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섭다
사람이 무섭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1.31 18:3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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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시인ㆍ소설가

예로부터 우리는 사람이 갖고 있는 본바탕을 인성(人性)이라 하여 수성(獸性)과 구별하여 왔다. 즉 인성이 아닌 것은 수성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사물이나 만물이 갖는 본바탕의 성질을 이야기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인성에는 지켜야 될 도의(道義)나 마음에 쌓아야 될 덕성(德性)이 포함되며, 바로 그것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인성(人性)은 곧 인성(仁聖)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인성이 어느 때부터인가 사납고 흉포하게 변해버렸다. 차마 인성이라 부르기에 우리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물론 과거에도 인성이 아니라 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날 같지는 않았었다. 요즈음은 길을 나서는 것이 두렵고,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예측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사람들을 만나야 된다는 것 자체가 꺼려질 정도다. 멀쩡한 사람도 혹시나 싶어 일단은 의심부터 해보고 거리를 두며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변한 것이다.

물론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에서 일어나는 재해나 어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혹은 실수 같은 것들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모질어져버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때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절망스러워지곤 한다.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그런 우울한 소식들에 우리의 마음은 당하지 않아도 될 혹사를 당하고 있다. 아동학대 정도를 넘어서서 자신의 친자식을 죽이는 살인행위에 그 사체를 훼손하여 냉동 보관했다는 소식.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각종 패륜 범죄. 아무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인명을 살상하는 묻지 마 범죄. 자신이 가는 길에 좀 방해가 됐다고 끝까지 쫓아가 행하는 보복운전. 길을 가다가 어깨가 부딪쳤다고 주먹부터 내지르는 폭행. 어디 그런 것들뿐인가? 남이 평생 동안 애써 모은 돈을 단 몇 마디로 가로채가는 보이스피싱이며 각종 사기범죄들. 부모형제간에 재산다툼을 벌이다가 끔찍하리만큼 저지르는 만행들. 그런 것들을 대하노라면 정말 믿을 만한 곳도 없고, 누구 하나 마음 붙일 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어쩌다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무서워졌는가. 이런 상황들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 우리는 비약적으로 발달한 문명세계에 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세계는 너무도 급속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것은 인류사 전체를 놓고 보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수만 년 동안 이어져 오는 인류사에서 문명발달의 역사는 짧으면서도 점점 가속도가 붙어왔고, 그러더니 요즈음은 자고 깨면 세상이 달라져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불과 한두 세대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못했던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모두가 가속도에 치어가며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일 것이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면서 우리는 뒤돌아보는 것을 잊었다. 인성은 반추(反芻)로부터 비롯된다. 지난날과 일들을, 그 속에서의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고 음미하다보면 자연스레 수성(獸性)과는 다른 인성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앞만 보고 달리느라 뒤돌아보는 것을 잊었으니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라도 우리는 되돌아보는 법을 되찾고 어린 자녀들에게도 그것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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