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사람 존경하지 마라
기부하는 사람 존경하지 마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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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석/한국국제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우리가 알고 있는 워런버핏, 빌게이츠, 김장훈, 김우수 철가방 아저씨, 안철수 교수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사회 환원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더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18세기 후반 제주도를 살린 김만덕 할머니나 영화 ‘만득이’의 남자선생님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당연 우리에게는 이웃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부금액이 많으면 유명해지거나 인터넷 검색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왜 기부를 권유하고 기부자를 존경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덕목으로 삼는 것일까. 그건 분명 우리 삶에는 가진 자 만의 특권이 아닌 베풀려고 하는 마음이 우선시 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기부나 사회 환원이 과연 칭찬받거나 존경받을 만한 것인가.

진한 커피 향에 기운을 얻고 펜을 굴리는 것은 고산지대에서 고생고생 커피를 수확한 농부의 덕이요, 글을 쓸 줄 아는 것은 학교에 보내어 글씨를 배우게 한 부모의 덕이요, 별 볼일 없는 나를 쓸모 있게 만들어준 지도교수님의 덕이요, 자꾸만 재촉하는 ‘H’기자의 채찍 덕분이지 순전히 나에게서 창조되는 지력과 체력과 창의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은 밥, 커피, 음료와 같은 유형의 것과 교육, 음악, 사색, 명상과 같은 무형의 것들이 들어와 다시 누군가를 향해 무형, 유형의 것으로 나가는 통로이지 특별한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한 달 동안 일한 대가의 월급은 학생을 가르치고 학교의 이런저런 일을 한 대가이고 이렇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나무와 풀들이 내뿜은 신선한 공기와 쌀과 김치 덕이라.

질량보존의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E=mc2, H2SO4=2H++ SO42- 등을 떠올려 보자.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모양을 바꾸어 정직한 량이 이동할 뿐이지 남몰래 증발하거나 거짓되게 이동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주름은 자식을 기른 흔적이요, 선생님의 흰머리는 제자를 정성스레 기른 흔적이라. 우리의 세포는 받은 만큼 내놓지 않으면 제 기능을 잃거나 죽음에 이르기도 하며 우리 몸은 체온조절기능을 통해 받은 열 만큼을 밖으로 내놓는 최적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에 저체온이나 고열로 고생을 하지 않게 된다. 물론 시상하부의 셋포인트(set point)가 정상이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받아들인 것을 고스란히 내어놓을 때에만 우리 몸이 균형을 유지하고 탈이 없음을 말해준다.

눈에 보이는 물질, 특히 황금은 용도가 다양하고 음식처럼 상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가까이 두고 싶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하지만 독이든 술임이 분명하다. 인생의 중턱이든 끝자락에 이르기 전이든 이 세상에 내놓지 않으면 세포내 부종 또는 고열이 아니더라도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수 있다. 반면에 무형의 것은 나 혼자 가지고 있어도 세상 사람들에게 욕을 거의 먹지 않으며 고매한 지식인이나 인격자로 보이게도 한다. 허나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들도 이 세상의 유형, 무형의 것들이 변화되어 들어온 것인지라 죽기 전에 내놓는 것이 세상 속의 당연하고 자연스런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 아닐까. 이 때 비로소 내 몸과 정신이 균형을 유지하며 건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나에게로 온 유형, 무형의 것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안 되는 걸까. 이미 물리, 화학, 인문사회 공식들에 숨어있는 알기 쉬운 삶의 공식을 우리는 왜 어색하게 피해가는 걸까. 기부하는 사람, 존경하지 마라. 기부, 사회 환원은 이 사회를 균형 있게 만드는 당연한 삶의 공식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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