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특별한 이별방법
우리만의 특별한 이별방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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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미로/산청 간디고등학교 3학년
우리학교에 떠도는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지리서 ‘택리지’를 보면 ‘외송리에는 미친바람(狂風)이 분다’라고 기술 되어있다는 이야기죠. 우스갯소리인지 아니면 진실인지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그만큼 학교에는 바람이 많이 붑니다.

특히 지금 이 시점, 즉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는 정말 사정도 없이 불어옵니다. 오늘도 엄청나게 불었는데요, 아침에 옷을 따뜻하게 챙겨 입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있구나’란 생각과 함께 ‘잠깐, 졸업이 코앞이네!’라는 깨달음도 얻었죠. 12월 17일 축제를 하고 바로 방학이니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것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 시기가 되자 많은 학생들의 마음이 복잡 미묘한 것 같습니다. 3학년들은 떠나야 해서, 1, 2학년들은 떠나보내야 해서 아쉽지요. 그래서 오늘은 간디의 새로운 이별방법, ‘합창’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처음 이 기획을 준비하신 것은 음악 선생님이셨습니다. 바야흐로 작년 2학기, 선생님은 축제 때 전교생, 전교사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한 해를 마무리 하면 참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이 생각을 식구총회 때 함께 나누었고 결국 선생님을 지휘자로 하는 ‘간디 합창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좋은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진행을 할 때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단체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반대했던 학생들은 강압적인 활동이라며 불만을 터트렸고 귀찮은 학생들과 함께 연습을 빠지곤 했습니다. 합창은 함께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노래실력보다 오래 호흡을 맞추어 연습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한두 명이 빠져도 소리가 미묘하게 어긋나는데 연습을 빠지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꽤 많았죠.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축제 때 망신이나 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앞서서 연습을 독려하고, 학생들을 모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3학년들이었지요. 3학년들이 각 파트(테너,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의 ‘장’이라 느꼈을 책임감도 있습니다만 제가 봤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 보였습니다. 의미 있는 이별을 하고 싶고 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들을 기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3학년들은 언니포스를 뽐내며 입김을 발휘하며 열심히 아이들을 독려했고 결국 모두들 열심히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축제 때 아름다운 합창을 해낼 수 있었죠.

올해는 제가 테너파트의 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역시나 작년처럼 불만인 친구, 귀찮은 친구들이 있더군요. 하지만 저 역시도 작년 3학년처럼 올해 이 합창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새로운 아름다운 추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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