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체성
헷갈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체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2.25 18: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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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정치형태를 보면서 궁금점이 늘어간다. 이럴 거면 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헤어졌나라는 생각이 든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체제 궤멸과 전통야당의 정체성이라고 할 햇볕정책의 한계를 거침없이 천명하는 반면, 국민의당은 개성공단 전면 폐쇄와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결연히 밝히고 있다. 입장이 단단히 뒤바뀐 느낌이다.


그뿐 아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 추진 책임을 맡았던 김현종 본부장을 영입했다. 2007년 3월경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천정배 의원, 열린우리당 의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김근태 의원은 국회의사당 건물 안팎에서 단식 농성을 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현종 본부장을 앞세워 추진하던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것이 가져올 양극화와 서민생활 파탄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이기적이고 지도력이 신통치 않아서 야권이 분열되고 말았다는 세간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야당은 자신이 대표하고자 하는 가치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오른쪽으로 보수여당이 대표하는 가치를 제외하고, 왼쪽으로 진보정당이 대표하는 가치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대표하는 형국이었다. 이렇게 넓은 범위의 가치를 하나의 그릇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내부는 항상 시끄러웠다.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세력의 중심에 있었다. 친노 패권 세력은 정치를 끝없이 선과 악,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진영논리를 바탕으로 국가적 정의보다 분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국민에게 투영돼 왔다. 이들이 제1야당의 주류로 등장한 지난 5년간의 적폐가 결국 안철수의 탈당과 야권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문 대표가 자신의 임기 마지막 작업으로 친노 패권 문화를 수술하겠다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변화의 돌파구가 가능하다는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사퇴는 일단 더민주를 살리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사태는 자신의 리더십 부재와 대표직 수행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문 대표 재임 기간은 비주류의 끊임없는 흔들기와 문 대표의 버티기가 충돌해온 혼돈의 시기였다.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나타난 야권의 사분오열과 지리멸렬이며, 여기에는 문 전 대표가 책임을 피할수 없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운동권·시민단체 출신 대신 신선한 실용적 전문가들을 영입해왔다. 이런 것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공천과 선거 운용에서 친노 세력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문 전 대표는 선대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고 김종인 대표도 전권을 행사하겠다고 천명한바 있어 이 약속이 어느 정도나 지켜질지 유권자는 지켜볼 것이다.

국민의당은 어떠한가. 신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창당의 3대 조건인 명분, 인물, 돈이 있어야 하는데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에는 이러한것을 각인시켜줄 명분이 약한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인재발굴과 기존의 정치혁신을 주장했지만 특별한 혁신책도 보이지 않고 인물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17명의 국회의원, 안 대표의 측근 인사들과 과거 동교동계 사람들이 주축이다. 표만 된다고 판단되면 묻지 마 식으로 사람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국회의원 숫자는 좀 더 늘렸는지 몰라도 유권자들의 마음으로부터는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당이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면 왼쪽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왼쪽으로 돌면 오른쪽 지지자들이 이탈할 판국이다. 과연 안 대표가 중도적 기반을 이끌어내면서 국민의당을 역동적으로 만들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호남이야 누가 당선되든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지만, 수도권 싸움에서 국민의당으로 나설 거물급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안 대표는 야당후보의 연대는 생각하지 않고있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이약속이 지켜질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뒤죽박죽 정당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되면 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했지’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 두 당의 모습을 보면, 선거 승리를 위한 전술적 필요 때문에 마구잡이로 영입을 하고 그 결과 정당의 가치와 비전이 모호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정당은 자신이 대표하고자 하는 가치를 분명히 하고 거기에 맞는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서로 결합할수 있도록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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