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2
찻집 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02 18: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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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ㆍ시조시인

차를 마시고 여유를 찾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가지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늦게 차를 마시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화개장터의 옆에 자리 잡은 조영남갤러리의 찻집과 진양호 호숫가에 자리 잡은 찻집은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차의 고장인 화개에 있는 찻집은 다양한 녹차를 기본으로 하는 차이고, 진양호 호반의 찻집은 진양호를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마시는 여유의 차인 것 같다.


벌써 봄의 내음이 한껏 부풀어 있다. 이른 봄이면 제일 먼저 찾아오는 산수유꽃과 매화가 봉오리를 맺는 가 싶더니 꽃을 벙글어 우리들을 반기고 있다. 보름 전 아니 거의 한 달이 다되어 가는 2월 초순, 그때 찻집 앞에 꽃을 피우려고 서로가 꽃몽오리를 밀어 올리는 모습을 보았었다. 봄을 알리려는 자연의 섭리였다.

진주에서 원지를 지나 산청방면으로 가자면 오른 편으로 둔철산이 보이고, 그 전에 오른 쪽엔 간디학교로 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간디학교를 얼마 남기지 않은 길 가에 버섯처럼 집을 지어놓은 찻집이 있다. [안솔기 쉼터] 이다. 하루내내 음악이, 자연의 나뭇가지를 타고 흐르는 것처럼 아니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것처럼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내는 곳이다. 무인 찻집으로 1인당 얼마씩 찻값을 넣고 마음대로 차를 우러내고 먹게끔 한 곳이다. 원통형의 찻집에는 좌식형의 탁자가 놓여 있고, 천장에는 하늘에 흐르는 구름도 볼 수 있도록 해놓았으며, 밖으로 보이는 것은 자연의 멋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커다란 유리벽으로 되어 있다.

차를 마시고 밖에서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시간이 많으면 시골의 정취를 만끽하며 산행이나 산책도 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찻집으로 해 놓았지만 하루 쯤 쉬어가려면 주인장께 말하면 쉬어도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어 좋다. 그래서 일까? 매월 2주 토요일이면 김기태 선생님의 도덕경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 각지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 온다. 이 찻집은 교육기관에 있던 부부가 여러 해를 가꾸며 터를 잡았다가 명퇴를 하고 운영하는 곳으로 나는 가끔 아내와 함께 이집을 찾아서 놀다가 오기도 하는 곳이다. 그러니깐 2월 2주 토요일 도덕경 강의를 듣고 봄비가 내리는 밖을 보다가 나무마다 초롱초롱 달고 있는 보석을 보면서 모두들 얼마나 마음이 뭉클해 오던지 얼굴마다 행복의 모습이 아른 거렸다. 강의를 듣고 쉬는 시간이었다. 밖에는 산수유 나무가 한그루 있었는데 가지마다 노오란 몽오리가 막 꽃을 피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듯해서 마음 한 켠으로 봄의 기운을 끌어들여서 봄을 맞이하려는 채비를 하였다. 세월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섭리 아니 진리 그대로 돌고 돈다. 겨울이 벌써 봄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계절인 것이다. 곧 아지랑이도 저 멀리 모락모락 피어오르겠지. 그러고 보니 종달새 울음소리를 들은 지가 꽤 오래 된 것 같다. 농촌도 옛 모습이 아니라서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종달새가 높이 떠 지저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다. 정말로 정겨운 농촌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안솔기 쉼터] 같은 곳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면 저 멀리서 농촌의 옛 모습이 눈앞으로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자연 속에 있는 자연과 어우러진 찻집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살아가는 소소한 작은 삶이 나의 행복한 삶의 한 부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나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고,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지나 않는지 되돌아보아진다.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망아지는 커서도 길들여진 대로 잘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여태까지 차를 마시며 여유를 갖는 습관을 가지지 못했고, 작은 소소한 것도 행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사는 습관을 갖고 있었던 것일 게다. 아직도 살아가는 데에만 열중하고 허겁지겁 살다보니 차를 마시며 여유를 갖는 삶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더 커다랗게, 더 높이, 더 넓게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라도 작은 소소한 생활에 행복해하며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다정한 사람과 함께 하는 여유를 찾는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더 할 나위 없는 멋지고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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