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 벚꽃 십리길
화개 벚꽃 십리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11 18: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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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이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4월초에는 관광객들로 화개골은 길이 막히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벚꽃들이 한층 활짝 웃는 날들이었다. 예전에는 출퇴근시 별로 지장을 받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유난히 차들로 길이 막혀 퇴근시간에는 꼼짝달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애로사항을 많이 느꼈었다.


지리산 골골이 흘러 내린 물이 맑은 하늘을 담아 내리는 화개천에는 바위와 어우러진 물길이 아름답다. 섬진강의 지류인 화개천을 따라 이어진 도로에는 오래된 가로수가 봄을 알리는 잔치를 벌인다. 해마다 봄이면 구례의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서 향기를 보내오고, 매화가 섬진강 건너 편서 여러 가지 색깔로 온 산들을 수 놓았다가, 화개골에 벚꽃을 피어올리는 봄의 천사가 분주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러한 범주의 꽃잔치가 벌어졌다.

다른 곳에도 많은 벚꽃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많은 눈들을 황홀경에 빠뜨리지만 화개골 십리길의 벚꽃들은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에다가 화개천의 맑은 물이 더해저 더욱 깨끗하고 환하게 우리들의 마음에 다가와 마음마저 황홀경에 젖게 한다.

화개면지에 소개된 화개의 10경중 십리 벚꽃은 ‘김동리의 <역마>와 박경리의 <토지>가 꽃길 언저리에 무대를 두었고 지리산 남록의 종가 쌍계사가 있어 화개 벚꽃은 더 더욱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화려한 춘색이 밀어 닥친 경상남도 화동군 화개면 <쌍계사 벚꽃 10리 길> 땅 위에 흩날리는 꽃보라와 화심에서 꿀을 핥아내는 벌들의 분주함, 꽃길 옆 개천에서 노니는 은어떼의 한가함이 어우러져 춘색을 다툰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화개장에서 쌍계사까지 5km 벚꽃길을 가리켜 그 밑에서 혼담을 나누면 백년해로를 기약한다 해서 <혼례길목>이라 부르기를 좋아한다.

벚꽃의 꽃말은 <뛰어난 미인>, 화개벚꽃은 원산지가 제주 한라산으로 밝혀진 왕벚꽃 나무의 잡종, 4월 10일에 만개해 1주일간 활짝 피었다가 꽃말을 증명하듯 한꺼번에 져버리는 미인박명 형이다.

화개의 벚꽃은 1931년 3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의 신작로가 주민들의 부역으로 개설되고 함께 화개교도 개통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군내 유지들의 성금으로 홍도화(복숭아) 200그루와 벚나무 1200그루를 가로수로 심은 것이다. 이때 묘목 1그루의 가격이 한정식 1인분(1상)과 같았다고 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 때의 군수와 면장이 합심하여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만들어 놓았다고 하니 거의 80여년이 지난 지금 하개골의 벚꽃 잔치를 더 빛나게 하고 있다. 화개골의 벚꽃을 보면서 그때의 군수와 면장 그리고 유지들의 행동과 마음이 이렇게 활짝 웃고 있구나 하고 느껴본다. 지방이나 도시나 전국 어디나 행정가나 정치가나 교육자나 누구 할 것 없이 우선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임기가 끝나고 나면 그들이 해놓았던 것이 또 다르게 바뀌고 어떤 건물은 돈만 먹는 하마로 바뀌어 골칫덩어리로 변하고 있다고도 한다. 결국 지금의 일에만 우선으로 해 놓고서 국민의 세금을 자기 마음대로 쓰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 아파트나 건물, 다리, 도로 등 사업들에 대하여 감리를 두어 책임과 하자기간을 두듯이 지자체의 장들이나 나라의 정치와 행정을 하는 모든 분들이 하는 그때의 일들에 대하여 그것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이름을 새기고 하자기간을 둘 수는 없는 걸까? 만약 잘 못된 일을 치적을 쌓기 위하여 했다면 10년이고 20년이고 그분이 책임을 묻고 그래도 안된다면 그 가족 후손들한테도 책임을 묻도록 한다면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할 것이고 미래를 위한 사업들이 사람이 바뀌어도 이어서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화개골의 벚꽃들이 꽃비로 내리더니 순백의 배꽃들이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수줍음과도 같은 웃음으로 피어났다. 그리고 벚나무들은 녹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이제 온누리가 녹색으로 짙어져가면 하늘의 태양도 더 활활 불타오를 것이다. 화개천의 시냇물도 섬진강의 흰모래알을 간질이듯이 조용조용 내려가는 강물도 마음을 맑히고 추스르고 있는 듯하다.

내년에도 벚꽃은 활짝 웃음을 머금고 우리를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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