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기초
결혼의 기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14 19:0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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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남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한 커플일수록 이별 후에 마치 원수처럼 변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잘 싸우고 문제가 많던 연인일수록 헤어진 뒤에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적 앙금도 없는 편이다. 사람이 너무 깊으면 부담이 크고, 깊이 없는 사랑은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러운 상대는 나약해 보이고, 강한 상대는 독재자처럼 보이기 쉽다. 환상이 많으면 현실성이 결여되고, 현실적인 사랑은 속물적으로 느껴진다. 평범한 사랑은 낭만적이지 않고, 많이 참아야 하는 사랑은 불안하기만 하다.


연애를 할 때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므로 거짓된 이미지에 현혹되고, 극도로 예민해져서 상처도 잘 입는다. 적과는 필요하면 대화를 하고 싸움을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연인들은 한 마디 말, 한 순간의 눈빛으로 인해 평생 원수가 되기도 한다.

가슴에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고, 상상의 공간을 남겨 두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과 꿈의 차이로 인해 사랑에 문제가 생기면 순전히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랑은 인연이 있어야 되므로 무리하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예로부터 비극적인 사랑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잉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는 더욱 그러하다. 애정의 변질, 이혼, 외도 등과 같은 감정적 위기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피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특성에서 비롯된 현상이자 금전적인 요소와 깊은 연관이 있다. 현대사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사랑을 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감정이 범람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대중문화의 영향과 경박한 가치관으로 인해 사랑이란 것이 세속적이고 즉물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이 신성불가침하다거나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자신만은 예외적으로 불변의 사랑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성 밖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가고 싶어 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밖으로 도망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동경하지만 막상 결혼 후에는 성 안에 갇힌 듯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에 탈출을 꿈꾼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낭만적이지만, 결혼으로 이룬 가정에서 낭만은 영순위가 아니다. 기대치가 클수록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실망은 커진다. 실망이 커지면 결혼 생활의 안정성은 위협을 받게 된다.

신혼 초에는 뜨거운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권태감으로 인해 한눈을 팔기 쉽다. 결혼 생활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진지하게 경영해야 한다. 결혼 생활에는 햇빛이 비칠 때가 있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순간들도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결혼 생활에 빨간 등이 켜지면 분노, 원망, 감정의 폭발 등으로 위기를 자초하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를 보고, 결혼 후에는 한 쪽 눈을 감고 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문제없는 결혼 생활이나 완벽한 배우자는 세상에 없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우화(寓話)가 있다. 사람들이 굳게 닫힌 행복의 문을 찾아와 노크했다. 그들은 열릴 때까지 계속 두드리다 결국 지치고 실망해서 그냥 돌아갔다. 행복의 신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불쌍한 인간들, 한 번만 더 두드리면 내가 문을 열어줄 텐데….” 행복한 결혼도 열릴 때까지 두드려야 하는 문과 같다. ‘조금만 더’를 마음에 새기고 노력할 때 행복은 가까워지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반려자의 조건으로 외모를 너무 우선조건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은 인류 전체의 3~5%에 불과하다고 한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평범한 외모의 배우자와 평생을 지내게 된다.

과거에는 결혼 후 7년이면 권태기를 맞이한다고 했지만, 현재는 권태를 느낄 새도 없이 이혼을 하는 젊은이들이 허다하다. 게다가 중년 이후의 이혼도 이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혼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냉정하고 신중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아직 정이 남아 있다고 느낀다면 이혼 이라는 결심을 미루고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면서 옛정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다.

인간이란 바람을 피우고도 적반하장 격으로 큰소리를 치는 동물인지도 모른다. 결혼의 시즌이라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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