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식목(植木)과 육목(育木)
선조들의 식목(植木)과 육목(育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03 18: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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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1872년 4월 10일, 미국 네브라스카주에서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고 그 뒤 J.S 모텅의 생일인 3월 22일을 ‘나무의 날’이라는 의미의 ‘아버데이(Arbor Day)’로 정하고 제 1회 식목행사에서 유래한 식목일. 부지깽이도 땅에 꽂으면 자라나는 계절인 청명 한식 식목일. 우리나라에선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지정하고 있다.


식목일을 4월 5일로 정한 것은 24절기의 하나인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신라 문무왕 때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날인 음력 2월 25일을 양력으로 계산한 날이자 조선 성종(成宗)이 동대문 밖 선농단 (先農壇)에서 뽕나무 밭을 직접 일군 날인 1343년 음력 3월 10일의 양력이 바로 4월 5일. 이 날이라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식목 행사가 시작된 것은 1911년 조선총독부가 4월 3일을 식목일로 지정하면서부터이지만, 이보다 앞서 신학기를 맞은 학교에서는 식목 방학이라 하여 1주일 정도 나무 심는 기간을 학생들에게 주기도 했다. 그러다 1946년 미 군정청이 4월 5일을 식목일로 제정해 오늘날까지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식목일은 국민식수에 의한 애림의식을 높이기 위해 1946년에 제정된 법정 기념일로, 서울 사직공원에서 제1회 식목일 행사를 개최하였다.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하면서 공휴일로 정해진 뒤 1960년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 지정하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이듬해 다시 식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휴일로 환원되었다. 1990년 공휴일에서 제외하자는 견해가 있기도 했지만, 청명(淸明)한식(寒食) 등과 겹치는 날이라 하여 그대로 두었다가 2006년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공휴일에서 제외(국가기념일은 계속 유지)되었다. 하지만 단지 계절적으로 4월이 나무를 심기에 가장 적절하기 때문에 4월 5일로 지정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은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인한 한반도의 아열대성 기후로 날씨가 계속 더워지고 있어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자는 추세다.

동아일보 1976.4.3 일자에 ‘50년생 느티나무 한 그루가 하루 12사람에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하니 이것만으로도 나무를 많이 심고 볼일이다.’라는 기사다.

선조들의 식목(植木)과 육목(育木)에 관련하여‘고려사’에 의하면 현종 4년(1013)에 “성내(城內)의 송백남벌을 금함과 아울러 공용(公 用)에 쓸 것 이외에는 시기에 어긋나서 벌송(伐松)함을 일체 금지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금산(禁山)과 봉산(封山)의 제도가 있어서 소나무 숲의 벌목금지가 엄하게 다스려졌다. 태조는 즉위하던 해에 “고려조 종묘의 소나무를 베지 말 것을 명했다”는 기록(上曰且勿伐前 朝宗廟松木)으로 보아 종묘의 소나무 벌채를 금하였고, 1398년(태조 7)에는 경복궁 왼쪽 언덕의 소나무가 말라죽자 부근의 민가를 다른 곳으로 옮겼는가 하면 송충이가 종묘의 솔잎 을 먹자 사람을 동원해서 송충이를 잡게 하기도 하였다.

‘옛날에는 눈을 아주 잘게 떠서 만든 그물을 못에 넣지 못하게 하였고, 초목의 잎이 다 떨어진 뒤에야 도끼를 들고 산에 들어가게 하였다. 이것은 천지자연이 주는 이익을 아껴서 쓰고 사랑으로 기르기 위한 것이다. 이야말로 재목과 물고기를 이용하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6백 년 전에 쓰여 진 조선개국 공신 정도전의 글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자연보호헌장의 한 구절로 인용한다 하여도 아무 손색이 없는 철학을 담고 있다. 선조들의 자연보호 정신에 숙연해 진다.

1614년에 세워진 경천군 이해룡 사패지 송금비(慶川君 李海龍 賜牌地 松禁碑:토지의 경계 지역 내의 소나무를 무단 침범 혹은 벌목하는 것을 금지하는 비석)를 통하여 조선시대에 일관되게 시행해 온 오늘날의 자연환경 보존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송금정책의 일면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송금비를 통하여서도 선조들의 식목과 육림의 실천의지를 알 수가 있다.

최근 진주의 진산 ‘비봉산 제모습찾기 사업’의 일환으로 내 나무 갖기 운동이 일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숲, 이제는 우리가 숲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보듬어 주어야 할 때이다. 제 91회 식목일을 즈음하여 이참에 35만 진주시민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봄철과 식목일만이 아닌 1년 내내 “생애주기별 기념 내 나무 갖기”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자. 내 고장에 내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가꿈으로서 푸른 도시 진주건설은 물론이거니와 내 고장 사랑의 애향심을 갖게 됨으로서 시민 화합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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