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정동영
정치인 정동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23 18:3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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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 당으로 입당했단다. 그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고민이 무겁게 시작되었다. 손석춘 작가의 말이 불현듯 생각난다. 그는 “제발이지 나누기는 그만하고 보태기를 하자”고 야권을 향해 호소하곤 했다. 뻑하면 나누어져서 힘을 잘게 잘게 부수는 게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그랬겠는가. 정말이지 한 사람의 힘이라도 아쉬울 때 나누기를 하면 마음이 허공이 되어버린다. 그런 때에 새정년에서 나누기를 해서 안철수 의원이 나가서 만든 당이 국민의 당이다.


처음 탈당탈당 할 때만 해도 설마설마 했다. 그러나 설마가 현실이 되어 제1야당 의원들이 줄줄이 빠져나갈 때 마음이 진실로 절망적이었다. 절망적인 와중에도 국민의 당을 믿었다. 순전이 내 개인적인 바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탈당과 창당이 최소한 배반이 아니기를 바랐다. 배반이 아니려면 자기가 떠나온 곳과 그 곳의 사람들에 대해 비난하거나 욕을 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표방했던 윈윈이 창출되기를 바랐다. 떠나는 쪽이나 남는 쪽이나 다 함께 승리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그러나 그 소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떠나는 안철수 의원은 남아있는 새정연을 무슨 철천지 원수나 되는 것처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는 낡은 당이라고 비난을 해댔다. 그리고 광주민주화 운동도 비하하는 듯한 행동이나 친 이명박의 행위, 친 박근혜의 행위들도 속속 밝혀졌다. 그리고 그 행보도 중도, 중도 라는 말만 할 뿐 자신의 정체나 노선을 선명하게 밝히지도 못했다. 그렇다보니 탈당하던 의원들도 주춤주춤 하더니 결국 원내교섭단체 구성엔 실패했다.

원내교섭 구성에 실패한 직후에 정동영 전 의원이 입당했다. 그리고 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나누기 당에 들어갔을까? 도저히 혼자서는 납득할 답을 찾지 못하고 남편과 얘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호남출신으로 성격이 유하지만 정치적인 분별은 때로 날카롭고 믿을만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말을 아끼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더민주당이 오래 전부터 호남의 주요 인물을 ‘거부’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천정배와 신기남과 정동영을 거론했다. 이에 나는 거부라는 말을 좀 더 풀어서 말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라면 말꺼리도 안 되는 사소한 거부의 몸짓도 지속적이고 집단적으로 행해질 때 개인은 설 자리가 서서히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라고 남편은 대답하고 한참을 말이 없었다. 남편이 말이 없는 동안 처음에는 답답하더니 차츰 이해가 되었다. 이해의 까닭이 구체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지만 고개가 저절로 끄득여졌던 것이다.

남편이 거론한 호남의 주요 세 인물에 대해 소위 ‘친노’라는 사람들이 아주 작고 사소한 거부감이지만 지속적으로 표출하면 그걸 당하는 사람은 참으로 절망적이고 참담할 것이다. 게다가 같은 호남계열 쪽에서도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것에 대비해 교묘하게 경계하고 이간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외롭겠는가. 얼마나 서러웠겠는가. 그렇다고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낸 내로라는 지도자급 정치인인데 어디다 하소연을 하겠는가.

정동영 전 의원에 한해서라면 더욱 이해가 좁혀진다. 문재인 의원이 복당을 권유했다해도 정작 정 전 의원이 믿음이 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한 문재인 의원은 그의 복당을 진심으로 바랄 수도 있지만 문재인이 더민주당의 전부일 수는 없다. 정동영 전 의원 입장에서라면 또 다시 그 지난한 ‘거부’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기는 정말이지 어려웠을 것이다.

정치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를 하려면 정치를 할 수 있는 직책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말이다. 정동영은 국민을 대표하여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원했을 것이다.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건 경제 원리다. 무소속으로 혼자 선거전에서 싸우는 것보다 정당에 소속되어 선거에 대비하는 게 훨 효과적이다.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국민의 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이 세 사람뿐 아니라 왕따 당하는 고독한 모든 사람들의 건투와 승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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