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Alpha Go), 왜 하필이면 대한민국인가
알파고(Alpha Go), 왜 하필이면 대한민국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17 18:2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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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인공지능(AI) 구글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대한민국 청년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의 5번 국이 끝났다. 5천 년 바둑 역사상 처음으로 이세돌은 인류를 대표하여 기계와 대결하였다. 7일 동안 대국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면서 국내는 물론 전 지구적인 이목을 끌었다. 알파고는 인간의 약점을 깨면서 진격해왔다. 고독과 치열함으로 맞선 인간은 연이은 패배로 구석에 몰려서야 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연패를 당하자 이세돌의 가슴에서 “인류가 진 것이 아니고, 이세돌이 졌다.”는 영롱한 말이 울려 나왔다. 알파고는 이세돌처럼 말할 수는 없다.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알파고가 진 것이 아니고, 알파고가 진 것이다.” 알파고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이세돌은 “기쁘게 두었다.”고 하였다. 알파고는 승리를 하였으나 기쁨을 느낄 수는 없다. 패착의 절벽 같은 한숨, 결정을 위한 주저함, 선택에 앞선 두려움에 대한 자신의 격려, 오리무중의 어둠을 헤치며 나가는 의지와 신념, 그런데도 패할 수 밖에 없을 때 인간의 무력감을 앞에 두고 감정이 배제된 알파고는 필승의 수를 순식간에 두고 있었다. 이세돌은 마지막 국번에서는 자신이 불리한 흑을 쥐는 자유의지를 선택하였고, 패배하였다. 알파고는 내가 불리하고 상대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신념에 찬 도전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연하고 당당한 패배가 천박한 승리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인간 뇌의 최고의 능력은 바로 내가 누구인가? 를 알아낸 곳에서 꽃 피어나기 시작한다. 알파고는 무적이지만 아직은 자기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다.

승리만이 입력된 냉혹하고 거대한 터미네이터 앞에 선 대한민국 청년 이세돌은 인류의 상징이 되었으나 알파고 역시 인간 창조성의 결과물이다.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도 알파고의 실착에 손톱을 물어뜯었다고 하고 이세돌의 생일에 꽃다발을 보냈다. 또 “누가 이기든 인류가 이긴 것이다.”고 하였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느꼈다. “알파고는 놀라웠고, 인간은 위대하였다.” 알파고는 바둑 명예 9단의 자격을 받았고, 구글은 큰 홍보와 돈을 얻었고, 대한민국은 4차 산업인 인공지능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날이 갈수록 진화할 것이다. 결국에는 어떤 바둑 고수도 알파고를 이길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미래에는 인간이 차를 모는 것은 불법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많은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고 능가할 것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에는 밝음과 어둠이 함께 존재해 왔다. 인간의 핵에너지 발견이 핵폭탄이라는 위험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지 않은가. 특히 현재 우리가 그 위험과 협박에 노출되어 있다. 인류가 두려워하는 것은 승리만을 향하는 냉정한 알파고가 아니라 이처럼 알파고를 부리는 ‘인간의 어두운 마음’이다.

왜 하필이면 알파고는 대한민국을 선택하였는가? 물고기 떼는 먹이가 있는 곳으로 모이고, 짐승들은 물이 있는 곳으로 모인다. 당연한 이유가 있고 하늘의 섭리가 역사한다. 알파고가 대한민국의 이세돌을 선택한 것은 뒤집어보면 대한민국이 알파고를 끌어들인 것도 된다.

첫째, 대한민국은 깊은 바둑의 역사에서 나타난 바둑천재들이 있었다. 이번 5번 대국은 동아시아 문화와 서구 문명의 합체이었고 융복합은 대세이다. 둘째,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실시간으로 방영할 수 있는 송출시스템과 거의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튜브, SNS활성도를 구글이 몰랐을 리가 없다. 셋째, 알파고가 최후로 완성될 곳은 바로 ‘대한민국의 철학’의 밝고 너른 품속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를 가장 생산적, 창조적, 평화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이 대한민국에서 시작되어 바야흐로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바로 ‘뇌교육(Brain Education)’으로 뇌교육의 원리 안에 인공지능을 제대로 부릴 수 있는 인간 정체성의 발견과 활용법이 있다.

뇌교육은 한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철학’으로부터 태어났다. 홍익인간은 서로서로 조화롭게 살리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창조적인 개성과 거룩한 본성으로 하나 되는 홍익인간은 인류 최후의 가치이며, 생명으로 진화해온 인류 정신의 마지막 능력이다.

인류를 상대로 완승한 알파고는 묻고 있다. 인류는 미생인가? 완생인가? 인류의 연산능력은 감정이 배제된 채 빠르게 진화하는 기계에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뇌 능력은 연산능력의 총합만이 아니다. 기계는 결국 인간의 철학 속에서 진화할 것이고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러한즉 ‘홍익인간’이야말로 생명의 최절정 고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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