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惠子)와 장자(莊子)의 논쟁법
혜자(惠子)와 장자(莊子)의 논쟁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15 18:1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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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만나는 상대는 감정에 충실한 보통 사람이고 일부는 편견과 교만과 허영이 가득한 보통 이하의 사람이다. 성인군자는 타인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보통 사람과 보통 이하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당신이 틀렸어요”라고 말하고 싶을 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보라. 자신 역시 타인의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상대방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논리적인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충고에 상처받는다. 고치기는커녕 상대방이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에 반격할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큰 금기이다.


혜자는 중국 전국시대 중기 때의 송나라 사람이다. 저명한 정치가이자 철학자이고, 명가사상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혜자는 친한 친구인 장자와 자주 모여서 함께 토론했다. 장자는 똑똑함의 최고봉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와 도를 논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혜자는 그런 장자와 유일하게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수시로 논쟁을 벌였지만 변함없이 사이가 좋았다.

어느 날 장자와 혜자는 호수에 있는 다리를 유유히 걸었다. 장자는 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물고기가 한가롭게 이리저리 헤엄치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구나!”라고 감탄했다. 혜자가 반문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가 즐거운 것을 아는가?”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가?” 혜자가 설명했다. “난 자네가 아니니 당연히 자네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네. 하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니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이 명백하네” 장자가 대답했다. “이야기를 다시 앞으로 돌려보지. 자네가 자네는 물고기가 즐거운 것을 어떻게 아는가? 라고 말한 것은 내가 물고기가 즐거워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고 물은 것이네. 그러니 난 호수의 다리 위에서도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다네”

혜자와 장자는 모두 자신의 생각을 고수했지만 논쟁 중에 “자네 생각은 틀렸어. 내 생각이 맞아”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것이 두 사람이 줄곧 논쟁을 벌이면서도 감정이 상하지 않는 원인이다. 혜자와 장자는 평생 논쟁하면서도 서로 존경했다. 혜자가 죽은 뒤에 장자는 그의 무덤 앞을 지나면서 한숨을 지었다. “자네가 떠나는 바람에 난 적수를 잃었고 토론할 사람도 없다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이론과 데이터로 타인을 설득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 자신의 생각이 절대 진리이고 타인의 의견은 경청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이외로 많다.

목소리를 키우고 정서를 자극하는 것보다 장자와 혜자처럼 서로 교류하고 존중해야 한다. “당신 틀렸어요”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 땐 인내심과 지혜를 최대한 발휘해서 말을 속으로 삼키자. “당신 틀렸어요”라는 말을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라고 바꾸어 보자. 사람은 고집이라는 것이 있어서 “당신이 틀렸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신경이 자극되어 눈에 쌍심지부터 켜면서 “너는 뭐 잘난 게 있어!”하고 되받아 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이치를 설명해도 소용이 없으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루쉰(魯迅)은 “말을 가리지 않고 하는 병의 근원은 생각할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있을 때 생각을 안 하는 것에 있다”라고 했으며, 맹자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면 다른 사람도 그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모든 사람을 존경하면 다른 사람도 그를 똑같이 존경한다(愛人者, 人恒愛之 敬人者, 人恒敬之)”라고 했다.

중국 속담에 “천추의 공로와 죄과는 뒷사람이 평가한다”라는 말이 있다. 개혁 문제로 이 나라가 너무 시끄럽다. 매사 지나치게 숭배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모두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자기들에게 조금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거리로 나가서 선동하면서 민생을 돌보지 않는 이 나라 정치꾼들을 보면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이 나라 지도자라는 이들이 편견과 아집을 버리고 좀 더 깊이 있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예의를 지켜가면서 논쟁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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