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는 병
감추는 병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0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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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택/진주문화원 부원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숨기는 것이 많다. 또 남이 무어라 할까에 지나친 신경을 쓴다.

거의가 비평 노이로제 환자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한다. 작은 허물도 덮어 두려 하고, 이를 털어 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솔직하지 못한 이런 은폐증도 따지고 보면 체면 때문이다. 자기 신상에 관한 문제는 물론이고 가족이나 가문 조상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겐 작은 허물도 덮어 두려는 속성이 있다. 학력을 감추는 사람은 흔히 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이해가 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그저 체면상 숨긴다. 낙제한 사실을 억지로 감추려 하고, 입시나 취직 시험에 낙방한 사실, 실연당한 일 등도 그렇다.

한번 숨기면 계속 숨겨야 한다. 한마디 거짓말이 열 마디를 하게 한다.기억력도 좋아야 한다. 누구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기억해 두지 않으면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거짓말에 쓰이는 정신적 에너지도 막중해서 인간관계가 그저 피곤하기만 하다. 이게 심해지면 사람 만나기를 피하는 기피증으로까지 발전한다. 행여 들통이 날까, 전전긍긍이다. 심하면 의심의 증세가 일어난다. 같이 있는 사람이 웃으며 자기 거짓말을 비웃는 줄로 착각한다. 집안에 창피한 일은 물론이고 가문에 대한 체면도 대단한 것이 우리 사회다.
양반 족보를 돈 주고 사는 사람도, 박사 학위도 외국 대학에서 돈 주고 사는 사람도 있어 왔다. 가문이 시원찮을수록 고가의 골동품이라도 사서 즐비하게 늘어놓아야 한다. 전통이 깊고 행세 꽤나 했던 집안으로 보이기 위해서 이다. 학문과 거리가 먼 집안 일수록 대형 백과사전, 고전서적 등을 질로 꽂아 놓는다. 진짜 큰 양반은 돈 없을 땐 족보도 팔아먹는다. 그것 없다고 핏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란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솔직한 사람을 좋아 한다.그러면서 우리 자신은 솔직해 질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러나 거물이 될수록 솔직해 질 수 있는 배포가 생긴다. 포은삼과(圃隱三過)라 하여 정몽주 선생도 그의 인간적인 실수 세가지를 솔직히 털어 놓았다. 영국의 처녀 국회의원은 사생아를 낳고도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 재계의 거물, 작고하신 정주영 씨 등 내노라하는 거물들의 회고록에서도 감명 깊은 것은 솔직함이다. 무학의 학력도, 얼굴 뜨거웠던 지난날의 실수도 있는 그대로를 털어 놓았다.

이런 솔직성이 이 분들의 체면에 손상을 끼치진 않았다. 오히려 인간적인 호감이 더 컸었다. 사람은 실수도 있고 허물도 있게 마련이다. 또 그래야 인간적이다. 나를 너무 잘 알면 예의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내 약점을 이용하려 들지 모른다. 별 걱정이 다 든다. 그래서 심한 경우 자기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기우다. 실수담이 나와야 인간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인간이기에 실수도 있고 실패담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서도 솔직해 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체면을 앞세우는 사람에겐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하긴 해도 솔직해야 한다.

성당이나 교회, 절에 가면 간증을 한다. 전과자도 있고, 더없는 바닥 인생을 막 살아온 거지같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신부, 목사, 스님 앞에서 솔직히 고백하면 모든 것이 용서 된다. 우리는 그들에게 존경심을 갖는다. 그의 솔직함으로 인해 인간적인 실수들이 오히려 호감으로 바뀌게 된다. 마음의 허식을 벗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매사에 주저된다. 누구를 만나도 떳떳하지를 못한다. 움츠려진 어깨가 펴지지를 않는 것이다. 허식을 벗어야 참된 내가 된다. 개성적인 인간이 되는 길은 솔직하게 되는 것이 먼저이다.

현대 사회는 바쁘다. 당신의 실수, 실패담을 오래 간직하고 기억해 줄 친절한 사람은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이다. 숨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사람을 만날 배짱이 우선 생길 것이 아닌가. 선거직에 출마 할 일부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인들이여! 학력, 경력, 병력, 재산 취득 과정에서 숨겨둔 모든 사실을 오랜 시간 숨겨 둘 수 없음을 아시나요? 감출병은 무섭고, 영원하지 못합니다. 감출병에는 이실 직고가 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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