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코 성형에 관한 오해와 진실
의학칼럼-코 성형에 관한 오해와 진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01 18: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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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경상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경상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상욱 교수(대한비과학회 홍보위원회)


김태희의 눈에 전지현의 코, 고준희의 턱선으로 얼굴을 바꾸면 정말 모두 미인이 될까? 아니다. 오히려 결과는 ‘성괴(성형 괴물의 줄임말)’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연예인을 쫓아 얼굴을 고치다 보니, 강남역 근처에 가면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이 비슷하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었다. 환자들이 원하는 대로 도와준 의사들의 책임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성형에 대한 올바른 인식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예전부터 잘생긴 미남, 미녀를 가리켜 ‘얼굴에 흠잡을 곳이 없다’고 했다. 기막히게 정확한 표현이다. 실제로 얼굴에 흠이 많으면 못 생겨 보인다. 눈이 작고 옆으로 찢어져 있거나, 마귀할멈 같은 매부리코를 가지고 있다면 얼굴에 흠이 된다. 콧구멍 속이 환희 들여다보이게 들창코도, 반듯해야 할 코가 좌우로 휘어 있는 것도 흠이다. 그리고 이러한 흠이 여러 개가 쌓이면 못생겼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올바른 성형이란 이러한 흠을 얼굴에서 지우는 수술을 뜻한다. 흠을 하나씩 지우다 보면,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이 보이는 자기 얼굴이 나온다. 무작정 연예인의 얼굴을 복사하듯 성형을 해서는 자기 얼굴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물론, 예뻐지지도 잘생겨지지도 못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연예인 사진을 모범답안처럼 들고 병원을 찾고, 의사들도 못 이기는 척 연예인 닮은 얼굴을 조각한다.

의사 입장에서 보자면, 사실 흠만 따로 지우는 수술이 오히려 더 어렵다. 코성형을 예로 들자면, 수술 전에 김태희 코 라인으로 미리 재단해놓은 실리콘을 슬쩍 넣고 나오는 수술이 쉽지 튀어나온 부분은 깎고, 들어간 부위는 채우며, 휜 부위는 바로 펴는 수술은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기둥(비중격)부터 바로 세워야 올바른 코성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비중격의 편위는 코막힘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휜 코의 원인이기도 하다.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는 피사의 사탑에 반듯해 보이는 지붕을 올리는 것과 기운 탑부터 바로잡고 그 위에 제대로 지붕을 올리는 것. 과연 어떤 게 올바른 방식일까. 공사 직후에야 기운 탑에도 바로 세운 듯 보이는 지붕을 올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탑에 올린 지붕도 결국 탑을 따라 기울기 십상이다. 사람 코도 마찬가지다. 휜 비중격을 그대로 놔둔 채 보형물을 얹으면, 수술 직후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보형물이 다시 옆으로 기우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코성형에 있어 비중격의 편위를 교정하는 것이 필히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중격이 바로 펴지면, 코로 숨쉬기도 한결 편해진다. 한쪽 코안으로 돌출되어 숨길을 막고 있던 비중격을 펴줬으니, 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비강 호흡이 개선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수술을 코의 기능과 함께 바깥 코의 모양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로 ‘기능적 코성형’이라 부른다.

기능적 코성형에서 휜 비중격을 제거하며 얻는 비중격연골은 코성형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우리 몸의 일부를 고칠 때 가장 안전한 이식물은 당연히 내 몸의 다른 일부다. 이식거부반응이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성형재료로 활용되는 게 자가연골이다. 자가연골은 귀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귀연골은 귀 모양의 특성상 연골의 모양이 뒤틀려 있고, 양도 적으며, 수술 후에 귀에 흉터가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비중격 연골은 모양이 비교적 반듯하며, 연골의 양도 많고, 수술 흉터가 코안에 남으므로 타인에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성형을 하는 의사로서 도저히 미워할 구석이 없는 것이다. 비중격연골의 활용상 장점은 코끝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코끝은 기타 얼굴 부위에 비해 혈류량이 적다. 그래서 코성형 후 합병증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가 바로 코끝이다. 적게는 감염이나, 보형물이 비쳐 보이는 등의 문제에서부터 심하게는 피부 괴사가 발생하거나 보형물이 피부를 뚫고 빠져나오는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코끝에는 보형물의 삽입을 최대한 자제해야한다. 자가조직인 비중격연골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국내 성형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코성형은 남성에서는 안면성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여성에서도 안성형 다음으로 자주 행해진다. 성형에 대한 관심을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했다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본인의 콤플렉스였던 외모의 일부를 고치고 자신감을 얻어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의 뒷모습을 봤다면 성형의 긍정적인 효과 또한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환자는 자신의 얼굴을 잃지 않는 선에서 목표를 정하고, 의사 또한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술을 하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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