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자
감사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16 18: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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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원/남해 들꽃 자연의학센터 원장ㆍ미국 가정의학 전문의ㆍ전 미국 의과대학 교수

해마다 여름철이면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을 하곤 했다. 케냐, 탄자니아, 말라위, 가나 등 여러나라에 다녀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된다. 그 중 어느 나라를 가던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가가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다. 종종 현지 의과대학생들이 일을 돕기도 하고, 현지 의사와 함께 진료하기도 한다. 그들을 보면서 놀랄 때가 많다. 너무나 똑똑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프리카가 아닌 선진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이 좋은 머리를 가지고 얼마나 훌륭한 일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아무 것도 없고 가난 밖에 없는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그래서 그들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둘째는 그들 마음과 내 마음의 차이에서 오는 부끄러움이다. 나에게서는 그들과 같은 깨끗하고 해맑은 웃음이 안나온다. 교양과 체면이라는 허울좋은 명분하에 나오는 점잖은 웃음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하루 세끼 어려움 없이 넉을 수 있는 나라는 1/3이 안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는 더 가난하다. 그 가난 속에서 그들은 맑게 웃고 작은 것에도 감사한다. 나에게 없는 그 순수함과 무소유에 대한 낙관이 나를 창피하게 만든다.


며칠 전 신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당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까?” 하고 행복지수를 조사해 보니, 행복하게 느끼는 사람이 3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보편적으로 선진국일수록 행복지수는 낮고, 못사는 후진국일수록 행복지수는 높다. 잘살고 못사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필요한 물질이 많고 적음일까? 아무리 물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면 불행한 것이고, 아무리 가난해도 난 행복하다 느끼면 행복한 것이리라. 우리는 밥 먹기도 어려운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먹고 싶은 밥만 충분히 먹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나도 그것에 감사함을 느끼거나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고,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질 것과 더 높이 올라갈 것을 요구받으며 살아왔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지상 최대의 가치가 되었고, 그것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는 사회에서 살고 있고, 또 그렇게 교육하고 있다. 그 결과 서로를 보듬고 위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경쟁하고 다투는 삭막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스트레스는 홍수처럼 범람하고, 그 결과 원치않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많은 환자들도 생겨난다.

헝가리 태생의 내분비학자인 한스 셀예 (Hans Selye, 1907-1982)는 평생 스트레스 연구에 힘썼고 노벨의학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건강에 필요한 스트레스를 Eustress라 명명하고,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를 Distress라 이름한 사람이다. 말년에 그가 하바드대학 졸업식에서 초청 연설을 한 후 질문을 받았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가장 큰 적이라고는 다들 아는데, 이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꼭 한가지를 해야한다면 무엇을 해야합니까?” 하는 질문이었다. 그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Appreciate!”, “감사하라!” 였다. 영어에 감사를 표현하는 단어는 appreciate 와 thank가 있다. ‘Appreciate’에는 바르게 평가하다, 가치를 인정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단순한 감사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니 너무 감사하다는, 그 사람을 인정하고 가치있게 평가하는 깊은 의미가 있는 단어이다. 백화점에서 지나는 사람에게 마음없이 고개 숙여 감사하다고 말하는 감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 건강을 해치고 내 삶을 삭막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를 퇴치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란다. 그것도 마음 깊이 고마움을 헤아려 감사하는 것이란다.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행복의 역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고 사실이다. 물질 세계에는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 동안 전세계가 놀랄만큼 큰 경제적 성장을 했다. 하지만 우리들 마음에 있는 감사함이나 행복감은 그와 반비례해서 점점 더 줄고있는 것이 참 슬프다. 오늘 부터는 감사해보자. 마음 중심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헤아리는 감사를 해보자. 나 자신의 삶에도 감사하고, 내 아내에게도, 내 남편에게도 감사해 보자. 내 이웃, 내 동료, 직장 상사나 후배 모두에게 감사해 보자. 내가 살고 있는 이 고장, 이 나라에도 감사하면서 살아보자.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세로토닌과 엔돌핀이 콸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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