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계절, 4월
잔인한 계절, 4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4.26 19:3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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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사월은 우선 날씨가 참으로 변덕스럽다. 낮에는 여름 날씨지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불편하기도 하다. 낮에도 그늘에는 서늘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덥다. 낮에는 실내가 더 서늘한가 하면 조금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더워서 옷을 벗게 된다. 잠시 후면 체온이 내려가서 재체기가 난리를 피운다. 대체 어떻게 날씨의 비위를 맞춰줘야 할지 헷갈린다. 그러다가도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 게 다 그렇지 한다. 실제로 그런 정도들이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부지런히 행동하면 오히려 즐거울 수도 있다. 지난 겨울의 추위를 생각하면 봄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년 전 사월 이맘때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는 말이 없고 하늘도 무심하다. 진도의 산과 들에는 온갖 꽃들과 새싹들로 봄이 왔다고 난리일 것이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의 온 시내도 꽃이 피고 화랑 유원지 호수에도 꽃창포가 노랗게 피었을 것이다. 그 사월에 분향소를 찾아간 화랑유원지에 핀 꽃창포가 너무 아름다워 더욱 눈물이 났었다. 지천으로 널려 피어있는 토끼풀꽃 보는 마음도 미어졌었다. 내 마음이 이럴진데 유가족의 마음은 어쩌까, 어쩌까 하는 말만 반복했다.

특별조사위의 임기도 두 달 후면 끝이 난단다. 정부의 교묘한 방해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활동을 해왔는데 이대로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가 막힐 뿐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임기연장을 하든지 더 당찬 조사위가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하루 빨리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되어야 되는데 그것도 정부여당의 반대로 끝없이 미뤄지고 있다. 특별검사제 도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쩌까, 어쩌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됐을까. 사람이 몇 백 명이 죽고 일부는 아직 시신도 못 찾고 있는데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런 지경이 됐을까 말이다. 그 시신이 있는 곳은 불과 35미터 밖에 안 되는 바다속 배 안이다. 물론 위험하기도 하지만 첨단 기술도 그 배를 인양할 수준은 이미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기술로만 안 되면 이웃 나라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인양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정부와 여당은 왜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일까? 정말 나쁜 정부고 여당이다. 당연하고 마땅한 입법을 반대하고도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국민이 이렇게 눈을 번히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도? 그러면서도 이번 총선에서 자기 당을 뽑아달라며 나래비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난리일까? 빨간 잠바만 입으면 단가? 어쩌자고 불법 선거개입이 분명해 보이는 한 여인까지 빨간잠바를 걸쳤는가? 빨간 잠바만 입으면 온 우주의 기운이 그들이 대대손손 집권하도록 소원을 이뤄준다고 또 어떤 용하고 비싼 점쟁이가 예언이라도 한 것일까? 정말 왜 이럴까? 돌아가신 전 대통령 중 한 분은 자당을 도와달라는 한 마디 말 때문에 탄해까지 당했지 않은가? 바로 빨간잠바의 주인공들이 탄핵하지 않았던가? 벌써 잊었단 말인가? 아니면 빨간잠바만 입으면 그렇게 불법을 행해도 된다는 건가? 기가 찬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무조건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는 주식회사가 아니다. 아니어야 마땅하다. 자기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벼라별 달콤한 소리를 해서 물건만 많이 팔아서 돈만 챙겨먹는 기업의 논리로 국가나 정당을 움직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가진 건 돈밖에 없다는 걸 자랑으로 내걸고 자기보다 작은 소상공인을 다 잠식해먹고 온갖 방법으로 시장을 장악해서 기업주의 주머니만 불룩하게 하는 돈의 논리로 움직여서는 안 되는 게 국가와 정당이다.

여당은 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선 아무 명분도 없고 설명도 없이 무조건 반대를 하다니. 누군가 딱 부러지게 물으면 얼버무리면서도 반대 하나는 딱 부러진다. 어서 진상을 규명하고 진실을 밝히는 게 여당에도 이익이 되는 게 아닌가? 이익이 아니고 진실이 밝혀지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비밀이라도 있는가? 특별검사제 도입도 그렇지, 왜 반대를 하는가? 그냥 기분이 나빠서? 여당이니까 힘 자랑이 하고 싶어서? 그냥 쉽게 진실을 규명하면 국민이 쉽게 정치한다고 이제 지지를 안 할까봐? 진짜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은 곳에서 외면 당하고 있는 아홉 명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인공지능에게조차 부끄럽다. 인공지능이 그렇게 발달했고 기계의 기능도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 위력이 발전했다. 그런데 왜 세월호의 인양은 이렇게 감감 무소식인가 말이다. 인양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인양 현장에 유가족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고 있단다. 왜? 도대체 왜 막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인양 경과도 알려주지 않는단다. 그것 참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급기야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좀 떨어진 작은 섬에서 유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인양현장을 주시하고 있단다. 세월호 참사에 관해서라면 참으로 이상한 일들만 일어난다. 예컨데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숨기려고 하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다면 그 사건의 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반증 아닌가? 아닌가? 아니면 아닌 게 아닌가? 그렇다면 구태여 진실을 밝히지 않으려고 하는 쪽이 범인이 맞다. 그렇지 않은가? 논리가 맘에 들지 않는가? 우리도 국가나 정당을 권력자 개인의 사유물인 양 기업의 논리를 적용하는 무식한 님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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