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手帖)을 기록하며
수첩(手帖)을 기록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10 18: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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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ㆍ시조시인

해마다 12월 중순이면 나는 수첩을 사러 문구점에 간다. 1년 동안 학교일이며 개인 일을 기록해 나가는 어떻게 보면 일기와도 같은 수첩이다. 먼저 수첩을 사면 12월엔 앞에 있던 수첩에서 옮겨 적을 것이 있으면 가능한 모든 것을 옮겨 적는다. 그리고 다음해에 해야 할 일이라든지 아니면 계획된 일이 있으면 날짜에 맞게 써넣기도 하고 별도의 줄이 있는 쪽에 기록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새해를 맞이하면 그 수첩으로 한 해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몇 년전 사천에 있는 개인이 운영하는 교육박물관에 간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시다가 퇴임한 분이었는데 부모님이 물려주신 농촌의 커다란 땅에 많은 식물을 심고 자그마한 집에는 잘 정리되게 다양한 교육서적과 교육관련 많은 물건들을 모아 두었었다. 자신이 기거하는 집 외에 서너 채의 건물에 교육물을 두고 그 외에도 민속품을 정리해서 교육의 효과를 보고자 하였다. 특히 선생님은 몇가지를 강조하며 자랑하셨는데 첫째가 몇십년을 일기를 써놓은 것이었다. 지금도 일기를 쓰고 계신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고 여겼다. 뒤에 선생님은 우리나라 기록물 전시회에 일기를 내놓아서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 옆에다 전시를 해 놓았다고 자랑이 대단하셨다. 그리고 편지를 구분하는 통이 있었는데 월별로 놓아두고 1년이면 모아서 정리를 한다고 하셨다. 즉 편지를 쓰면 보내는 편지는 복사본을 만들어서 넣어두고 받은 편지와 함께 정리를 하셨다고 하니 얼마나 꼼꼼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 여기는 것이 있었는데 중학교 때에 만들어 발간한 문집을 잘 보관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가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것을 친구가 빌려가서는 뜯어서 복사를 함으로써 책이 망가져버렸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빌려가서 주지를 않아서 돌려받는다고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다고 하니 그 심정을 알만하다. 빌려간 사람이 어찌 그것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 것인가?

가끔 우리민족을 기록도 하지 않고 역사물을 아무렇게나 한다고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다. 일본은 꼼꼼히 기록하고 모든 것을 잘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되돌아보자 우리 민족만큼 기록하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게 생활한 민족은 세계의 어느 나라 민족도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와 기록물을 자기나라로 빼돌리고 우리나라 민족에게 정신적으로 세뇌교육을 시켰다. 그것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서 아직도 우리나라 민족은 일본 민족을 우월하게 보고 우리나라 민족을 비하하는 말과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되살려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그것을 기록한 책을 가지고 있고, 또한 가장 우수한 지능과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민족임을 말이다. 옛날 역사를 보면 영토를 정벌하고 힘이 센 민족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약소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는 어느새 병합되어 없어지는 것도 다반사로 볼 수 있다. 한때는 웅장하고 뛰어난 민족의 역사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지금의 지구 역사를 보면 서구의 강대국의 역사임도 알 수 있다. 신대륙의 발견, 인쇄의 창시 등등 많은 것이 서구의 역사대로 기록하고 있다. 원주민이 살고 있는 대륙을 서구인들이 새롭게 발견했다고 하는 것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수첩에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기록하는 일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는 것이 더 넓게 말을 하고 말았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하고, 쓰도록 잔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자신은 쓰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우수한 민족성을 되살리는 밑거름을 넣을 수 있을까? 어른들은 일기는 아닐지라도 수첩 한권이라도 그 때 그 때 기록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봄은 어떨까? 그러면 우리의 어린세대들도 일기를 쓰는 일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나는 해마다 쓴 수첩을 모으고 있다. 벌써 10권에 가까이 다다르고 있어 간혹 그 수첩을 보면서 내가 한 일도 되돌아보기도 한다. 요즈음에는 스마트폰에 일정을 관리하는 앱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좌우튼 어떻게 하든지 항상 기록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편리하게 하고 신뢰를 이끌 수 있는 일임은 자명한 일이다. 아울러 그 것을 연말이 되면 별도로 모아서 관리하여 나의 역사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은 일일 것이다.

이러한 사소한 작은 일에서부터 챙기는 버릇을 심어, 세계에서 으뜸가는 우수한 민족임을 우리 모두가 항상 가슴에 되새기고, 자라나는 자손들에게도 심어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가 다시금 훌륭한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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