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瘀血)
어혈(瘀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20 19:3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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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몸에 있는 나쁜 피를 빼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환자를 보다보면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다. 주로 연세가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 많이들 물어보셨던 질문이었는데, 젊은 분들 중에서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염좌나 타박상 등으로 인해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이들 문의하시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나쁜 피’는 한의학에서의 어혈(瘀血)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어혈은 체내의 혈액이 일정한 자리에 정체되어 노폐물이 많아져 생기는 병증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체내에서 음식물이 소화되어 노폐물이 되면 여러 기관에 의해 몸 밖으로 배설되는데, 이 기관에 장애가 있거나 노화 등으로  배설이 원만하지 못하면 노폐물은 혈액이나 림프 등에 정체되어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은 노폐물을 많이 함유하는 혈액이 바로 어혈이다. 대부분 교통사고나 염좌 등 외부적인 충격에 의해 어혈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러한 외부적인 충격 없이도 노화 등으로 인해 신체 내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도 어혈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잘 낫지 않는 여러 가지 질환에는 어혈을 제거하는 효능을 가진 약재들을 적지 않게 사용을 하고 있으며, 효과 또한 우수하다.

신체 내에 어혈이 있을 때는 어혈이 있는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어혈이 있음을 의심할 수 있다.

1. 통증 어혈이 있는 부위에는 비교적 반복적인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통증의 양상은 주로 무겁고 뻐근한 느낌보다는 쑤시고 찌르는 경우가 많다.

2. 종괴(腫塊) 어혈이 풀리지 않고 오래되면 신체에 종괴(덩어리)가 형성될 수도 있다. 여성들의 자궁근종의 경우 최우선적으로 어혈의 존재를 고려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3. 출혈 어혈이 있으면 오히려 피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혈의 대표적인 증상 중의 하나가 바로 출혈이다. 이는 전반적인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코피 · 대변 출혈 · 자궁 출혈 · 토혈 · 혈뇨 등 다양한 부위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4. 기타 계속되는 현기증이나 흉복부의 답답한 느낌, 허리와 복부 등의 부위에 유난히 매우 차가운 부위가 있는 경우, 피부나 점막의 색이 지나치게 어두운 경우, 손톱이나 손바닥 등이 검붉은색이나 검푸른색으로 변하는 경우도 어혈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어혈의 치료법은 한의학에서 활혈거어법(活血祛瘀法)이라고 한다.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자연적으로 어혈이 제거되도록 도모한다고 풀이할 수 있는데, 주로 강하게 기혈의 순환을 유도해 자연적으로 어혈이 제거될 수 있도록 하는 약재들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어혈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는 약재 중 일부는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는 효능을 가진 약재들도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 없이 임의대로 복용을 하게 되면 큰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어혈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일부 민간요법을 시행하는 곳에서 부항을 이용해 피를 빼는 경우가 제법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어혈이 체표에 머물러 있는 경우에만 일부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전신의 어혈을 제거하는 방법이 아니다. 부항을 이용해 함부로 피를 빼는 경우 이차감염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게 되는 경우라면 체내의 어혈 유무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건강을 위해 임의대로 어혈을 제거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보다는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섭생으로 어혈의 생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 고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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