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발전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겠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겠다”
  • 글/김상목·사진/이용규기자
  • 승인 2016.05.12 18:49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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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예술회관 유병홍 관장

 
경남문화예술회관 유병홍(53) 관장은 올해 2월 2일자로 취임해 2018년 2월 1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을 이끌어 나간다. 관장 취임 전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사무국장을 7년간 지내면서 각종 공연과 전시를 기획, 제작하는 현장 위주의 문화예술 활동을 해왔다. 그는 앞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지역문화예술단체 간 연결을 통한 문화협력사업을 확대해 지역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문화예술단체들의 공연 및 전시 공간 확보를 위해 문화예술회관 증축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티끌만한 것일지라도 지역 문화예술발전에 도움되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유 관장을 소개한다.


다음은 유병홍 관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어떤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나
▲반년을 단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확정한 다음 외부 대관하는데 최근에 정기대관 신청을 받아 심의 중입니다. 기획을 할 때는 장르나 관객층 등을 고려하여 안분을 하되 가급적이면 지역민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을 우선 선정합니다.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프로그램은 민간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상반기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5월에 한국남동발전과 경상오페라단이 함께하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유키 구라모토’, ‘백건우’의 피아노 콘서트, 재즈와 국악의 만남 ‘재즈 국악에 빠지다’가 있고 6월엔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썸머 왈츠 콘서트’를 올릴 예정입니다. 모닝콘서트와 나이트콘서트, 하늘정원 콘서트, 휴가철 썸머 페스티벌도 준비 중입니다.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하반기는 뮤지컬 ‘파리넬리’, 정통 발레 ‘호두까기 인형’ 등 대형 공연을 확정했고, ‘송년 음악회’와 ‘박인희 컴백 콘서트’ 같은 대중 가수 콘서트와 연극도 추진 중입니다. 대관 공연은 현재 심의 중인데, 굵직한 공연이 제법 눈에 띄더군요.

▲ 외부 전경
-자체 기획공연은 수익사업은 아닌 걸로 아는데 예산은 넉넉한가
▲예술회관은 공공기관입니다. 도민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 혜택을 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외없는 문화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존립 목적입니다.
원래 예술은 왕권이나 극소수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경제적인 보호를 받으며 발전시켜 왔습니다. 근대산업화 시대에 들어 시민계급이 형성되면서 궁정예술에서 벗어나 훨씬 대중화하였습니다만 여전히 다수 층은 상업화의 그늘에서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복지국가 모델이 만들어 지면서 비로소 국가의 주도로 문화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 문화 복지의 개념이 생깁니다. 예술은 각자 댓가를 지불하고 누리거나 누군가 대신 부담하거나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서부경남은 경제적 기반이 약한데다 문화적 불균형이 심한 지역이어서 공적으로 부담해야 할 몫이 많습니다. 문화예술회관이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충분치 못합니다. 인근 창원이나 김해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겠지만, 사업 영역의 확장이 반드시 예산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 즉 원가를 절감하거나 프로그램을 규모별·장르별로 적절하게 배합하여 늘리는 방법도 있고, 자체 제작 구조를 갖추거나 외부 협업을 통해서 해결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저예산의 작은 공연을 제작하는 것이나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문화협력사업 MOU를 체결하여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 간 교량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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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의 이발사’ 무료공연 ‘화제’
문예회관·공공기관·예술단체 합작
기업공헌 지역예술단체간 교량 역할

