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비밀(2)
사찰의 비밀(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16 18: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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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절에 가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하마비(下馬碑)나 당간(幢竿)이나 부도(浮圖) 밭이다. 하마비의 뜻은 ‘이곳을 지나는 자는 모두 말에서 내리라’이다. 부처님 제세 시 신심이 깊었던 코사랄 국의 빔비사라 왕은 수도인 왕사성의 영취산에 올라 부처님을 뵐 때면, 산 입구에서 내려 걸어서 올라가곤 하였다. 어쩌면 교양인으로서 당연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 고려 인종 때 처음 세워졌다는 설인데 문헌의 근거는 없으며 문헌에서 확인되는 가장 이른 시기는, 조선 태종 때로 나온다.


깃대를 세우는 것을 당(幢) 문화라고 하는데, 여기서 당이란 깃발을 의미한다. 그러나 깃발을 허공에 매어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깃발을 세우기 위해서 장대로 된 깃대, 즉 당간이 있어야 한다. 또 이 당간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지주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당간지주(幢竿支柱)라고 한다. 신성한 곳에 높은 깃발을 세우는 문화는 아시아 전 지역에서 발견된다. 인도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사리탑(舍利塔) 앞에 장엄한 깃발을 장식한 큰 깃대를 두 개씩 세웠는데, 이를 표찰(標札)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궁궐 앞에 화표(華表)라고 해서 쌍으로 된 돌기둥을 세워 존엄을 표시했다. 당간은 철이나 돌이나 나무의 세 종류가 있으며 당간지주의 크기가 당시 그 사찰의 사세(寺勢)와 위상을 나타내 주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승려들은 유명(幽明)을 달리하면 화장(火葬)을 하고 그때 수습된 사리(舍利)나 유골을 부도(浮圖)에 안치한다. 사찰 입구에 늘어서 있는 부도는 모두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사찰에 가면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일주문(一柱門)인데 이는 ‘한 줄로 나란히 서 있는 기둥의 문’이라는 의미이다. 일주문 너머에는 부처님의 영역인 성스러운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일주문을 통과하고 나면 사천왕(四天王)이 나오는데 이는 4방위를 관장하며 부처님의 성역을 모든 악과 삿된 견해로부터 지켜낸다는 상징이다. 그 다음은 세 번째 문이 나오는데 이를 해탈문(解脫門)이라고 한다. 이 문을 통과하면 고통의 원인이 되는 번뇌에서 해탈하여 열반(涅槃)에 들어간다는 문이다.

탑(塔)의 층수는 왜 모두 홀수일까? 신성함이란 상징성과 결코 유리(遊離)될 수 없다. 탑의 신성함 역시 고도의 상징성과 관련이 있다. 이런 상징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세로로서의 하늘과 가로로서의 땅이다. ‘주역(周易)’〈계사전(繫辭傳)〉에는 ‘천존지비(天尊地卑)’라고 하여, ‘하늘은 높고 땅은 비천하다.’는 언급이 있다. 중국문화에서는 이렇게 홀수와 짝수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탑은 세로로는 3층·5층·7층·9층·13층과 같이 하늘이라는 홀수의 상징을 가지게 되고, 가로로는 4각형·8각형·12각형과 같은 땅이라는 짝수의 상징이 나타난다. 즉 동아시아의 탑은 수직으로는 홀수이고 수평으로는 짝수인 것이다. 하늘과 땅 중 무엇이 더 가치가 높을까? 천/지, 홀/짝. 이 중 먼저 언급된 것이 더 우월한 가치를 갖는다. 종횡(縱橫)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의 전통 명절인 설날(1·1)·삼짇날(3·3)·단오(5·5)·칠석(7·7)·중양절(9·9)은 모두 홀수가 겹치는 날이다. 이는 홀수는 하늘을 상징하는 상서롭고 길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탑의 층수가 홀수라는 것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빛을 통한 부처님의 깨달음을 환기시키는 석등(石燈)은 크게 나누면 등(燈)을 받치는 하대(下臺)와 등을 감싸고 있는 화사석(火舍石) 그리고 그 위 지붕돌의 세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빛을 통해서 신성을 일깨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간혹 정료대(庭燎臺)라고 하여 돌로 된 대(臺) 위에 직접 모닥불을 지피는 돌판이 있기도 하다. 일명 화광대(火光臺) 또는 노주석(爐柱石)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가람(伽藍) 배치의 기본원칙은 직선이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사찰들은 대부분 남쪽을 향해 지어졌다. 이는 일조량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옛 중국에서는 ‘천자는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앉는다’는 방위 개념이 우리나라 건축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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