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의 셀프 공천
제1야당 대표의 셀프 공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24 20:4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비례대표 셀프 공천’비판에 반발해 당무를 거부하면서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그런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하루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만신창이가 된 제1야당을 맡아 지역구 공천을 나름대로 요령 있게 처리해 온 김 위원장이 유독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당 대표답지 않는 언행에 국민의 실망이 크다.


한때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던 더불어민주당이 이 정도의 안정을 되찾은 것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공로임을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는 기대 이상의 강한 리더십과 결단력으로 빠른 시일 안에 당을 정상화 시켰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역설적이게도 그 구원투수가 던진 공문제로 다시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논란의 핵심인 김 위원장의 비례대표 2번 배정 문제만 해도 김 위원장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내가 비례대표에 무슨 큰 욕심이 있나. 그런 생각 추호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셀프 공천 비판이 제기된 뒤 김 위원장은 “당을 추슬러 수권정당을 한다고 했는데 그걸 끌고 가려면 내가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의 오락가락에 비추어 진심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은 것은 개인적인 자원봉사도 아니고, 야당에 대한 시혜 행위도 아니다. 그것은 여권의 실정과 폭주로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에 힘을 보태는 행위다. 그 소명을 일단 맡았다면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 김 대표 말대로 자신을 ‘응급처치 의사’로 여긴다면 환자를 이런 상태에 두고 여차하면 짐을 싸서 당을 떠나겠다는 극단적인 말도 스스럼없이 하는 것부터가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를 잘 알 것이다.

그의 순번을 포함해 비례대표 공천 내용이나 방식이 더민주의 당헌ㆍ당규에 크게 배치될 뿐만 아니라 당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설 경우 되도록 후순위에 스스로를 두어 선거 책임에 대한 결의를 보였던 관행과도 어긋난다. 김 위원장은 이를 “국민을 속이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지만 사심이 없는 듯 행동해왔던 김 위원장의 언행이나 아직까지 여전한 더민주의 선거 열세 분위기에 비추어 유권자의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않아 보인다.

다수의 국민들은 지난 1월 김 대표가 더민주에 영입됐을 당시 ‘김종인 체제’가 더민주에 모험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한것이 사실이다. 더민주는 과거 관행과 단절하고, 김 대표는 전통 야당의 정신과 가치를 존중해야만 함께 갈 수 있음에도 김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이 점을 간과했다고 본다. 지리멸렬한 더민주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했다는 성과를 믿고 공천안을 밀어붙인 듯하다. 그러나 비례대표의 상징성이 있는 2번에 자신을 공천하고, 더민주의 도덕성·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들을 선정한 것은 도를 넘은 것이다. 아무리 비상전권을 쥐었다 해도 당헌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소홀했다. 절차와 과정, 설득과 소통을 중시하는 제1야당의 전통을 경시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된것이다.

더욱이 비례대표 앞 순위에 놓인 전문가들조차 논문표절 의혹이나 자녀의 유관기관 취업 논란 등 하자가 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제 1야당이 후보 공천에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도 여당을 쫓아가기 어려운 판에 도대체 무엇을 내세울 셈인가. 김 위원장은 전문가 전진배치를 당 체질 개선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와는 맞지 않아 보이며, 오히려 당내 주류나 여당에 공격 빌미만 주고 말것이다. 당내 반발에 대해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는 게 당 대표가 할 일이다.

더민주는 비례대표 공천 휴유증과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더민주는 막판에 그릇을 깨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로가 조심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민주는 그동안 공천에서 새누리당보다는 비교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것으로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막판 비례대표 후보 선정과 관련된 갈등이 노출됨으로써 공천이 매끄럽게 끝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이번 갈등이 추한 세력 다툼으로 비화되면 개혁 몸부림도 허사가 된다는 점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 더민주의 미래는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하는지에 달려있다. 소탐대실 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