결과 그중 28%가 아침 6시∼10시 사이에 발병함을 알게 되었다. 하루 중 우리 몸이 가장 위험해지는 시간대는 동틀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이 동틀 무렵에 혈압과 체온이 낮아지므로 혈액순환이 느려져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고 근육이 이완되어 뇌중풍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새벽에 사망하는 사람이 전체 사망자의 60%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주일 중 마의 시간대는 월요일이다. 심장 뇌혈관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요일은 월요일이다. 그래서 월요일을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심장 뇌혈관성 질병의 발병률과 사망 위험이 다른 요일에 비해서 40%나 높다. 핀란드의 한 전문가는 중풍 발병률이 가장 높은 요일은 월요일이며 일요일은 최저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달 중 마의 날짜는 음력 15일 보름날이다. 한 달 중 생명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날짜는 음력 15(7일+8일)일 무렵인데 이는 천문(天文)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 하늘의 달은 바닷물을 끌어당겨 조석간만의 차를 일으킬 만큼 흡인력이 강하다. 따라서 사람 몸속의 혈액에도 충분히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월 달이 가장 높게 뜰 때면 혈압이 돌연 낮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혈관 내외에 압력의 차이가 생기면서 심혈관계에 돌발적인 사고가 생길 수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달이 꽉 찼을 때 외과 수술을 하면 출혈량이 많아지기도 한다고 한다.

1년 중 가장 위험한 기간은 가장 덥고, 가장 추운 시기이다. 즉 혹서(酷暑) 때와 혹한(酷寒) 때에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중국의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20여 명의 황제 90%가 가장 더운 7, 8월과 가장 추운 12, 1월에 사망했다는 사실은 바로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염라대왕도 싫어한다는 73세와 84세는 생명주기의 저점으로 사망률이 비교적 높은 위험한 시기이므로 어느 때보다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일기예보에서는 혹한이 계속된다고 한다.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는 한 편 좋은 생활 습관을 기르면서 ‘마의 시기’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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