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21 19:0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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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몽테뉴 수상록’에 보면 “사람의 전반생(前半生)은 비즈니스가 주된 일이라 사교성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후반생은 누구나 혼자서 살게 되는 시기다. 사교성이 아니라 ‘셀프컨트롤’능력이 성공적인 노후를 보장한다. 사교성이 없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 통제를 잘한다.”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기억력이 나쁜 것은 불쾌했던 일을 쉬 잊어버려 사교에 좋고, 머리 회전이 느린 것은 성급한 결정으로 실수 저지르는 것을 막아주어 좋다. 처세술이 능하지 못한 것은 제 분수(分數)에 넘는 일을 하지 않게 되어 좋고, 욕심이 없는 것은 남과 의(義)을 상하지 않아 좋다. 책을 모으는 것은 이사 갈 땐 구박의 대상이지만 늙어서는 좋은 친구가 되어 좋지 않은가”


사교성·기억력·머리 회전·처세술·욕심·책 수집, 아마도 이런 것 들은 몽테뉴에게는 강박관념이었던 모양이다. 필자도 어릴 적 몹시도 내성적인 성격으로 이런 강박관념에 얽매어 살았었다. 그러나 팔자에도 없는 ‘토목현장’이라는 거친 들판에서 한 생을 보내다 보니 내성(耐性)이 좀 생겨서 지금은 매우 적극적인 성격이 되었다. 위에 열거한 단점들이 장점이 되는 안목을 발견하고는 큰 감동을 받았다.

사라 베이크웰의 몽테뉴 평전 ‘어떻게 살 것인가 - 몽테뉴의 일생’에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라 / 현재에 집중하라 /가정환경의 영향 / 책을 많이 읽되 다 잊어버리고 머리를 천천히 굴려라 / 사별(死別)의 쇼크 극복기 / 근심걱정을 따돌리는 법 / 세상사 일단은 다 의심하라 / 외부와 단절된 자기만의 방을 가져라 / 사교는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 외계인의 눈으로 주위를 보라 / 생활은 항상 온건하게 / 인간성은 잃지 마라 / 아무도 안 해본 일에 도전하라 / 천하를 유람하라 / 공직에서도 자기 신조를 지켜라 / 철학적 사고는 이따금 / 과거를 돌아보되 후회는 마라 / 책이 나간 후는 비평에 초연하라 / 자신을 불안전한 보통 인간으로 인식하라 / 삶은 그 자체가 목표이자 목적이다.」

몽테뉴는 수상록 말미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생활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자기 존재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신(神)과 같은 절대적 완성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둘째, 가장 아름다운 생활이란 기적도 찬란함도 없이 보통의 인간적인 삶을 차분히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이 썩어도 너무 많은 곳이 썩어 있다. 나무는 늙어 죽어갈 때 반드시 둥치부터 썩기 마련이다. 그렇듯 국가도 동량(棟樑)의 인재들이 부패하면 아무리 부강해도 이내 망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신문만 펴 들면 늘 썩은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는다. 맹수(猛獸)보다 무섭고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배신자의 독한 이빨이라고 했다. 그 독한 이빨은 남을 해치고 종말에는 자신을 해친다.

법률을 공부하여 송사(訟事)를 즐기고, 글을 배워 투서(投書)를 즐기는 자손은 낳지도 말라는 속담도 있다. 소금은 녹아서 부패를 방지하고 밀알은 썩어서 새싹을 틔운다고 했다.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지 공직자라는 사람들이 뒷돈에 눈이 멀어 이 나라의 둥치가 썩어 들어가는 일은 엄하고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왜 그렇게 못하는가? 그들은 썩었는가? 공천 정국을 둘러싼 정치권의 풍경이 한창 소란스럽다. 저 북쪽 여의도에서 불어오는 구린 냄새가 이곳 남쪽까지도 진하게 코끝에 느껴진다. 명색이 고관대작이라 하는 자들의 저질스런 말 짓, 저질스런 몸 짓, 저질스런 눈빛이 보기 싫다. TV에 비치는 표정들은 살기가 가득하다.

택시를 탔더니 그들을 냉소하는 소리가 오히려 신선하게 들린다. “썩은 냄새로 가득한 그놈들 다 대평양에 수장시키고 물들지 않은 외국산을 수입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한다.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반문을 하니 “쓸 만하고 믿을만한 놈이 있어야지요? 그 놈들 다 도둑놈들 아닌가요? 믿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뭐 한 게 있다고요?” 그러나 전량 수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닌가? 이게 민심인가?

거짓 선동을 일삼으며 제 실속만 챙기는 정치인들의 천국! 그들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당당하게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 어떤 사람은 그들을 보고 ‘인공지능시대에 선사시대의 국회의원들’·‘3류도 아닌 4류’·‘종말 처리장’이라고 했다. 오염될라!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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