혁신도시 인구증가 등 문화수요 상승 
문화협력사업 확대로 문화욕구 충족
지역특성 반영된 콘텐츠 개발 차별화

전시실 등 증설 공간 효율성 제고 필요
현장에 더욱 가까이 가서 일하는 사람
지역 문화예술 발전 기여 최선 다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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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혁신도시 정착과 인구증가로 문화 향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입주하면서 지역 문화 환경에 눈에 띄는 변화가 보입니다. 작년 10월 축제 때 주요 공연의 초대권 소화율이 전향적으로 증가한 적이 있고, 최근 경남문화예술회관의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와 같은 클래식 공연의 혁신도시 지역 예매율이 20%에 육박합니다. 이는 인구 대비 10배 이상 높은 비율입니다. 그리고 음악 동호회 활동이나 문화 강좌에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수도권에 비해 낮은 가격에 할인까지 적용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혁신도시 거주자의 문화 욕구가 월등히 높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예산상 자체 기획 프로그램의 양적 한계가 있는데다가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외부 공연도 잘 안들어오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문화 수요의 증가는 관객 증가의 자극제가 될 것이고 수요의 창출은 공급을 견인하여 이중고의 고리 끊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화제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한국남동발전(주)이 지역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우리지역의 (사)경상오페라단이 제작하여 경남문화예술회관과 함께 무대에 올리는 문화나눔 프로그램의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14일과 15일 오후5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무료 공연으로 막을 올립니다.
이와 같은 정통 오페라를 민간의 힘만으로 제작하기 어렵고, 그렇다고해서 문화예술회관과 같은 공공기관이 전적으로 감당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후원 하에 지역문화예술단체와 공동제작 구조를 갖춤으로써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협력사업을 확대해나감으로써 수도권에서 이전해 온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 문화혜택을 늘릴 수 있고, 질 높은 작품의 제작을 통하여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 대공연장 내부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문화예술 인프라는 어떤가
▲문예회관은 지역문화 거점기관으로 1도1회관정책으로 건립되었는데, 경상남도의 경우 도청소재지가 아닌 진주시에 입지하게 된 것은 진주가 경남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진주는 오랜 문화예술 전통을 이어가는 인적 자원이나 시민들의 자부심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인프라가 탄탄하지 못합니다. 오랜 침체기를 겪은 결과 아닌가 싶습니다. 취약한 경제 기반은 문화 소비시장을 협소하게 만들고, 낮은 소비구조는 공급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구조화 되어 있습니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외에 대체 공간이 없다시피하고 문화예술을 진작시키기 위한 협력이나 지원체제도 많이 부족합니다.
다행이도 혁신도시의 건설에 이어 우주항공산단과 같은 변화로 지역의 경제적 성장이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입니다. 이에따라 문화예술 시장도 확대될 것이고 자연스레 인프라도 확장될 것입니다.

-지역의 많은 예술 단체들과의 협력이 중요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남은 그 규모에 비해 상당히 많은 예술인과 단체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문예술단체만해도 서울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제적 활력이 증가하는 만큼 이들 단체의 활발한 활동이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남 지역에서 잘 보존되어 온 고유의 전통 예술은 한류의 바탕이 되는 한국적 가치를 지탱하는 대들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의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는 지역 거점 문화기반시설로서 이러한 지역 전통문화예술의 계승·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간을 늘리거나 공간 활용도를 확장하여 공연·전시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유기적 협조관계를 형성하여 그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 전시실1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근에 대관 상황을 보면서 근본적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현재 우리 예술회관은 1개의 대공연장과 두 개의 전시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역의 예술단체들 중 1500석이 넘는 대공연장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연 환경이 열악한 중소 공연장으로 갑니다. 대공연장은 일정 중복이 되면서 정작 지역 단체는 대체 공간을 찾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소공연장이 있으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리고 전시실도 한 개 정도 더 있어야 됩니다. 오랜 숙원인 소공연장과 전시실 증설에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앞으로 문화예술회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향후 계속해서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수명도 연장될 것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먹고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질 높은 삶 행복한 생활이 화두가 됩니다. 이때 문화예술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과거에는 문화예술회관이 극장이나 공연장을 의미하였으나 근래에는 단순히 공연에만 머물지 않고 관객과 소통하고 건전한 소비문화의 창출로 문화복지를 실현하는 복합문화시설로 인식됩니다. 앞으로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지역 거점기관으로서 경남지역의 공연전시 예술을 발전시키고 지역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문화소비와 유통의 활성화로 문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차츰 하드웨어 위주에서 벗어나서 콘텐츠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독창적인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조직의 특성상 예술성과 공익성을 기본바탕으로 하되,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마케팅활동도 적극화해야 합니다. 공간 효율성을 제고하여 외적으로 시민 휴식 공간으로서의 편의성을 높이고 내부적으로 문화교육 기능 등 공간 활용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장 취임 전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행사를 7년 정도 했습니다. 웬만한 대중 공연은 다 만들어 봤습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대중 친화적인 활동을 하려합니다.

▲ 전시실2
-퇴임때 어떤 관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저의 취임일성은 “티끌만한 것일지라도 지역 문화예술발전에 도움되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해내겠다”였습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권위나 속박, 독단, 배타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자유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장성이 중시됩니다. 저는 현장 가까이 가서 일하려 합니다. 일에 직면했을 때 이를 피하지 않고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욕심을 좀 부리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작은 기여라도 한 사람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글/김상목·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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