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감춰진 특별한 재능
자녀의 감춰진 특별한 재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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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진주보건대학 관광계열 교수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는 가히 세계적이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아이의 교육이 삶의 목표가 된다. 축복 속에 탄생한 새 생명의 모든 행동 하나 하나에 부모의 감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처음 옹알이를 하고, 기고, 서고, 걷는 그 순간들이 너무도 경이롭기까지 한 것 역시 모든 부모가 갖게 되는 마음이다. 새 생명이 태어나 성장해가면서 너무도 당연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눈에는 특별한 행동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사소한 동작 하나, 한마디의 말을 반복적으로 가르치고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특별한 재능’을 확신하게 된다.

첫 기대에 대한 확신은 더 큰 기대를 낳게 되고 집착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성장하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보통은 그 ‘특별한 재능’에 대한 확신은 점차 실망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그 원인을 교육의 부족, 특히 상대적 교육의 부족에서 찾게 된다. 그래서 자녀의 재능과 관계없이 남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이든지 함께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과정에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기에 앞서 아직 어리기 때문에 스스로 올바른 판단이 어렵다고 생각하며, 자녀의 의사와 관계없이 아이의 재능 역시 온전히 부모의 관점에서 결정하고 만다.

이런 사고는 아이는 점점 성장해 가는데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적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생각하여, 더욱 더 자녀 교육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됨에도 불구하고 부업을 감수하면서까지 사교육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으면서도 늘 상대적 비교에 사로잡혀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단어는 아마도 ‘공부’일 것이다. 부모로서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교육투자를 했기에 이제 스스로가 ‘공부’에 몰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공부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거나 닦음’이다. 학문과 기술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진화한다. 과거에는 학문이나 기술로 인정을 받지 못하던 것이 오늘날에는 인정을 받는가 하면, 과거에는 학문의 한 영역으로, 기술의 한 부분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세대의 기준에서 판단한 학문과 기술을 자녀들에게 강요한다면 아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공부’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부모가 삶의 목표로 삼는 교육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지식을 가르치고 품성과 체력을 기름. 성숙하지 못한 사람의 심신을 발육시키기 위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계획적, 조직적으로 행하는 교수적 행동’이다. 이 가운데 오직 ‘지식’만이 교육의 전부로 생각하며 품성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의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교육이다. 특히 품성에 대한 교육은 가정의 교육이 절대적이다. 자녀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의견을 존중하며 대화의 상대로 인식할 때 올바른 품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와 사교육기관에 쉴틈없이 자녀를 보내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특히 학교의 성적이 우수하기만 하다면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은 경계를 해야 한다. 현재 고3들에게 예체능교과목이 사라진 것도 오직 ‘지식’만을 교육의 전부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생각의 결과 때문이다.

이 시대는 무엇이든 한 가지만을 잘 하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자신의 자녀에게만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의 행동과 사고가 반사회적이거나 반윤리적이거나 반도덕이지 않다면, 보다 너그럽고 관대한 마음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감추어진 자녀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녀의 교육은 부모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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