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운행의 참사가 남긴 교훈
대열운행의 참사가 남긴 교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26 17: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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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사막의 능선을 걷는 낙타의 행렬을 석양의 역광에서 바라보면 풍광의 멋과 운치가 넘쳐나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쩌면 저렇게도 자로 잰 듯이 일정거리의 간격을 유지하며 줄지어서 갈 수있나하고 신기하기도 하거니와 어느 누구 하나 서두름이 없어 더 없이 평화롭다. 뿐만 아니라 스님들의 ‘안행’ 또한 멋스러운 행렬이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에 비유하여 안행(雁行)이라 하여 굽으면 굽은 대로 바르면 바른 대로 외길로 줄지어서 걷는 관경은 머뭇거림도 없고 빠르고 느림도 없이 그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한결같은 순리와 순리의 이음이고 연결이다. 이 모두는 사전에 약속된 것들이 아니다. 앞에 선 이의 속도에 맞춰지고 뒤에 선 이의 간격으로 유지되는 서로간의 배려이고 이심전심에 의한 순리의 흐름이다.


이와는 달리 차량들의 운행에는 엄격한 규율이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할 법규이자 조건제시로 이루어진 약속이고 이해균등의 사전계약이다. 이를 어기면 쌍방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엄격하게 법률로서 제한한 제약이 주어진 것이다. 지난 16일 오전 남해고속도로 진주방향 창원 1터널 안에서 9중 연쇄추돌사고로 관광버스 사이를 달리던 승용차도 연쇄추돌을 하면서 들이받고 들이받히면서 버스사이에 끼어 타고 있던 4명 모두가 현장에 숨지는 참사를 빚었다. 2,670m인 긴 터널 속에서 불이라도 붙었더라면 다섯 대의 관광버스에는 수학여행 길의 학생들이 타고 있어 더 큰 참사를 불러 올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번 추돌사고도 앞차의 원인제공 발단이야 어떠하든 대열운행까지 하면서 안전거리의 미확보가 추돌로 이어진 예견된 사고이다. 낙타들의 행렬이나 안행은 모두 속도에 걸맞은 나름대로의 안전거리가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 반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은 엄격한 규제를 운전자들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무시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의 관광버스는 대형화 돼서 길이도 10m가 넘으며 무게 또한 10톤을 넘는 어마어마한 덩치이다. 이러한 육중한 덩치가 시속 100km를 달리다가 앞차를 들이받는다면 그 충격은 실로 어청날 것이다. 100km 속도의 제동거리가 70m라지만 운전자의 순발력에 따라 제동거리에 포함되는 공유거리가 길어 질 수도 있고 제동장치의 성능이나 도로 또는 타이어의 상태에 따라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어 100m의 안전거리 유지는 생명과 직결되는 절대적인 준수사항이다. 끼어드는 차량이 얄미워서 틈새를 주지 않겠다고 더 다잡아서는 것은 참으로 잘 못된 생각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지만 이에 앞서 우리는 공유의 권리를 향유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운전습관의 절실함을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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