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유기동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21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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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시인ㆍ소설가

추운 날이 계속되자 떠도는 유가동물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다. 추운 날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여린 심성에 무심히 넘어가지 못한다. 그리하여 허술하나마 상자에 헌 담요 따위를 덮어 잠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먹이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더러는 몇 마리씩 데려다 직접 기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그와 같은 행위를 극력 반대하고 저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동물들이 더 꼬여든다는 이유에서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어디서나 대립적인 면이 있게 마련이고, 그렇게 우리 사회는 구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곧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통용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유기동물에 관한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래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어느 정도 풍요로워지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그것은 곧 우리에게 여유가 생기자 애완동물 따위에 눈을 돌려 그것들을 들여다가 애지중지 기르다가는 기대했던 가치가 떨어지게 되거나 어떤 여건이 바뀌어 곤란해지면 가책도 없이 말 그대로 버렸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가정하여 이 지구상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홀연히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상당수의 동물들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거라고 한다. 그리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쥐들조차도 인간이 사라지고 나면 상당수가 살아남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들의 경제적 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이 곧 저들의 생존 조건 중 으뜸인데 그게 사라지면 먹이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러고 보면 인간은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살아간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들은 식물들도 인위적 교배를 거듭하고 선택적 식재(植栽) 따위를 통해 품종을 개량해 왔고, 자연 상태에 있던 동물들 역시 필요에 따라 인간에게 맞게 개량해 왔다. 인간들의 필요에 따라 길러지는 가축들이나 거기서 더 나아간 애완동물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그 결과 그들은 인간이 아니면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얼마 전 호주의 한 농장을 탈출했던 양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탈출한 지 육 년여 만인가에 돌아왔는데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할 정도로 털이 엄청나게 자라 있었다는 것. 털을 필요로 한 인간들이 품종을 개량해온 탓에 그 양들은 털을 깎아주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개나 고양이들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에 걸쳐 품종을 개량하고 길들여 왔기에 인간의 손길을 떠나서는 살아남기가 힘들게 돼버렸다. 다른 애완동물들 역시 그러하고.

그런데 반려동물이라 해서 데려다 기르며 가족처럼 생활하던 그것들을 병들거나 효용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일말의 가책도 없이 버린다. 불과 몇 달 전에는 부산에서 멸종위기종인 원숭이가 발견되어 뉴스를 타기도 했고 그와 유사한 일들이 더러 있었다. 인간의 욕심과 변심이 빚어낸 일 아닌가. 멸종위기종에까지 손대서는 안 될 일이지만, 필요에 의해서 사람 손길이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데에다가 더욱이 가족처럼 지내던 동물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도 갈수록 도시의 후미진 곳을 떠도는 유가동물이 많아지고 있으니 무어라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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