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구별법
진심 구별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05 19: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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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 소설가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국민을 사랑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우리 동네에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시의원 한 사람이 불려가는 바람에 시의원 보궐 선거까지 겹쳤다. 그러니 후보들이 골목골목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국민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시의원 후보 다섯 명과 국회의원 후보 다섯 명을 합하면 10명이다. 이들을 좋은 게 좋다고 공평하게 한 표씩 다 찍어주면 되겠는데 투표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동네 오래 살다보니 후보 중 몇 명은 아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잘 아는 사람을 안다는 이유로 찍을 수도 없다. 그러고 보면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고 안 찍는 것도 좀 그렇다. 또 그렇다고 그들이 나눠준 명함에 적힌 걸 그대로 믿고 판단할 수도 없다. 난감하다.

시의원 후보를 살펴봤더니 한 사람은 바로 이웃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님이다. 이미 장부가 된 아들이 다닌 어린이집이니 그야말로 한 동네 사람이다. 지난번 선거때 실패했다. 그 전 선거때는 비례대표로 시의원이 된 적이 있다. 아들의 원장 선생님 시절부터 왠지 이 사람은 욕심이 좀 과한 것같아 찜찜하다. 이것도 자기가 해야만 하고 저것도 자기가 해야한다는 스타일이다. 어린이집 행사에서도 보면 사회보기에서부터 행사진행까지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 한다.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걸 보면 각 선생님들과 학부형들과 함께 나눠서 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두 번째 사람은 지난번 시의원 선거때는 안 나오더니 이번 보궐선거에 나온 모양이다. 연세가 꽤 든 분인데 그 전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이다. 이 분은 볼 때마다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연세가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론 꼭 그래서 안타까운 건 아닌 것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라면 그에게 이번엔 당선을 안겨주고 싶다. 그러고 보면 또 실패하면 폭 고꾸라져서 단번에 산송장처럼 파파 할배가 되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에 이렇게 내 마음이 안타까운듯. 그러나 선거는 내 마음만으로 하는 건 아니니 괜시리 걱정이다.

세번째 네번째는 모르겠고 다섯번째 사람이 또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러다간 셋 다 찍어야 하나 하는 게 또 다른 걱정이다. 이 다섯번째 사람은 공무원생활을 거의 30년을 한 사람인데 이웃이다. 마을버스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이니 분명히 이웃이다. 근면검소하고 선량한 사람이다. 일요일인데도 아침부터 메카폰을 어깨에 메고 차도 없이 걸어서 동네를 돌며 외쳤다. “시의원은 기호0번 000입니다” 라고 외치는 소리를 잠자리에서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룩 흘렀다. 참 인생하고는. 남편도 안됐던지 이번엔 저 사람 찍어주자, 응? 했다. 나는 멀뚱멀뚱 남편을 보기만!

국회의원 후보는 규모가 규모이니만큼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첫번째 후보의 경우는 옆집 아저씨 때문에 내가 홍보위원으로 되어버렸다. 옆집 아저씨는 선거때마다 요령것 줄을 잘 서서 한 몫을 챙기는 축이다. 그러니 내가 좌측경향이라는 걸 알고 자신이 속한 우측으로 유인하려는 나름의 책략이었던 모양이다. 하도 부탁을 하길래 전화번호를 올려놓은 걸 연으로 어찌나 전화와 문자가 자주 오는지, 이름이 익숙해져서 그 후보를 마치 내가 잘아는 것 같은 기분이다.

두번째 사람은 진짜 듣도보도 못한 사람이라 모르겠다. 세번째로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은 공석에서 서너 번 얼굴을 보며 악수를 나눈 적이 있었다. 공석에서 그 정도 수인사를 나눈 거라면 나와 경향이 비슷하다는 것이겠다. 경향의 문제뿐 아니라 일도 무난히 잘 하고 있다. 현의원이기도 한데 이번엔 많이 불리하다. 지난번엔 야권단일 후보였는데 이번엔 야당의 표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이긴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했으니, 뚜껑이 열릴 때를 기다려야지 별 수 없겠다.

아무래도 진실 구별법 같은 건 없는 모양이다. 다른 일에서는 모르겠는데 정치인들이란 그들이 진실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거시기하다. 그래도 갖은 요령을 피워서 나름의 진실한 사람을 골라서 선거일에는 꼭 투표해야겠다. 그것은 우리들의 귀한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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