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새싹이 돋아나고, 새순이 움트고, 꽃이 피고, 봄은 그렇게 오나보다. 요즈음 출근을 하는 하동 화개는 섬진강을 따라서 매화가 만발하게 핀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며 가는 곳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꽃들이 찾아왔다. 출근길 가에 핀 매화 뿐만아니라 섬진강 건너 광양쪽에도 조금씩 매화가 피더니 어느샌가 온 마을을 매화가 덮어버렸다. 그리고 매화축제를 하기 위하여 많은 구조물이 들어선 모습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돋우는 것 같다. 사람들은 꽃이 피면 아름다운 꽃들을 보기 위해서 달려간다. 그래서 꽃들이 있는 곳은 꽃이 많은지 사람이 많은지 구분이 안갈 때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요즈음에는 매화와 산수유꽃이 만발하게 피었다. 노오란 산수유꽃과 여러 색깔의 매화는 봄의 여신인 것처럼 느껴진다.
작년 이맘 때였다. 우리는 수요일에 문화체험의 날로 정해서 산수유 축제장인 구례의 산수유 마을로 찾아갔었다. 마을 주위에 있는 산수유꽃을 보면서 향기를 맡기도 하고,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관찰하고 보면서 여유롭게 걸었다. 졸졸졸 흘러내리는 마을 옆의 개울물의 맑은 모습에 노오란 산수유 꽃이 더 잘 어울리어서 사진도 찍어가면서 걸었다. 좁다란 마을의 길을 따라서 걸어가노라면 돌담으로 이어진 골목길이 나타나고 그 담 너머에도 아름다운 산수유꽃들이 노오랗게 아름다움을 자랑하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경치가 있으면 막걸리도 생각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막에 들러서 파전과 함께 동동주를 한 잔씩 마셨다. 물론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는 사이다로 목을 축이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멋을 내 볼양으로 집안 보다는 산수유 밑에 있는 평상에서 멋을 부리는 여유를 가졌었다. 꽃이란 우리들의 마음에도 환하게 밝은 향기와 미소를 피우는 좋은 것이다.
요즈음 뉴스에 오르내리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다. 아직 피지도 못한 어린 아이들을 부모나 친척이 죽음으로 내몰고 간 사연이다. 어떻게 자기들이 낳아놓고 그렇게 잔인하게 학대를 밥 먹듯이 해대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하여 암매장까지 할 수 있는지 …
이런 부모들에게 꽃들은 어떠한 말을 전할까? 따스한 봄날의 날씨에 활짝 핀 꽃들의 세상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밝고 맑은 세상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는 걸까? 아이들은 부모님인 어른이 낳았지만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인 어른들의 예속물이 아니라 인격체로서 자연과 어울리면 살아갈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먼저 태어나 경험을 쌓고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이야기 해주고 이끌어주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너무 구속하고 억압하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화가, 산수유꽃이, 목련꽃이, 다른 많은 꽃들이 활짝 웃으며 자연을 수놓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우리 사회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고, 아픔이 있더라도 서로가 배려하고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아름다운 인연으로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꽃들의 환한 웃음과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를 가슴에 가득히 넣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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