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에 월백 하니
이화에 월백 하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21 18: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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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기후의 탓인지 봄꽃들이 시차도 없이 한데 어우러져 현란한 향연이 끝없이 이어지더니 매화지고 벚꽃지자 배꽃도 한물이 지났나 했는데 응달의 배나무과수원은 이제야 하얗게 꽃으로 뒤덮였다.


비탈진 배나무 밭을 지날 때마다 배꽃의 향기가 흙냄새와 풀냄새랑 함께 어우러져선지 상큼함을 더하는데 저녁이면 마을길의 가로등 불빛을 받아 만개한 배꽃이 옥양목을 바래듯이 순백의 빛깔로 밤의 정취를 휘감는다.

요새 며칠 밤은 음력 삼월 중순이라서 만월의 달빛이 온통 배나무 밭으로 쏟아져 하얗게 덮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이조년 선생의 ‘다정가’ 가 살풀이춤의 하얀 수건이 되어 전신을 휘감으며 황홀경에 젖게 한다. “다정도 병 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가 아니라 아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지춘심도 아니건만 풍광에 매료되어 그냥가지 못하고 농막의 평상에 걸터앉았다. 숨쉬기가 부드럽고 향긋하고 상큼하다. 자연은 이토록 시시각각으로 조화롭게 변하며 일상이 고단한 우리들의 심신을 위로하고 달래면서 화사한 이 밤이 꿈결같이 지나면 머지않아 열매 맺어 무성하게 자라서 풍성한 결실이 희망으로 영글어서 보람으로 가득한 훗날로 이어지며 정성의 보답을 아낌없이 쏟을 게다.

정치는 달빛처럼 국민은 이화처럼 어우러지면 좋겠건만 정치권은 왜들 갈수록 태산일까. 20대 총선은 결과가 정답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내 탓이요 할 사람도 있고 몸보신 한다고 눈치만 봤으니 내 탓이요 할 사람도 있고 허우대만 그럴듯하지 소신 없이 물러터진 내 탓이요 할 사람도 있고 애시 당초 제 저고리가 아니라서 텃밭 농사도 못 거둔 것이 내 탓이요 할 사람도 있는데 능청만 부리고 딴소리만 하고 있으면 국민들은 두 번 다시 안 볼 건데 괜찮을까가 걱정이다. 정치는 앞을 보고 하는 것이어서 앞이 보이는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앞이 보이는 사람만이 해야 하는데 앞도 못 보는 사람이 뒤 배경만 돌아보고 정치를 하니까 갈 길을 몰라 헤매는 것은 불문가지인데 애달파서 어이할꼬!

그래도 얼굴 두껍게 주저앉아 뭉갤 것인데 등 돌리고 살자니 제 세상 만들게고 모르는 척 하자니 제 좋아서 설칠게고 참아 주자니 속이 터질게고 믿어 주자니 속을 것이고 속아 주자니 억울할 것이고 두고 보자니 답답할 것을 ‘자규야 알랴마는’ 이 낭패를 어이할꼬!

GNP 2만 달러를 넘었으면 뭐하고 3만달라면 뭐하나. OECD국가 중 행복지수가 자장 낮은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어디가 잘 못 된 것인가를 찾아야 하고 반드시 고쳐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20대 국회의 시급한 책무이다. 정치인은 실세에게 충성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며 오직 국민의 편에서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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