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사월은 우선 날씨가 참으로 변덕스럽다. 낮에는 여름 날씨지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불편하기도 하다. 낮에도 그늘에는 서늘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덥다. 낮에는 실내가 더 서늘한가 하면 조금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더워서 옷을 벗게 된다. 잠시 후면 체온이 내려가서 재체기가 난리를 피운다. 대체 어떻게 날씨의 비위를 맞춰줘야 할지 헷갈린다. 그러다가도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 게 다 그렇지 한다. 실제로 그런 정도들이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부지런히 행동하면 오히려 즐거울 수도 있다. 지난 겨울의 추위를 생각하면 봄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년 전 사월 이맘때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는 말이 없고 하늘도 무심하다. 진도의 산과 들에는 온갖 꽃들과 새싹들로 봄이 왔다고 난리일 것이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의 온 시내도 꽃이 피고 화랑 유원지 호수에도 꽃창포가 노랗게 피었을 것이다. 그 사월에 분향소를 찾아간 화랑유원지에 핀 꽃창포가 너무 아름다워 더욱 눈물이 났었다. 지천으로 널려 피어있는 토끼풀꽃 보는 마음도 미어졌었다. 내 마음이 이럴진데 유가족의 마음은 어쩌까, 어쩌까 하는 말만 반복했다.
특별조사위의 임기도 두 달 후면 끝이 난단다. 정부의 교묘한 방해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활동을 해왔는데 이대로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가 막힐 뿐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임기연장을 하든지 더 당찬 조사위가 구성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하루 빨리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되어야 되는데 그것도 정부여당의 반대로 끝없이 미뤄지고 있다. 특별검사제 도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쩌까, 어쩌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됐을까. 사람이 몇 백 명이 죽고 일부는 아직 시신도 못 찾고 있는데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런 지경이 됐을까 말이다. 그 시신이 있는 곳은 불과 35미터 밖에 안 되는 바다속 배 안이다. 물론 위험하기도 하지만 첨단 기술도 그 배를 인양할 수준은 이미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기술로만 안 되면 이웃 나라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인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무조건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는 주식회사가 아니다. 아니어야 마땅하다. 자기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벼라별 달콤한 소리를 해서 물건만 많이 팔아서 돈만 챙겨먹는 기업의 논리로 국가나 정당을 움직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가진 건 돈밖에 없다는 걸 자랑으로 내걸고 자기보다 작은 소상공인을 다 잠식해먹고 온갖 방법으로 시장을 장악해서 기업주의 주머니만 불룩하게 하는 돈의 논리로 움직여서는 안 되는 게 국가와 정당이다.
여당은 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가? 그 이유에 대해선 아무 명분도 없고 설명도 없이 무조건 반대를 하다니. 누군가 딱 부러지게 물으면 얼버무리면서도 반대 하나는 딱 부러진다. 어서 진상을 규명하고 진실을 밝히는 게 여당에도 이익이 되는 게 아닌가? 이익이 아니고 진실이 밝혀지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비밀이라도 있는가? 특별검사제 도입도 그렇지, 왜 반대를 하는가? 그냥 기분이 나빠서? 여당이니까 힘 자랑이 하고 싶어서? 그냥 쉽게 진실을 규명하면 국민이 쉽게 정치한다고 이제 지지를 안 할까봐? 진짜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은 곳에서 외면 당하고 있는 아홉 명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인공지능에게조차 부끄럽다. 인공지능이 그렇게 발달했고 기계의 기능도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 위력이 발전했다. 그런데 왜 세월호의 인양은 이렇게 감감 무소식인가 말이다. 인양을 한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인양 현장에 유가족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고 있단다. 왜? 도대체 왜 막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인양 경과도 알려주지 않는단다. 그것 참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급기야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좀 떨어진 작은 섬에서 유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인양현장을 주시하고 있단다. 세월호 참사에 관해서라면 참으로 이상한 일들만 일어난다. 예컨데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숨기려고 하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다면 그 사건의 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반증 아닌가? 아닌가? 아니면 아닌 게 아닌가? 그렇다면 구태여 진실을 밝히지 않으려고 하는 쪽이 범인이 맞다. 그렇지 않은가? 논리가 맘에 들지 않는가? 우리도 국가나 정당을 권력자 개인의 사유물인 양 기업의 논리를 적용하는 무식한 님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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