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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주의 독립군 무명용사이다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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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8  18: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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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명용사이다. 내 나이 지금 25살, 여기는 만주 길림성 어느 산골짝에 위치한 산채 독립군 기지, 나는 서문 쪽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지금은 밤 11시, 보름달이 떴다. 고개를 드니 차디 찬 달 속에 어머니와 아내,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눈가의 그리움이 달을 덮는다. 보급 담당하는 박상등이 준 장갑이 헐어져 손가락이 다 나왔고 바지는 자주 집어 실밥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이다. 군화 밑은 낡아서 노획한 일본군 군화밑창을 떼어 갈았다. 머리카락은 씻을 물도 모자라 다 깎았다. 외투는 전사한 선배의 것이다. 어깨에 짊어진 잘 닦은 장총 끝에서 빛이 난다. 귓가에 스치는 바람은 시리기보다 아플 정도로 피부에 스며든다.

문득 아이들이 보고 싶다. 내 고향은 경상도 진주에서 가까운 반성 면이다. 두만강을 건너 천신만고 끝에 이곳에 왔다. 가슴에 심어둔 독립이라는 칼이 없었다면 나는 여기까지 올 수가 없었다. 심야에 강을 건넜는데 강어귀에는 나 같은 이를 마중 나온 아낙네가 있었다. 등에 아이를 업은 젊은 아내가 만주로 향하는 남편의 손을 잡고 살아만 돌아 오소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눈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3.1운동 때 일반성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어른들이 끌려가 헌병들에게 맞아 죽거나 감옥에 갇혔다. 장이 열릴 때마다 장터에는 일본헌병들이 독립운동을 하면 어떻게 된다는 경고문을 붙이고 다녔고 툭하면 젊은이들을 주재소에 끌고 들어가 칼로 위협을 하면서 무차별 구타를 반복하였다. 가을 수확기에는 나락을 전부 빼앗아갔다. 좋다 싶은 건 모조리 쓸어가는 그들이었다.

나라 잃은 설움이 나의 발끝까지 내려왔을 때 나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예같이 사느니 싸우다 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 곳을 자원해서 왔다. 후회는 없었다. 떠나올 때 어머니는 나를 붙들고 “네가 독립운동을 하러 가면 이 어린 아이들과 네 처는 누가 돌보냐, 네가 간다고 나라를 되찾을 수가 있느냐, 나라가 망한지 10년인데 네가 자청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말리셨다. 하지만 나는 내안에서 나를 향해 절규하는 나를 뿌리칠 수가 없어서 이곳을 선택하였다. 이곳엔 나보다 더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팔이 하나 없는 사람, 부모님이 수감 중인 선생님이셨던 분, 스무 살도 안 된 여자, 50이 넘은 병사들, 우리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조국 광복의 일념이다. 우리는 헐거워진 군복 상위 안쪽에 늘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닌다. 수첩 첫머리는 누군가 그렇게 써 놓았다. “우리는 천손의 백성이다. 천손의 백성은 천지를 알고 사람을 아낀다. 흉악무도한 일제를 박멸하고 천손의 땅에 광명이 비치도록 하자.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자, 가자 독립의 그날까지” 다음 장은 천손임을 증명하는 하늘의 가르침인 천부경 99자가 선명하고 뒷장에는 삼일신고366자가 이어져 나온다.

언제부턴가 이 수첩을 열면 나의 몸은 온기를 느낀다. 여기는 정말 춥다. 영하 20도가 거의 매일이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감기를 달고 살았다. 계속되는 훈련으로 적응은 하였으나 일본군과의 잦은 교전으로 우리는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죽음을 어깨에 메고 다닌다. 여기서 얼마나 지내야 할까, 조국 광복을 그리며 악을 쓰고 달리지만 무척 힘이 든다. 하루 두 끼도 먹기가 어려워 군비를 아껴야 한다. 이곳을 지휘하는 김정령과 최부령은 만주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독립군과 군자금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일본군들의 우리소멸 작전은 더욱 거세어져 간다. 우리는 과연 독립을 할 수 있을까, 두렵고 두렵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일, 이미 남도부터 함경도까지 차지한 일본이 이제 중국까지 노린다는 말을 듣고 너무도 분해서 치를 떨었다. 하지만 일제 너희들이 어찌할 수 없는 우리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주먹을 쥔다. 이 주먹은 세상 누구보다도 강하다. 너희들의 탐욕은 반드시 약점을 드러낼 것이고 그 약점은 너희들을 무너뜨릴 것이 분명하다. 나는 그 때를 기다린다. 너희들이 잠든 시간 나는 지금 여기에 서 있다. 나는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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