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내가 왕년에는
골프, 내가 왕년에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09 18: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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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길었던 겨울이 어느 듯 사라지고 곳곳에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얼었던 골프장에도 봄이 왔다. 연습장에서도 수많은 골퍼들이 봄을 맞이하면서 라운드를 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말 인고(忍苦)의 시간을 기다렸다. 다음 주에 봄맞이 3월 첫 출정을 앞두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벌써 들떠 있는 것은 아마도 모든 골퍼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특히, 겨우내 칼을 많이 간 사람(열심히 연습한 사람)일수록 손이 간질간질할 것이다.


‘골프’라는 운동을 접하면서 ‘내가 왕년(往年)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5년만 젊었어도’, ‘1년만 젊었어도’ 혹은 ‘내가 한때는 싱글이었는데’, ‘내가 한때는 드라이버로 250m를 날렸는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모두가 한 때 잘 나갔던 추억을 떠 올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왕년’은 지나갔다. 지나간 과거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오늘 현재, 지금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골프 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다른 운동에서도 후배와의 게임에서 박살이 났다. 그 순간에는 마음이 무지 불편했지만 게임이 끝날 무렵 마음이 편안해졌다. 후배의 실력이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향상된 반면 그 동안 게으름을 핀 당연한 결과임을 인정하니 모든 것이 순리에 맞게 귀결되어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골프’라는 운동은 화려하게 잘 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오늘도 내일도 화려한 장타자 보다 볼 품 없지만 또박또박 치는 사람이 실속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실속있는 사람이 되는 몇 가지 조건으로 왕년의 좋았던 기억을 조금이나마 되살려보고자 한다.

첫째, 첫 번째 티샷은 적당하게 앞으로만 가면 된다. 멀리 똑바로 날아가면 더욱 좋겠지만 이는 우리의 바람일 뿐이다. ‘죽어 저승보다 살아 이승이 좋다’는 말처럼 굴러서 앞으로만 가면 파(par)를 할 기회가 있지만, 공이 죽어서 OB(out of bounds)를 낸다면 절대 파를 기록할 수 없다. 그러니 티샷은 적당히 앞으로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면 오히려 편안한 티샷으로 연결될 것이다. 행여라도 거리에 대한 욕심이라도 있다면 임팩트(impact) 순간 쓸데없는 힘의 사용으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을 날리게 되어 공이 죽는 OB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둘째,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 샷’이다. 따라서 두 번째 샷과 세 번째 샷도 파온(GIR : greens in regulation, 파3에서는 첫 번째, 파4에서는 두 번째, 파5에서는 세 번째에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을 노릴 필요가 없다. 따라서 다음 샷으로는 위험지대라고 할 수 있는 벙커(bunker)나 해저드(hazard) 그리고 깊은 러프(rough)만 피해서 적당히 그린 근처만 갖다 두면 된다. 그린 근처에서 볼을 홀컵에 잘 갖다 붙이면 파(par), 못 붙이면 보기(bogey)가 된다. 그러니 적어도 매홀 마다 파가 아니면 보기를 기록한다면 언제라도 안정된 80대의 공을 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퍼팅은 투 퍼팅으로 끝내야 한다. 특히, 1~2m 정도의 숏퍼팅은 공이 홀컵을 40cm 정도 지나칠 정도로 과감하게 퍼팅을 해야 한다. 홀컵에 미치지 못하게 짧으면 ‘에이~’라고 성질내지만, 지나치게 쳤을 때는 ‘아~’하며 아쉬워한다. 골프 퍼팅에서의 명언은 아직도 ‘Never up, Never in’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억해야할 또 하나는 반드시 퍼팅도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퍼팅 연습에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골프장에 좀 일찍 갔을 때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퍼팅 연습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숏퍼팅의 성패(成敗)는 확실한 타수 줄이기임을 고수(高手)는 안다.
티샷, 다음 샷 그리고 퍼팅만 집중하면 왕년의 추억이 이 봄에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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