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3.30 18: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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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원/남해 들꽃 자연의학센터 원장ㆍ미국 가정의학 전문의ㆍ전 미국 의과대학 교수

송나라의 한 농부가 농사를 지으며 밭에 모종을 심었는데, 이 모종이 좀체 자라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빨리 자랄 수 있겠나 하고 혼자 궁리했다. 그러다 밭에 나가 모를 하나 둘 살짝살짝 뽑아 늘여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밭에 나가 보니, 모는 이미 다 시들어 죽어버렸다. 맹자의 공손축(公孫丑)에 나오는 조장(助長)이라는 단어의 유례이다. 무슨 일을 잘 되도록 도와주는 의미이나, 선동한다는 나쁜 의미로 사용된다. 가만 놔두면 저절로 잘 될 일을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놓았다는 말이다.


우리 몸에는 가만 놔두어도 우리 몸을 스스로 건강하고 활기차게 유지시켜 주는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장치가 있는데, 이를 ‘항상성(恒常性)’이라 부른다. 항상성(Homeostasis)이란 단어는 ‘똑같은 상황을 유지하다’라는 그리이스어의 두 단어에서 만들어졌다. 생명체에 해를 끼치는 상황마다 생명체를 보호하고, 어지럽혀진 균형을 회복시키는 요소들이 생명체 내부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의 면역계, 내분비계, 신경계, 그리고 혈관계의 상호 보완과 협력을 통해, 병들고 약해진 우리 몸을 건강하고 튼튼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아주 강력한 힘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바로 내부 환경의 이 항상성 때문이다.

항상성의 가까운 예를 들어 보자. 피부에 상처가 나면 하루 이틀 조금씩 새 살이 돋아나고, 1주일이나 2주일이면 상처가 말끔히 아문다. 피부가 원래의 상태로 바뀌면 더 이상 새 살이 돋아나지 않는다. 우리 몸이 추위에 노출되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온 몸의 근육들이 빠른 수축을 반복하며 덜덜 떨게 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열을 만들어내서 약 36.5℃라는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절한다. 혈당이 높아져서 고혈당 상태가 되면, 췌장에서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분비되어 일정한 혈당을 유지한다. 반대로 혈당이 너무 떨어지면, 아드레날린, 코티솔,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이 나와서 혈당을 높여 주며, 우리 몸이 일정한 수준의 혈당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이번에는 좀더 자세하게 예를 들어 보자. 우리 몸에 심한 출혈이 일어나서 상당량의 혈액이 빠져나갔을 때의 급격한 반응을 살펴보자.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빠져나가는 출발점 바로 위의 대동맥 벽 내에 아주 작은 센서가 달려 있다. 대동맥체(Aortic body)라고 한다. 이 자그마한 센서는 대동맥을 통과하는 혈액의 질과 양을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를 압력수용체(Baroreceptor)라고 하고, 산소나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를 화학수용체(Chemoreceptor)라고 한다. 대동맥체와 비슷한 압력수용체는 머리에 피를 공급하기 위한 목의 경동맥(carotid artery)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출혈 때문에 상당한 양의 혈액이 빠져나갔을 때, 대동맥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떨어져 압력수용체는 전에 비해 압력을 덜 받는다. 모자란 피 때문에 산소의 분압이 떨어지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는데, 이 상태는 화학수용체에서 감지된다. 이 변화된 정보가 곧 바로 뇌에 전달된다. 그러면 뇌 중앙부는 압력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자율신경섬유라는 광범위한 체계를 이용하여 인체의 심장과 모든 혈관계에 경고 신호를 보내 반응한다. 심장은 박동수를 늘리고 맥박의 힘을 강화시켜 대동맥과 경동맥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총량을 늘린다. 동맥은 특히 소동맥을 수축시켜 모세혈관으로 들어가는 피의 양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우리 몸에서 뇌, 심장 그리고 폐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며, 이 기관들은 신선한 산소가 들어 있는 혈액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이 세 기관을 제외한 다른 기관이나 조직은 중요하나 순간적인 생명의 위협과는 무관하다. 심한 출혈로 많은 양의 피가 모자랄 때, 우리 몸의 모든 소동맥을 최소한으로 축소하여 혈류의 방출을 막지만 뇌, 심장, 폐로 들어가는 소동맥은 확 터놓아 우리가 생명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이러한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우리 몸에는 무궁무진한 지혜가 들어 있다. 사람의 지식으로 밝혀진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도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에 항상성이란 것이 있어서 끊임없이 우리 몸의 병들고 약한 부분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준다. 처음의 건강하고 튼튼한 정상적 상태로 돌아가려고 애를 쓴다. 항상성이란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은 것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만들어진 처음의 모양으로, 처음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우리 몸은 아무것도 고칠 것이 없이 완전하고 완벽하게 만들어졌고, 또한 우리 몸에 불필요한 장기나 기관은 하나도 없다. 모든 자연에는 이 항상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원래 만들어진대로의 상태인 자연과 함께 어울어지는 삶을 살때 우리는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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