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하세요”
“이제 그만 하세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27 19:1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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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타국 땅 뤼순의 감옥에서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신다. 당시 밖으로는 1894년 청일전쟁, 안으로는 동학혁명이 일어나 안팎의 정세가 어렵게 돌아간다. 1904년 러일전쟁의 승리로 일본은 한반도의 주인이 되어간다.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근세조선의 수많은 지사가 독립운동을 벌린다.


황해도 해주에서 김구 선생 역시 18세에 동학 접주가 되어 새로운 사회건설을 꿈꾼다. 그러나 당시 동학을 불순세력으로 본 안중근 의사의 아버지 안태훈 진사에 의하여 조직은 와해되고, 김구 선생은 피신자의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올곧고 신념에 찬 젊은 김구를 좋게 본 안태훈 진사는 자신의 집에 숨겨준다. 그때 김구 선생은 불과 3살이 아래인 명사수 소년 안중근을 보게 된다. 안중근 의사의 동생 안정근과 안공근은 훗날 김구 선생을 곁에서 모시는 측근이 된다. 사촌 동생 안명근은 조선총독 데라우치를 처단하려는 105명의 지사가 도모한 신민회사건의 지도자가 된다. 안중근 의사와 그 일족의 항일독립운동은 국내외로 큰 반향을 일으킨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일제의 영웅인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신 안중근 의사의 옥중 독립운동은 일제로 하여금 세계인의 양심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세계적으로 변호 모금운동이 일어나고 러시아인 콘스탄틴 미하일로프, 영국인 더글러스 등이 무료 변호를 지원했으나 일제는 관선 변호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안중근 의사의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와 논리 정연한 주장을 지켜본 세계의 많은 언론인들이 감동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영국 ‘그래픽’지의 찰스머리도 기자는 안의사를 이렇게 평가한다. “세계적인 재판의 승리자는 안중근이였다. 그는 영웅의 월계관을 쓰고 자랑스럽게 법정을 떠났으며, 이토 히로부미는 그의 입을 통해 한낱 파렴치한 독재자로 전락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죽음을 향하는 아들을 꿋꿋하게 북돋우어 줌으로써 “그 아들에 그 어머니”라는 찬탄을 들으신다.

2010년 3월 26일 서해의 백령도 해역에서 PCC722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공격으로 침몰한다. 이로써 대한민국 해군 장병 46명이 순국한다. 안중근 의사께서 떠나신 지 꼭 100년 되는 바로 그날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안중근께서는 일본에 의해 돌아가셨으나, 천안함 용사들은 동족에 의해 세상을 등졌다는 점이다. 또한 안중근 의사의 죽음은 일본의 폭거에 대하여 국내외를 결집하게 하였으나 천안함 사건은 한 동안 크게 '남남 갈등'을 야기했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은 응분의 대가를 받고 물러갔으나 남과 북의 동족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반 갈등과 지구환경의 문제는 더욱 엄흑하고 힘들어져 가는데 인류는 이념과 종교, 국경의 다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이기심과 소유욕에 의하여 소중한 생명과 그 하나 뿐의 터전인 지구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동족에 대한 증오와 물질을 향한 탐욕의 행진을 멈추어야한다.

3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제 그만 하세요”하는 한국말이 울려나왔다. 영어로 연설을 하던 오준 유엔대사가 북한을 향해 던진 모국어이었다. 대한민국의 남루한 정치적 행위. 남북한의 극한대결, 세계의 종교적 대립, 영토확장을 위한 싸움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지구의 아파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 무조건 주기만 하던 지구가 언제부터인가 괴로운 숨을 몰아쉬고 있다. 자식들이 장성하면 부모를 돌보아야 마땅하다. 그동안 천지부모가 인간을 길러왔다면 이제는 자식인 인간이 하늘과 땅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유지되도록 경쟁과 갈등과 싸움을 그쳐야만 한다. 그리고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생존방안을 이끌어내어 실천해야한다. 그러기위해서 먼저 지금까지의 모든 욕망과 두려움을 과감하게 내려놓아야한다.

“이제 그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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