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개혁공천 공염불 되나
여야 개혁공천 공염불 되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10 18: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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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유권자가 국회의원에 대한 심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선거 뿐이다. 국회 활동 성적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국민 모두가 제19대 국회가 국민 기대를 저버린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여론은 역대 어느 국회 때보다 더 대대적인 물갈이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여야 각 정당은 공천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국민의 엄숙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


요즈음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공천심사로 분주하다. 그런데 여야의 4·13 총선 공천 명단 일부가 발표되면서 볼썽사나운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공천 배제에 반발하면서 탈당하거나 당사로 지지자를 불러 모아 항의시위를 벌이는 공천 탈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후진적 정치행태를 바꾸겠다며 양당은 앞다퉈 상향식 공천, 시스템 공천제를 도입하며 공천개혁을 약속했으나 달라진 게 없다.

4·13 총선이 불과 한 달여, 후보 등록일 기준으로는 2주 정도 남았다. 새누리당은 지난 4일 1차에서 공천관리위원회가 의결한 단수추천 9명, 우선추천 4곳 등 1차 공천 결과를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인했고 2차 경선지역을 10일 발표했다. 이로써 새누리당 현역의원으론 처음으로 3선인 김태환 의원이 공천 탈락했지만 그는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9일 선언했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10명 컷오프(공천 배제) 발표에 이어 9일 2차 경선지역을 발표했으며 10일자로 발표된 2차 현역의원 컷오프 대상자는 5명이다. 1차에서 탈락한 홍의락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규모 물갈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양당은 말로만 상향식 공천, 안심번호 경선 등 ‘공천 혁신’을 내세웠지 정작 현역 교체 비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4년 전 19대 공천의 경우, 현역의원 공천 탈락율은 새누리당 41.7%, 민주통합당 27.0%였다.

유권자의 여망을 반영한 물갈이는 필요하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 맞지않는 인위적 인적쇄신은 과거의 밀실공천이나 낙하산공천과 오십보백보다. 공천이 공관위의 주관적 기준에 좌우되면 객관성을 결여해 공천휴유증을 피할수 없게 된다. 당내에서조차 어떤 기준에 의해 단수·우선추천 지역이 선정됐는지 아는 이가 드물다. 가뜩이나 살생부 파문과 여론조사 결과 유출 사건 등으로 새누리당 공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고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 계파싸움의 억울한 희생양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상향식 공천제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관위가 자의적으로 단수·우선추천을 남발한다면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 선거 승리를 위해 전략공천이 필요하나 과거처럼 계파의 밥그릇 챙기는 도구로 변질될 경우 새누리당은 유권자와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할 것이다.

더민주도 원칙이 없기는 새누리와 비슷하다. 사실상 공천의 전권을 거머쥔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의중이 크게 작용되고 있다. 사퇴의 배수진을 쳐 공천권을 얻어낸 김 대표는 이제 정복군 사령관처럼 3김 시대의 제왕적 총재가 부럽지 않다. 1차 시스템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의원 후보들에 대한 구제여부도 그의 의중에 달려있다. 공천은 공직에 나설 후보를 선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는 필수다. 그래야 패자도 결과에 승복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애초 현역 재선·중진 30~50%도 정밀 심사를 거쳐 컷오프(공천 탈락)시키겠다고 했고 그동안 막말과 갑질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친노와 운동권 핵심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최근 김 대표 주변에선 현실적 당선 가능성도 중시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일 발표된 2차 컷오프 대상자를 보면 막말과 갑질 논란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현역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더민주가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은 엿볼수 있지만 아직도 개혁공천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김 대표가 주장한 야권 통합에 대한 안철수 대표의 강한 반발과 내부 파열음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1차 공천확정과 경선지역을 9일 발표했다. 더민주에서 탈당한 의원 대다수는 국민당이 주창한 새정치 구현에도 불구하고 공천될 전망이다. 야당 통합에 대해서는 안 대표가 국민의당 의원총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통합과 연대는 불가라고 밝혔지만 김한길 위원장과 천정배 대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총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나날이 차가워지고 있는 국민의 눈길을 의식한다면, 국민의당은 이미 선을 넘어선 이전투구부터 멈춰야 한다. 호남 유권자들과 천정배 대표의 호남공천 물갈이에 대한 공관위가 어떠한 심사결과를 내놓을지 두고 볼일이다.

여야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투명한 공천과 개혁공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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