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순직소식을 접하고
소방공무원 순직소식을 접하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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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갑/진주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지난 3일 경기도 한 가구전시장 화재현장에서 진화 및 인명구조를 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날 오전에 발생한 불은 경기도 평택시 소재 가구전시장 창고건물을 다 태우고 1시간여만에 진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30대와 40대 젊은 소방관들이 숨지고 말았다. 이날 숨진 2명의 소방관들이 불이 난 창고 안에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을 위해 들어갔다가 창고내 열기와 유독가스로 일단 철수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건물 구조물에 깔리면서 탈출하지 못했다. 특히 이중 한명은 최근까지만 해도 경기도 소방학교 화재현장팀 전임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신임 119대원의 교육을 맡아온 화재진압 베테랑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었다. 그는 불 속에서 최후까지 인명검색을 실시하고 대원들을 먼저 대피시키느라 탈출시기를 놓쳐 숨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혹시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구조하려다 빚어진 안타깝고도 고귀한 희생이었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긴박한 현장. 그리고 그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 바로 소방공무원들이다. 일단 화재출동 싸이렌이 울리면 소방관들은 신속하게 자기가 맡은 역할대로 움직인다. 소방차에 탑승하여 화재현장의 규모 및 특성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인명검색 및 진압활동 등 일련의 소방 활동을 하기 위한 개인안전장비를 하나 둘씩 갖추며 불 속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자기 몸을 점검한다. 그래서 화재현장으로 가는 소방관들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차량 정체, 앞에서 비켜주지 않는 얌체 차량들,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화재현장으로 가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액이 상상을 초월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화재현장으로 달려간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화재는 4만1862건으로 인명 피해는 1891명에 피해액은 2667억여 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재현장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는 소방관들은 어쩔 수 없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사선에 서야 한다.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모든 사람들을 구조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20년 경력의 베테랑 선배 소방관이 10여년 전 산후조리원 화재사건 때 구하지 못한 산모와 아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기억난다. 살려낸 생명보다 살려내지 못한 생명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 소방관들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처럼 화재진압을 위해 현장에 들어간 동료소방관을 잃는 슬픔도 겪게 된다. 동료를 직접 잃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소방관으로서 우리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 슬픔과 공포는 크게 다가온다. 목숨을 담보로 한 직업이 그러하듯, 많은 소방관들은 이렇게 동료를 잃은 슬픔과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절망하게 된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며 서로의 몸에 묻은 숯검정을 털어주며,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가까이에 와 있는 동료들, 그렇기에 동료를 잃었을 때 밀려오는 슬픔의 무게는 너무도 가혹하게 서로를 짓누른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맨 먼저 진입하고 맨 마지막으로 나온다.
동료를 잃었을 때의 슬픔이나 자신의 가족만을 생각한다면 이 일은 오래 할 만한 일이 못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임을 알기에 오늘도 용기를 낸다. 

잿더미가 된 집 앞에 주저앉아 우는 이의 허망함을 지켜보며, 때론 화재현장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온 가족들을 얼싸안은 모습을 지켜보며 느끼는 감동의 순간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하는 이 일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인정받기 위해 이 일을 하는 소방관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쓴 힘든 업무에도 우리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시민들의 작은 관심과 격려가 있다면 이 모든 어려움과 슬픔을 이겨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자기의 몸보다 위험에 처한 시민들의 인명구조 및 재산피해 감소를 위해 현장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우리는 소방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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