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헛된 것들은 모두 쓸어 내버리자
유월, 헛된 것들은 모두 쓸어 내버리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01 19: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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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유월이 되면 녹음이 짙어지면서 본격적인 여름이 된다. 유월은 생명이 열리는 ‘여름’이자 한해의 결과가 자리 잡는 하반기가 시작 된다. 우리에게 ‘여름’은 목숨으로 나라의 명운을 이어가신 수많은 영령들의 뜨거운 염원이 열린 계절이다. 유월은 유독 나라를 송두리째 흔든 사건과 전란이 많았기에 현충일을 필두로 하여 ‘호국 보훈의 달’이 된다.


1592년 4월 13일(양력 5월 23일, 이하 올해 양력)임진왜란이 벌어진다. 불과 7일 만인 5월 29일, 조선군은 상주까지 북상한 일본군의 요격을 받아 궤멸 당한다. 상주판관 ‘권길’, 종사관 ‘윤섬’, ‘이경류’는 전사하고 조선의 명장인 지휘관 ‘이일’은 근근이 살아남아 충주 쪽으로 패주한다. ‘이일’의 패주에 당황한 조선 조정은 오직 ‘최고의 명장 신립’에게 의지한다. 그러나 6월 3일,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 ‘신립’마저 불과 서너 시간 만에 일본군에게 궤멸 당한다. 이로써 조선의 정예기마군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전략적 요충지인 ‘충주성’은 함락된다. 충주목사 ‘이종장’은 전사하고 장수 ‘신립’과 종사관 ‘김여물’은 자결한다. 적을 가볍게 본 교병필패(驕兵必敗)의 마땅한 수순이다. 6월 4일, 혼비백산한 ‘선조’는 미루고만 있던 ‘광해군’의 세자책봉을 거행한다. 6월 5일,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아침, ‘선조’와 조정은 황급히 서울을 떠나 정오에는 판문점, 저녁에는 개성에 도착한다. ‘설마, 설마 믿었던 왕’이 황망하게 서울을 빠져나가자 분노한 백성들은 궁궐에 불을 지른다. 그로부터 2일 후인 6월 7일, 수도 서울에 일본군이 무혈 입성한다. 개전으로 부터 단, 20일 만이다.

선조와 조정과 관군이 썰물처럼 사라졌으나 오히려 조선의 백성들은 밀물처럼 일어난다. 1592년 6월 1일, 홍의 장군 ‘곽재우’가 의령의 ‘정암진(鼎巖津)전투’에서 첫 승리를 거둠으로 왜군의 예봉을 꺾어 버린다. 6월 11일, 이순신 장군이 거제 앞바다 옥포에서 대승을 거둔다. 이로써 전라도에서 군량미를 탈취하려던 일본군의 호남진출이 분쇄되고 7년 전란의 승리의 교두보가 마련된다.

허지만 왜란이 끝나고도 선조와 조정은 내분으로 날을 지새우더니 병자호란을 잉태한다. 결국 명나라에 대한 사대에 소홀하다고 ‘광해군’을 밀어낸 ‘인조’는 청 태종의 말발굽아래 무릎을 꿇고 만다. 시간이 흐를수록 헛되고 헛된 것들의 쌓임으로써 결국 1910년, 근세조선은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긴다.

1949년 6월 26일, 평생을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김구’ 선생이 남북의 충돌을 막고자 동분서주하다가 흉탄에 쓰러지셨다. 이듬해인 1950년 6월 25일, 이 틈을 타 고 북한 ‘김일성’은 기습남침으로 동족상잔의 세기적인 비극을 벌린다. 이로서 나라는 반 토막이 나고 가족들은 풍비백산이 되어 지금에 이른다. 그 연장선에서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 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 해전이 발발한다. 그러나 북한정권의 핵능력은 계속 진화하고, 대한민국은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조차 없게 되어간다. 이 되풀이 되는 치욕을 어떻게 씻어내야 할까. 무슨 마음으로 깨끗이 새로 출발할까?

유월을 맞아 20대 국회가 새롭게 개원되었다. 협치를 장담하더니 대놓고 갈등을 키운다. 신문, 방송, 정치권 모두 대통령이 되는 ‘용 꿈’에만 집중하고 있다. 누가 귀국하여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왜, 다녀가더니 누구는 얼마가 유리해지고, 누구는 얼마나 불리해졌다면서 따갑게 떠들고 있다. 날로 치안은 어지러워지고, 나라의 경쟁력은 추락중이고,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전략적 지혜가 깃든 책임 있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또 다시 국민과 나라의 미래에는 안중에도 없다. 이래서야 나라의 환란은 언제 그칠 것인가? 입법부와 행정부는 제발 싸우지 말고 지위와 역할의 고하를 막론하고 나라의 한구석, 국민 한 사람일지라도 끝까지 지켜갈 의지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 이외의 것은 모두 헛되고 헛된 ‘개 꿈’일 뿐이다.

정부는 2010년 5월부터 ‘곽재우’장군의 정암진 승리를 기념하여 매년 6월 1일을 ‘의병(義兵)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전남 함평의 ‘심남일’(1871~1910) 의병장은 “아침에 적을 치고 저녁에 조국의 산에 묻히는 것"이 ‘의병의 본뜻’이라고 말했다. 백암 ‘박은식’은 “나라는 멸할 수 있어도 의병은 멸할 수 없다. 의병은 우리 민족국가의 정수(精粹)이다.”라고 했다. 얼마나 뜨거운 마음인가. 의병은 한민족의 국수(國粹)로서 대한민국은 의병의 정신을 이어왔다. 이 여름부터는 헛된 것은 부디 썰물처럼 쓸려가고, 참된 정성만이 밀물처럼 쌓여 부디 국운이 ‘비상’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한다. 돌아가신 영령들께서 당당한 후손들이 만들어가는 지구촌을 선도 할 수 있는 크고 밝고 나라를 보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간절한 ‘의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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