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우, 김덕령 그리고 선조
곽재우, 김덕령 그리고 선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06.02 18: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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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자 순국선열을 기리는 달이다.


줄을 잘 서야 군대생활이 편하다는 말을 한다지만 조상 기운 줄보다 강하고 질긴 줄이 있겠는가, 조상님들의 원력은 항상 그 후손들을 위해 살아 움직이는 고래 심줄 같은 것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곽재우 등 임진란 초기 의병장들의 활약이 없었던들 지금 우리가 따뜻한 밥, 시원한 수박을 입에 댈 수가 있겠는가, 발발초기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서울, 평양까지 올라간 일본군들은 저 중국땅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쟁 전 우리나라 지도를 샅샅히 살피고 군비와 민심까지 다 파악한 일본은 순류를 이용, 대한해협을 건너 10만 정규군을 이 땅에 쏟아 부었다.

1392년 조선 건국 때부터 1592년까지 약200여년을 전쟁없이 중국을 상국으로 모시고 유교와 농사를 국시로 삼은 조선은 무를 때로 물러있었고 양반은 갑질을 일삼았고 상민은 보릿고개를 넘기려고 해마다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니 그런 조선은 속절없이 무너져갔다. 반면에 바다건너 일본은 약 100년 이상의 내란을 종식하고 남아도는 사무라이의 힘을 우리 쪽으로 쓰고자 때를 노렸고 토요토미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어전회의에서 조총을 보여주면서까지 전쟁대비를 해야 한다는 충언을 무시한 선조는 그야말로 몽진의 대가였다. 참으로 세뇌의 힘은 큰가보다, 충신불사이군이라는 말에 백성을 살피지도 않는 임금을 대신들은 자기 배를 굶어가며 난리중에서도 충성을 다한다. 나라가 밑동부터 잘려나가려 할 때 곽재우와 김덕령이 나타난다. 그리고 곳곳에서 전국 각처에서 이름없는 의병들이 일어선다. 심지어 불살생의 계율을 어기면서 승병들도 힘을 모았다. 망우당곽재우, 망우당은 걱정없이 사는 집이라는 뜻이다. 걱정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물며 전쟁통에 나라가 위태로운데 걱정운운하는 그 자체가 당신에게 더욱 힘겨웠으리라. 망우당은 자신의 과거합격 취소사유가 임금의 마음에 들지않았다는 말을 듣고 이미 그때 선조라는 자는 속이 무척 자잘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게릴라 전을 통해 정암진 전투 후에 벼슬을 몇 차례 받았지만 벼슬이 오히려 나라를 구하는데는 장애가 된다는 것을 알고는 일체 받지를 않았던 크신 분이셨다. 나라가 잘못되면 모든 것이 헝클어진다. 역신이 충신이 되고 백성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경제인들은 재산을 빼돌리기 바쁘며 군인은 비겁해진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던 일어난 분이 바로 김덕령이다. 임란 때의 좌곽우김이라할 것이다.

김덕령의 용력과 지략은 선조로부터 표창을 받고 형조좌랑의 직함과 함께 충용장(忠勇將)의 군호를, 광해군으로부터 익호장군이라는 호칭을 받을 정도였고 왜군들은 그의 얼굴만 떠올려도 도망을 갈 정도로 그 기개가 높으신 분이었고 곽재우와는 작전도 함께 구사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그런 그도 전쟁이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서고 다시 권력자들의 어께에 힘이 들어갈 무렵 이몽학의 난에 가담하였다는 이유로 허벅지 뼈가 부스러지는 고문 끝에 죽었으니 그렇게 어이없는 일이 7년 전란 중에 계속 이어진 것이었다. 권력의 유지에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선조는 아들 광해군까지 의심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준 대신들도 저울질해가며 전란 후에도 그의 자리를 지켜간다. 전체백성들의 반 정도가 코와 귀가 떨어져나갔음에도 그들은 전란 후에 의병장들이나 승병, 그리고 혁혁한 전과를 올린 장수들의 공훈은 뒤로하고 선조자신의 몽진 때 도와준 벼슬아치나 내금위 내시들의 공치사를 서둘렀다. 이런 나라가 뒤를 이어 세월을 보내다가 또다시 40여년이 지나자 후금을 이은 청나라의 공격을 받은 이른바 병자호란이 터졌고 인조는 고개를 떨어뜨린 것이다.

인조의 치욕적 항복은 임란때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임란후의 피드백이 제대로 되지 못한 예상된 굴욕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깨어있어야 한다. 아직도 국회는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이렇게 국혼를 보듬고 온 사람은 바로 우리 서민이고 민초들이다. 우리가 우리스스로가 대한민국임을 알자. 그 대한민국과 이 대한민국 저 대한민국을 지키고 보듬고 갈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임을 명심하자. 곽, 김장군은 우리에게 말한다. 필부필녀도 국가의 흥망성쇠에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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