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우리 모두는 인생을 살면서 새로운 일이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 어떻게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배움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이 배움의 과정에서 혹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하수(下手), 중수(中手)그리고 고수(高手)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40대 들어서면서 시작한 골프가 벌써 9년째에 접어든다. 내년은 10년째이니 뭔가 결실이 나타나 나름 고수에 반열(班列)에 오르고 싶지만 늘 마음만 앞서가는 기분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골프계에서의 하수는 90∼100타 정도, 중수는 80∼89타, 고수는 70대 타수를 보이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물론 나이에 따라, 구력에 따라, 기술에 따라 그리고 그 날의 운(運)에 따라 달리 분류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분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골프 타수에서 나타난 점수를 바탕으로 무엇이 하수, 중수 그리고 고수가 되게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생각은 단 한가지로 그것은 바로 ‘배우는 자세나 마음가짐’에 있다고 본다. 배우는 자세에 따라 혹은 마음가짐에 따라 그 사람의 실력이 빨리 향상되는지, 아니면 더디게 향상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는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비록 골프라는 운동만이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나이와 구력이 많아도 잘 안되는 것이 골프다. 오죽했으면 ‘이 세상에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할까! 첫째는 자식이고, 둘째는 골프란다. 오히려 자식보다 골프가 더 마음대로 안될지도 모른다.
세상의 이치가 무엇이든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면 변한다고 하는데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더 안되는 것이 이 놈의 골프라고 골프인들은 아우성이다. 아마도 더 안되는 것이 아니고 더디게 변하고 있는데 자신의 기대수준이 높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대가가 워낙 미미하다보니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를 하수, 중수, 고수로 계급짓게 하는 배우는 자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이든 하수일수록 열심히 한다. 그것도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연습장에서 죽어라 힘주어 공을 때리고 있다. 그것도 사부(師父)도 없이 말이다. 이렇게 하는 연습이라면 차라리 않는 것이 낫다. 죽어라 힘주어 치는 연습 백날이면 분명히 어딘가가 탈이 난다. 손가락이 까지든지 허리가 아프든지 아니면 갈비뼈가 탈이 난다. 반면 중·고수일수록 현명하게 연습을 한다. 주변에 지켜봐주는 사부도 있고, 동료도 있다. 심지어 거울도 있다. 그리고 공은 때리는 것이 아니고 어루만지듯 살살 다루어야 멀리 가고, 정확히 가는 줄도 안다. 심지어는 깔작거리듯 하는 작은 스윙보다는 큰 근육을 사용하는 굵은 스윙을 해야하는 것도 안다. 그리고 골프는 거리 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심지어 머리는 낮추는 겸손(謙遜)도 안다. 실제 필드에 가서는 매너가 있고 동반자를 배려하는 여유로움이 더욱 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고수(高手)’라고 부르고 ‘내공(內工)이 쌓인 사람’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골프계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사에서도 현명한 사람일 것이다.
오늘도 연습장에서 사부도 없이 죽어라 힘주어 공을 때리고 있는 하수들은 생각부터 바꿔야 자신과 골프가 행복하다. 잠시 쉬며 커피도 한잔하고 담소도 좀 나누고 변화하는 주변의 계절도 만끽하면서 좀 여유있게 연습하자. 공 몇 개 더 친다고 금방 실력이 나아지고 열심히 한다고 실력이 나아지면 당장 더 치고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기에 천천히 여유롭게 가자는 것이다. 천천히 가야 골프가 보인다. 골프도 마라톤도 처음에 너무 빨리 뛰면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다. 높은 산일수록 절대로 뛰어오르지 않음을 명심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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