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사리
밀사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5.30 18: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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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우리의 전통을 체험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부모님과 선배님들의 삶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전통을 찾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발전시켜 우리들의 여건에 맞는 생활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며칠 전에 우리 학교는 해마다 해오는 밀사리 체험을 하였다. 학부모님께 안내장을 보내서 같이 참여할 학부모님은 참여하도록 하였더니 서너 분이 동참을 해 주셨다. 작년에 밀사리 체험을 할 때에는 나도 함께 하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시퍼런 밀, 들 익은 밀을 베어서 피워놓은 불에다가 한 줌씩 밀을 들고 빙 둘러서서 굽는다. 안전을 위한 조치로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은 사이사이에서 굽는다. 드디어 시꺼멓게 탄 밀을 들고 주위에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구워진 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후후 불면서 비빈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 내민 밀알을 입으로 넣어서 오물조물 맛있게 먹는다. 그러다가 보면 손바닥에 묻은 시꺼먼 검정이 입가로 얼굴로 묻어서 얼굴이 시커멓게 되어버려서 모두가 새깜둥이가 된다. 마주보는 얼굴이 재미있다. 묻지 않은 학생은 나의 손으로 살며시 칠해서 함께 새깜둥이가 되도록 장난질도 해본다. 모두들 서로 보면서 웃음이 거치질 않는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몰라 얌전히 있던 아이들이 조금은 익숙해지면 더 개구쟁이 아이들이 된다. 올해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밀사리를 처음으로 체험해보았다고 하였다. 작년에 한 날짜를 보아서 5월 하순에 올해에도 할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날씨가 금년에는 더워서 밀이 조금 일찍 익고 있었는지 새들이 먼저 달려들어서 반쯤 먹고 해마다 해오지만 1학년은 처음이라(올해에는 유치원도 체험활동을 함께 하였다.) 신가해 하였다. 작년에 내가 아이들에게 장난질을 한 것이 생각이 났던지 올해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시커멓게 칠을 하면서 재미있게 체험을 하였다.

정서적으로 좋고 놀이로 하면서 하는 활동은 아이들도 재미있어하면서 하고 싶어 한다. 많은 나라들이 자기네들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몸으로 체득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생활화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의 성장으로 인해서 많은 전통들이 사라져가고 있었고, 등한시하고 있다가 어느 정도 삶이 윤택해지자 찾고 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아름다운 풍습, 해동성국, 동방예의지국,… 이 모두가 우리나라를 일컫던 자랑스러운 말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물론 빠른 기간에 일구어낸 한강의 기적 경제국, 하지만 그 그늘에는 얼마나 많은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전통이 제대로 취급받지 못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드라마와 아이돌 가수들의 열풍으로 한류의 바람을 일으켜서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외국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져 있다. 따라서 우리의 좋은 문화와 전통을 더 많이 우리 아이들에게 습득시켜서 세계의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좋고 뛰어난 많은 전통을 갖고 있고 전통 문화도 있다. 정서적으로 불안해지는 요즈음의 빠른 정보화 사회에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고 적응해 가는 방법으로는 어릴 때부터 우리들의 문화와 풍습, 그리고 전통을 체험하고 생활화 해가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빠름과 느림의 조화랄까?

IT 강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 하지만 핸드폰과 컴퓨터의 중독이 더 염려스러워지는 아이들, 조상들의 훌륭한 문화와 전통이 우리 생활과 나라 곳곳에 스며들어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해주는 우리나라, 하지만 빠른 사회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성이 어느 곳으로 흘러갔는지 몰라 찾기 위해 찾을 방법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좋은 점만 찾아도 너무나 많은데, 나쁜 점만 찾아서 자책하고 조상을 욕 뵈면서 우리 스스로 비하하고 정쟁만을 부추기고 싸우면서 나만을 생각하고 함께 가기를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스러운 현실인데도 아이들만은 행복한 미래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우리나라, 모든 게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지만 어쩐지 마음이 허한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그래서 이제는 모두가 아이들과 함께 체험하고 좋은 점만을 들추고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좋은 점을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나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인정을 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새까맣게 검정으로 물들인 아이들의 얼굴 속에 해말간 눈동자와 함께 천진무구한 미소가 아름다운 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세상이 더 따뜻해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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