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자비의 마음을 내야한다
꿈속에서도 자비의 마음을 내야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29 18:4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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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옛날, 어느 마을에 장남, 역길(力吉)이와 차남, 부길(富吉). 막내, 인길(仁吉). 3형제가 살고 있었다. 역길이는 뼈대가 굵고 힘이 장사인데다 성격까지 포악하였다.


세닢주고 집 사고, 천냥주고 이웃 산다는 말도 들은바 없다보니, 두 아우들을 늘 완력으로 고양이 쥐 잡듯 다스렸다. 힘에 눌린 아우들은 항상 가슴조이며 형의 눈치 속에 말대꾸한번 제대로 못한 체 장남의 명령을 따랐었다. 둘째 부길이는 분통을 터트리며 나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 기어이 형의 콧대를 꺽어 놓고야 말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그래서 틈만 나면 닥치는 대로 일하고, 저축한 결과 큰돈을 벌어들여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 나날이 번창일로의 길을 걷고 있었다. 막내 인길이는 태어날 때부터 약골에다 삐쩍 마른 허약체질로 겁도 많아 항상 두형에게 쩔쩔매고 복종하며, 그저 자신의 병골체질 개선을 위해 의술공부에만 전념하였다. 그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꾸준히 기량을 쌓은 덕택에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생명을 구한 명의가 되었다. 무정한 세월은 잠깐 동안 흘러갔다.

장남 역길이도 늙고, 병들어 쇠약해져서 이빨 빠진 사자처럼 먹고 살길이 막막해져버렸다. 그는 기가 죽어 할 수 없이 동생 부길이에게 머리 숙이고 들어가 얹혀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부길이의 가게에 큰불이나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이젠 부길이도 무일푼의 알거지가 되었다. 그러나 막내 인길이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생명의 은인으로 추앙받는 명의로서의 이름을 사방에 날리고 있었다.

갈 곳 없는 역길이와 부길이는 할 수 없이 막내 인길이를 찾아갔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어 소가 웃을 일이라 입을 모았지만, 인길이는 두형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따뜻하게 형들을 잘 보살피며 살아가겠다고 약속하였다.

두 형들은 막내의 인간됨됨이에 고개 숙여 감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완력이나 부귀보다, 더 많은 사람을 따르게 하는 것이 덕이라는 걸 느끼며, “덕은 외롭지 않는 거로구나” 한탄하고 후회하였다. 이제 늙은 육신은 병까지 들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

그러니 형편이 좋을 때에 우쭐대지 말고, 좋은 일 많이 하여 인심을 얻도록 하자.

늦기 전에 베풀고 덕을 쌓아 나가며, 언제나 상대방의 이익과 입장에서 생각하고 베려해 주는 것이 서로가 구원받는 길임을 알도록 하자. 자신보다 여러모로 나약한 사람이라도 함부로 대하는 비천한 짓과 비난 받는 일은하지 말라. 어디에나 적의 없는 자비의 마음을 내도록하자. 꿈속에서도 자비의 마음을 내는 것이 거룩한 경지임을 알아야한다.

“독일의 역사가 몸젠은 생활이 풍족하지 못했다. 그는 성격이 괴팍하여 무엇이든지 휙휙 집어 던지는 습관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서재에 들어갔을 때 소파위에 쓰레기 뭉치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번쩍 들어 휴지통으로 휙 집어 던져버렸다. 거기서 ‘으앙-’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차, 그것은 쓰레기 뭉치가 아니라 얼마 전에 낳은 자기 아들이었다.”

까딱했으면 자식 죽일 뻔했지 않는가. 습관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모진 놈 옆에 있으면 벼락 맞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언행이 잘못된 것을 전혀 모른채 크고 작은 실수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남들은 그런 것을 뻔히 알고 지적해준다. 상대의 충고가 나를 바로 서게 하는 성장촉진제이다.

뼈에 사무치도록 고맙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자. 나의 단점과 실수를 지적해주는 것은 한없이 고마운 일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물어서라도 고쳐나가야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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