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fast to LOVE
Too fast to LOVE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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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SK에너지
사보편집기자
영화를 보았다. 여자는 문자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이내 결심한 듯 전송 버튼을 눌렀다. 구구절절 이 상황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대신 담백하게, “여기까지만 하자. 우리 그만 만나.” 참 간단했다. 답장이 왔다. 더 간단했다. “그러던지...”

여자는 마음이 떠난 남자를 붙잡는 대신 그만두자는 문자로 이별을 요청했고, 남자는 애써 변명하고 미안해할 필요가 없어짐에, 긍정의 한마디로 간단히 모든 상황을 종료했다. 2분 만에 이별이 성사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 어려운 건 똑같은데, 모든 사랑의 표현들은 쉽고 간단해졌고, 또한 신속해졌다. 편지를 써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우편함을 들여다보는 이의 설렌 표정은 낯선 광경이 되었다.

자주 사용하는 SNS에 접속해보니 어느새 타임라인에 새 트윗들이 가득 차있다. 그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희 결혼합니다. 6월 4일 토요일, ○○예식장, 2시예요. 꼭 오셔서 축하해주세요.” 대학 선배의 청첩장이었다. 청첩장도 트위터로 돌리는 시대라니. 140자 안에서 결혼 사실과 날짜, 장소, 시간만 공지하면 그의 모든 팔로워들이 초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청첩장 발송 목록을 작성하고, 디자인을 고르고, 초대의 글을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생략할 수 있었다. 물론 청첩장을 찍는 비용도. 그러나 SNS 청첩장을 확인한 순간, 외로워지고 말았다.

몇 년 전 다녀온 은사님의 결혼식이 생각났다. 두 분의 나이에 비해 꽤 늦은 결혼이었다. “이제야, 제 짝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저희 결혼합니다. 언제나, 함께 꿈꾸겠습니다…,” 생에 처음 받아본 청첩장이었다. 더 자랑하고 싶고,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담아 내놓은 담담한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한자 한자 정성들여 썼을 듯한 느낌이었다. 뭉클하고 따뜻한 느낌에, 나도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게 될 행복한 날을 알리며 소중한 사람들의 축복을 바라는 글은, 밤을 새워 고민하고, 수십 번 고치더라도 내 손으로 쓰겠다고. 그리하여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서로의 나날들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차곡차곡 쌓여갔음을 실감하고 싶었다.

선배의 결혼식엔 참석하지 못했다.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트위터엔 재빠르게 그들의 결혼식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선배의 행복한 얼굴은, 고화질 동영상 속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궁금한 것들, 놓쳐버린 것들 모두를 작은 휴대전화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이토록 재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편리하고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궁금해졌다. 애태우고, 궁금해 하고, 기다리며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들이 과연 괜찮은지. 휴대전화는 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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