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람으로 살기
오늘, 사람으로 살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24 18: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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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젊은 부모가 어린 자식을 지속적으로 학대했고 그 아이가 집을 탈출해서 세상이 알게 되었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고 그 부모는 즉각 체포되어 언론에 공개 되었다. 법의 처벌은 물론이고 만사람의 비난을 들었다. 그리고 자식에게 함부로 한 사람은 나름대로 반성도 했을 것이다. 나도 자식이 어렸을 때 때린 일이 새삼 상기되어 지금도 괴롭다. 후회되고. 아이들이란 어른들이 눈만 크게 떠도 무섭다. 어른도 자신의 키 세 배나 되는 거인이 눈을 부라리며 위협하고 실제 때린다고 상상하면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그런데 한 두 번도 아니고 폭행이 지속되면 공포자체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여당이 참패를 했다. 절대로 야당의 승리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들을 하고 그 말에 동의한다. 해도 해도 너무하고 못해도 못해도 그렇게 못할 수 없는 실정을 저지르고 있는 여당을 계속 지지한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닐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은근 자랑스럽기도 했다. 사람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현정권의 실정을 보다 당당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여당의 대표는 힘없이 뒷모습을 보이며 무대에서 퇴장했다. 여당이자 국가의 총책임자도 자신의 통치 스타일인 일인 주도 명령형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 주춤했다.

여당 참패에 이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처에서 돈을 받고 시위집회를 방해했다는 얘기가 나라 안에 퍼졌다. 아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를 이어갔다면 계속 이어졌을 비행이 끝장을 본 것이다. 조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위의 어린이 학대 사건처럼 딱 부러지게 진행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는 해도 이제 시민들의 합법적인 집회에 맞불을 놓는답시고 앰프를 크게 틀어놓아 집회가 진행이 어려운 꼴은 안 봐도 될 것이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집회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방해없이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 하자는 게 아니다.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이상한 표정이 뇌리에 박혀 나가지 않아 얘기로 풀어내고 나면 좀 비워지리라 싶다. 가장 뇌리에 박혀 있는 표정은 세월호 광화문 집회장소를 철거하려는 노인들의 극악한 표정이다. 허리에 손을 척 얹고는 숨이 가플 정도로 씩씩대며 유가족을 향해 삿대질을 해대던 노인들. 불쌍하기도 하고 야비하기도 했다. 일당 2만5000원을 벌기 위해 그토록 숨이 가프도록 씩씩대며 나쁜 짓을 일이라고 했다는 걸 알고 나니 너무도 불쌍한 것이다. 콩인지 팥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토록 온 힘으로 싸우다니.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하루에 2만5000원을 받다니 사람이 할 짓이 아니잖은가. 그걸 일당이라고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피차 사람이 아니다. 자기 부모님이라도 그 돈 주면서 그런 못된 일을 시킬 것인가. 사람인 게 부끄럽다.

더 가슴이 아픈 건 그들의 행위가 사람의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야비했다. 시민들의 대정부 집회를 찾아다니며 온갖 욕을 하며 방해를 했다. 자신들 뒤에는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너무도 당당하게 그 행위를 했다. 그 무지가 너무 가슴이 아픈 것이다. 국민의 무지는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 국민도 한 사람 개인이 모여서 국민이니 무지는 가장 우선적으로는 그 개인의 몫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책임이 국가에 있지 않으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러고 보면 가장 나쁜 것은 티브이가 아닌가 싶다. 저런 흉악하고 가슴 아프도록 화가 나는 이야기는 티브이에서나 나온다. 내가 대문을 나서면 만나게 되는 이웃들은 그다지 못된 짓거리를 하거나 잔인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 어쩌다 부부 싸움을 하며 욕을 하고 때리기도 하지만 그런 때에는 즉각 경찰이 출동해 해결한다. 누군가 신고를 하기 때문이다. 맨날 빈둥거리며 막걸리나 마시는 놈팡이들이 몇 있기는 하지만 어쩌랴, 그들도 이웃이다. 마음먹고 보면 못 봐줄 것도 없다.

새벽부터 신문을 돌리네 우유를 배달하네 해서 대개는 성실하게 일한다. 손님을 끌기 위해 서로 가격을 얼마라도 낮추려고 애쓰는 마트 주인들을 볼 때면 고맙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다. 우리 동네는 가난한 동네인데도 작은 마트가 유난히 많다. 마트 주인들은 하나 같이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온 가족이 함께 일을 한다. 우리는 또 가난한 사람들이라 100원이라도 싸면 안면을 싹 바꾼다. 마트 주인들은 피가 마를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옛말에 삼촌 가게도 싸야 간다고 했다.

사별하고 홀로 된 환갑을 훨 지난 아들이 팔순을 훨 지난 홀로된 노모와 어릴 때 놀라서 정신이 나간 동생을 돌보는 이웃도 있다. 노모에게 참으로 잘하니 노모는 언제나 행복하고 보기도 참 좋다. 아파트 경비 일을 하며 파지도 주워 살지만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이번에 막내가 대학을 갔으니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 외에 해줄 일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 지금처럼만이라도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다. 또 파킨스병을 앓는 동생을 평생 돌보는 팔십이 훨 넘은 언니도 있다.

나는 팔십이든 칠십이든 연세든 여성분들 모두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들이 좋아하니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오늘도 칠순이 훨 넘은 언니가 국수를 비벼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언니, 오늘만이라도 내가 비비 드려야 되는데” “아이구 바뿐 사람이” 인생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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