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함정
유혹의 함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22 18:3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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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세상에는 많은 유혹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술·색·재물은 가장 큰 유혹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유혹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심하게는 스스로 뛰어들어 술에 몸을 망치고, 색에 정기를 빼앗기고, 재물에 화를 당하고 난 뒤에야 뒤늦게 후회한다. 유혹을 억제하는 것은 인생의 큰 과제이다. 사람의 가치는 유혹을 받을 때 결정된다.


중국의 시인인 류리(劉立)는 인생산곡(人生散曲)에서 「유년시절을 벗어난 사람의 몸에는 법, 기강, 도덕이라는 세 개의 줄이 있는데 이 중에 하나라도 끊어지면 영혼과 육체가 고통의 심연에 떨어진다.」고 했다. 즉 이 세 개의 줄이 끊어지면 시련이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중국 진(晉)나라 오은지(吳隱之)라는 사람은 광주 태사(太師)로 있을 때 광주성 밖에 있는 ‘샘물을 마시면 사람이 탐욕스러워져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 하여 현지사람들은 이 샘물이 귀신에 씌었다고 하여 감히 마시지 않는다는 ‘탐천(貪泉)’이라는 샘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렴결백한 오은지는 ‘탐천’의 전설을 믿지 않았다. 그는 깨끗한 마음만 잃지 않으면 어떠한 것에도 더럽혀질 수 없다는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현지인들이 미신을 깨고 ‘탐천’의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모인 앞에서 표주박으로 물을 떠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시를 지었다. “옛사람들이 이 물에 대해 말하길 한 번 마시면 천금을 탐내게 된다고 하네, 백이(伯夷) 숙제(叔齊)에게 마시게 해보지. 그래도 그들은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

‘탐천’의 물을 마셨지만 탐욕스럽게 변하지 않은 오은지의 고사는 천고에 전해지며 유혹을 참는 것에 대한 본보기가 되었다. 그가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배에 실은 짐은 그가 처음 부임했을 때처럼 간소했고, 늘어난 살림이라곤 부인이 산 침향나무 한 근이 전부였다. 그는 출처가 불분명한 짐은 강물에 버렸다. 청렴하고 선량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된 그는 백성들의 귀감이 되었다. 세상에 오은지 같은 사람은 극히 적다. 어떤 사람은 작은 일은 괜찮다 여겨 작은 편의를 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대담하게 큰 편의를 본다. 유혹의 등 뒤에는 그림자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재앙이 붙어 다닌다.

춘추전국시대 때 노나라 사람인 전금(展禽)이라는 사람은 어느 겨울날 저녁 성(城) 밖을 나갔다고 야간통행금지 시간 전까지 돌아오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노숙(露宿)을 하게 되었다. 이때 젊은 여자 한 사람도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성문 밖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기온이 떨어지자 전금은 외투를 벗어 여자에게 덮어주면서 꼭 껴안아 체온을 서로 유지하면서 밤을 무난히 넘기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하룻밤을 같이 보냈지만 예의에 어긋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튿날 여자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전금은 훗날 류하를 식읍(食邑)으로 받았고 죽은 뒤에 ‘혜(惠)’라는 시호(諡號)를 받아 세상 사람들에게 류하혜(柳下惠)라고도 불렸다. 류하혜와 같은 시대를 산 공자는 류하혜의 사적(事迹)을 기록하며 “여자를 품에 않았지만 문란한 짓을 하지 않은 그를 중국의 전통 도덕을 지킨 모범.”이라고 전했다. 그는 관직이 비천해도 그만두지 않았으며 높은 자리에 있을 때에는 재능이 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가난해도 걱정하지 않고 고향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살았다.

오은지가 ‘탐천’의 물을 마시고, 류하혜가 여자를 안았을 때 유혹의 힘은 만 배로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아름다운 명성이 오래도록 전해지면서 도덕적인 성현이 되었다. 두 사람은 유혹 앞에서 얼굴빛을 바꾸지 않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자제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중국 속담에 ‘한 사람의 인내는 수많은 사람의 용감함을 당해내고, 한 사람의 마음이 수많은 사람의 조급함을 가라앉힌다.’라는 말이 있다. 나쁜 일을 모두 겪으면 남는 것은 좋은 일뿐이다.

스스로 존중하고, 반성하고, 경계하고, 신중하면 스스로 만족하면서 스스로 유유자적(悠悠自適)할 수 있다. 19대 국회는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나의 한 표를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잘 행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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