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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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30 18: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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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인간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웃음’이다. 실제로 웃음은 인간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특히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독을 제거하는 탁월한 해독제이다. 잘 웃는 이들은 대개 건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웃음은 소화를 촉진하고 웃으면서 폐가 활짝 열리기 때문에 산소로 샤워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실제로 한바탕 웃는 것이 에어로빅을 5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더구나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웃음은 백혈구를 증산시키고 고통을 완화하며 뇌에서 알파파를 발생시켜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고 하니 웃으면 건강해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웃음이 실하다. 웃으면 가슴이 열리고 마음이 펴지며 일들이 순탄해진다. 늘 웃을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평소에 많이 웃는 사람의 표정은 상대방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기 때문에 웃을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매사 잘 풀리고 건강한 사람의 표정은 밝고 맑다. 반대로 표정이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웃는 표정인지 우는 표정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매사 분명하지 않고 어정쩡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도 발견하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얼굴표정에 항상 근심걱정이 가득 차 있다. 이런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서 걱정을 하고 늘 골치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옛말에 ‘고생을 사서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사람들은 걱정을 사서하는 인생이다.

부처님 말씀 중에 무재칠시(無材七施)라는 말이 있다. ‘돈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布施:자비심으로 불법이나 재물을 베품)’라는 말이다. 그 첫 번째 덕목이 ‘화안시(和顔施)’ 즉 ‘웃는 얼굴로 베풀라’는 것이다. 웃는 얼굴은 남을 즐겁고 편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는 복이 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웃음으로써 사람이 밝아지면 호르몬과 뇌파의 파동이 좋아져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려간다. 그런 웃음이 인생을 바꾸게 될 것이다. 잘 웃어서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사람은 남에게 호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호감의 관계가 일을 더욱 수월하게 만든다. 그래서 웃음은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특권이기도 하다. 동물은 웃지를 않는다.

사실 우리네 삶에는 웃을 이유보다는 웃을 수 없는 이유가 훨씬 더 많다. 누구나 예외 없이 자기 안에는 까닭 모를 눈물과 한(恨) 들이 숨어 있다. 살면서 울고 싶을 때가 웃는 것 못지않게 얼마나 많은 것이 인생인가? 그러나 사람들은 울면 왠지 초라해 보여서 자기 속 안의 눈물을 감추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진짜로 웃을 줄 아는 사람은 최악의 조건에서도 웃는다.

필자는 유교냄새가 물씬 물씬 풍기는 엄격한 가문에서 증조부모님, 조부모님, 부모님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른들은 늘 엄한 표정이었다. 이웃 아이들이 웃기라도 하면 “네 이놈 어디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들이 있는데 비식비식 웃어”라고 하시면서 아이들을 나무라곤 하셨다. 그래서 웃는 다는 것은 불손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다. 20대 중반에 산골 현장에 파견근무를 나갔다가 고구마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논두렁을 지나가는 시골 처녀의 웃음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기에 따라가서 애정을 호소하여 끌어당겼다. 그래서 부부의 인연이 되었는데 이 처녀가 시집을 와서 잘 웃다가 ‘어른들 앞에서 함부로 웃는 불손한 며느리’라고 오해를 밭기도 했다. 46여년을 살다보니 이 며느리의 해맑은 웃음이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이 가정을 지탱하고 발전시켜온 원동력이란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웃음보다 더 귀한 것이 평상심(平常心) 또는 평정심(平靜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경지를 넘어선 경지이다. 이는 마음의 순수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함 이다.

인적이 끊긴 절대고독 속에서 나는 크게 웃어보기도 하고 크게 울어보기도 한다. ‘나는 살아 있다. 여기 살아 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다시 평정심을 찾는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빙그레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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